소리 못 지르는 사람 오늘 술래

모두의 주목을 받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다. 반에서 제일 빨리 달리거나, 어려운 수학 문제를 잘 풀어서. 혹은 노래를 잘 해서 칭찬받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특출나게 잘 하는 게 없었다. 심지어 노력하지 않으면 뭐든 평균 이하로 못했다. 그래서 못한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지 열심히 했다.

 

다행히 수업시간에 배우는 것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고, 뛰어난 재능을 요하는 것도 아니어서 노력하면 대부분 중간 이상은 할 수 있었다. 정작 난처했던 건 쉬는 시간이었다. 또래 애들이 보통 열광하는 놀이가 내겐 너무 어려웠다. 민첩하지 못했으므로 얼음 땡을 해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해도 제일 먼저 잡혔다. 언젠가 쉬는 시간 내내 술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몽을 겪고 나서는 애초에 몸을 사리게 됐다. 일찌감치 ‘얼음’을 외치고 가만히 서서 다른 친구가 활약하는 걸 지켜봤다. 매번 그런 식이었으니, 놀이에 참여하는 게 별로 즐겁지 않았지만, 다들 하니까 그냥 적당히 끼어서 놀았다.

 

 

수학여행 장기자랑도 곤란한 일 중 하나였다. 당시 몰려다니던 친구들은 늘 무대에 서고 싶어했다. 그것도 다 함께. 차마 하기 싫다고 말하지 못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춤을 췄다. 내가 심각한 몸치라는 걸 그때 알았다. 아무리 자연스럽게 움직이려고 해도, 연습 때마다 웃음거리가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춤추고 노래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세상에는 생각보다 가무가 필요한 순간이 많더라. 대학교 축제에 초대 가수가 온다거나. 다 함께 노래방에 간다거나. 어색하게 박자를 타는 스스로가 부끄러웠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어쩌겠나, 어울려 노는데 필요한 흥이나 끼를 타고나지 못했고, 모두가 신나서 들썩이는데 혼자 멀뚱히 서 있을 배짱도 없는 것을.

 

월드 스타 싸이의 노래 <챔피언>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모두의 축제. 소리 못 지르는 사람 오늘 술래” 다 같이 즐겁게 놀자는 뜻이라는 건 알지만, 들을 때마다 왠지 마음이 뾰족해졌다. 술래 같은 소리 하네. 소리 못 지르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모두의 축제냐. 신나지 않는 걸 어쩌라고.

 


못 노는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노는데 부담을 가지고 살아 온 지 이십하고도 팔 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런 부담은 털어버리고 마이웨이로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준 사건이 있었다. 지난 여름 제주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곳에 사는 친구들과 만났는데, 수영을 하러 가자고 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 대부분은 수영을 좋아하니, 당연히 나도 원할 거라고 생각했을 테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일이 있어 물을 무서워한다. 동네 수영장에 다니며 잠시 극복하긴 했었지만, 그마저도 일 년도 더 된 일이라 물에서 숨 쉬는 법부터 다 까먹었다.

 

 

구구절절 사연을 설명하기가 민망해서,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하겠다고 대충 둘러댔는데 통하지 않았다. “에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수영 한 번은 하고 가야지”, “별로 깊지도 않아. 일단 몸을 담그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머리는 까먹었어도 몸은 수영하는 법을 기억하고 있을걸?” 상황이 그렇게 되자 못 이기는 척 물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끝까지 버틸 수 있었지만 유난 떨고 싶지 않았다. 일 년에 몇 번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 기억 속에, 못 노는 사람, 분위기 못 맞추는 못난이로 남기 싫었다.

 


뭐든 억지로 하면 탈 난다

결국 물에 들어간 지 10분도 되지 않아 일이 터졌다. 들어가 보니 친구들 말 대로 얕은 바다라 슬슬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물이 깊어지는 구간이 나왔고, 바닥에 발이 닿지 않자 놀란 나는 물속으로 꼬르륵 가라앉고 말았다. 너무 당황하니 살려달라는 소리도 나오지 않더라. 저 멀리서 수영하던 친구가 뒤늦게 날 발견하고 건져줬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곧장 숙소로 돌아와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웠는데도 한참 동안 멍했다. 내가 뭘 한 거지. 분위기 좀 살려보려다 골로 갈 뻔했잖아. 천장을 보며 그동안 했던 바보짓들을 떠올렸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괜한 의무감에 참여했던 일들. 남몰래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 열심히 했으나 하지 않으니만 못했던 지지부진한 결과까지. 사실 그렇게 아등바등 모든 일을 열심히 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그날 이후 나는 인생의 기조를 바꿨다. ‘뭐든지 열심히 하자’에서 ‘뭐든 억지로 하면 탈 난다’로.

 


피할 수 있는 일은 피하자

나는 요즘 피할 수 있는 일은 되도록 피하면서 산다. 누가 노래방에 가자고 하면 곤란한 미소를 띠며 슬그머니 가방을 싸고, 친구들이 내키지 않는 단체 여행을 추진하면 이번 휴가는 혼자 보내고 싶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참석해봤자 즐겁지 않을 것이 뻔한 모임에는 과감히 나가지 않는다.

 

이렇게 쓰다 보니 내가 비사회적인 인간으로 퇴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시다시피 인생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 피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밤을 새워서라도 잘 해야만 하는 일 또한 수두룩하다. 이미 다른 부분에서 충분히 무리하고 있으므로, 놀 때만큼은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생각한다.

 

 

사실 잘 놀고 못 놀고의 기준을 누가 정했는지부터 납득할 수 없지만, 뭐 상관없다. 굳이 노는 것까지 잘 할 필요는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이규경 시인의 <용기>라는 시 한 구절을 옮겨 적으며 글을 마칠까 한다.

 

“넌 충분히 할 수 있어/사람들이 말했습니다/용기를 내야 해/사람들이 말했습니다/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나는 못해요”

 


illustrator 백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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