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e Matt돼지

 

스타가 될 재목을 알아보는 안목. 내게는 그런 촉이 있다. 아무도 안 보는 드라마에서 서강준을 발견해 “엘프다!”를 외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서준을 모를 때 그를 핸드폰 배경화면에 고이 저장했더랬다. 그런 내가 오늘 영업할 예비 셀러브리티는 바로 ‘돼지, Matt돼지’.

팟캐스트 <독일 언니들>로 찰진 개그감을 뽐낸 그녀는, 독일에서 잘 살다가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꿈을 안고 헬조선(!)으로 자진 입국한 이 시대의 용감한 신여성이다. 지금은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로 영혼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현웃’을 선사하는 중. 짜증 나고 피곤한 통학길, 이 언니가 꿀 같은 존재가 되리라고 장담한다.


 

팟캐스트 <독일 언니들>로 ‘Matt돼지’라는 이름을 알렸어요.

같이 진행한 드라마퀸’이랑 저랑 독일 생활한 지 7년 차쯤 됐을 때였어요. 둘 다 1차 목표는 대학원 졸업이었거든요.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해야 할 땐 굉장히 치열했는데, 졸업하고 그 시기가 지나가니까 굉장히 무료하더라고요. 그러다 대학교 개그 동아리 출신으로서,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비슷한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아이튠즈 팟캐스트에서 1위까지 찍었어요. 그렇게 잘될 줄 느낌이 왔었나요?

정말 생각 못 했어요. 다른 팟캐스트가 7000여 개나 있었거든요. 저희는 1000위 안에 드는 게 목표였어요. 첫날 방송을 올리니까 몇 백 명이 청취했다는 기록이 나오더라고요. 너무 떨려서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피드백 닦달하고 그랬어요.

 

사람들이 <독일 언니들>의 어떤 점을 좋아한 걸까요?

청취자 99%가 여성이에요. 사연 보내는 분들, 정모에 오는 분들도요. 아마 여자 둘이 하는 팟캐스트가 별로 없고, 외국에 살고 있고, 30대고. 그런 점들이 다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 같아요. 한국이 살기 좋았다면 이 정도로는 잘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다들 ‘헬조선’이라며 외국에서 살고 싶어 하잖아요. 외국 생활에 대한 궁금증도 인기의 요인이었을 거예요. 무엇보다 저희가 웃기니까 좋아하셨겠죠?(으쓱)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이 사람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지?’ 싶었어요. 이전부터 남들을 웃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컸나요?

개그 동아리 방에 앉아서 둘이 만담하고, 개그하며 노는 걸 좋아했어요. 진지하게 개그맨 시험을 한번 봐야 하지 않겠느냐 이야기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그 정도의 절박함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맷님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독일 언니들> 시즌1이 끝났어요. 아니, 왜 헬조선에 굳이 다시…?

독일에서의 삶은 안정적이다 못해 지루했는데, 팟캐스트를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내가 말로써 사람들에게 좀 더 매력적이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본격적으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되게 스무스하게 살다가 갑자기 마음이 원하는 일이 생기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한국에 들어오기로 결심했어요.

 

그렇다면 요즘 한국 생활은 어떠신가요.

지금 독일어학원에서 일하는데,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걸로….(이 꽉) 저는 직장 생활을 독일에서만 해봤잖아요. 개인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정해진 법을 지키는 게 당연하다고 배웠고요. 자유롭게 말해보라기에 그렇게 했더니 “…독일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아, 숙연….

바로 독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미 다 정리하고 왔고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왔으니까 버틸 수밖에 없잖아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파트타임으로 전환해서 괜찮아요. 수업이랑 수업 준비만 하면 돼서 행복합니다. 돈과 바꾼 행복!

 

즐거우면 됐죠! 다시 맷님의 꿈 이야기를 해볼까요. 스탠드업 코미디는 사실 우리나라 20~30대에게 익숙한 장르가 아니에요. 언제부터 스탠드업 코미디를 접하고 좋아하셨나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몇 년 전부터 루이스 C. K.(방송작가 겸 배우)를 좋아하게 됐어요. 스탠드업 코미디의 특징은 분장이나 다른 요소 없이 마이크만 들고 나와서 청중을 웃기는 거예요. 진짜 어려운 작업이거든요. 지금처럼 둘이 이야기하면 더 쉽게 웃길 수 있어요.

상대의 리액션을 가지고 놀면 되니까요. 그런데 혼자 얘기하면 웃음 포인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끌고 가야 돼요. 그걸 해내는 코미디언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어요.

 

스탠드업 코미디를 경험해보지 않은 「대학내일」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상이 있을까요?

루이스 C. K. 영상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토크쇼에 나와서 동성 결혼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두 남자가 결혼한다는데 내 자식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죠?” 그런 이들을 예로 들면서 “네가 너의 퍼킹 키드에게 설명해줄 2분 때문에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결혼하면 안 되는 거냐?”고 까는 거예요. 재밌으면서도 생각을 하게 만들죠. <코난 쇼>로 유명한 코난 오브라이언의 영상도 추천해요.

 

 

우리나라 예능은 대부분 역할극이나 슬랩스틱에 치중돼 있는데요. 스탠드업 코미디를 할 플랫폼 자체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독일 언니들>을 할 때 정모를 한 번 열었어요. 그때 40분 정도 앞에 나가서 혼자 이야기하고, 오신 분들과 호흡을 주고받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런 식의 정모를 통해 조금씩 활동 반경을 넓혀갈 생각이에요. 대관비 정도만 해결되면 부담 없이 모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실력을 쌓은 후에 퀄리티 있는 공연을 준비하는 게 목표에요.

 

최근 유튜브에 유병재씨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 ‘BLACK COMEDY’ 영상이 ‘인기 영상 1위’에 올랐더라고요. YG 소속인 그가(웃음) 이런 토양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게 반가울 것 같아요.

병재님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 그 쇼를 직접 보러 갔었어요. 끝나고 포토타임이 있었는데, 저랑 찍을 땐 그냥 희극인의 표정이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인스타를 보니까 예쁜 여자 분들이랑 찍은 사진에서는 묘하게 설레는 미소를 짓고 계시더라고요. 그도 역시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하하. 영화 <피의 연대기> 측에서 기획한 ‘생리 파티’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데뷔를 하셨잖아요. 첫 무대는 어땠나요?

팟캐스트는 일방적으로 제가 녹음한 걸 트는 거라서, 청취자들이 어떤 반응인지 실시간으로 몰라요. 그런데 무대 위에 서 있으니까 ‘어? 이 부분 터져야 하는데 왜 안 터지지?’ 싶기도 하고, 준비한 드립 까먹고 난리가 났죠. 손바닥에 커닝페이퍼를 얼마나 빽빽하게 써갔는지…. 그런 현장감이 묘미더라고요.

 

자위와 섹스 등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하기에 과감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풀어냈어요.

<독일 언니들>을 할 때, 딱히 페미니즘 이슈를 다루기도 전이었는데 사람들이 저희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거예요. 여자가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는 것만으로 페미니스트가 되더라고요. 사실 별것도 아닌데. 그 공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그냥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해라.

그럼 사람들이 페미니스트 딱지를 붙여줄 거다. 한국에서 페미니스트 되는 거, 정말 너무 쉬워요. 한국이 얼마나 닫혀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죠.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어요. ‘생리 파티’ 단체 문자를 보내야 하는데, ‘생리’라는 단어 때문에 스팸으로 걸려서 발송이 안 됐어요. ‘생리’를 유해문자 취급하는 거예요. 왜 생리를 생리라고 말하지 못하죠? 인류의 반이 하고 있는 건데요.

 

맷님에게 무대가 주어진다면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겠네요.

여성의 성과 커리어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흐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텔레비전이나 다른 매체에서도 여성들은 서브 역할인 경우가 많고, 여성이 주가 되는 콘텐츠가 별로 없잖아요. 외모 비하와 성적 대상화도 너무 자연스럽고요.

<아는 형님>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남자들이 앉아서 교복 입은 여자 연예인들에게 애교를 시켜요.

다양한 여성상이 없고,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를 정해서 틀에 딱 가둬놓는 거예요. 그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그것을 벗어나면 “페미니스트다!” “예민하다”고 손가락질하고요.

 

홀로 시작한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는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두고 있나요?

<피의 연대기>의 김보람 감독님과 미드에 나오는 여주인공을 분석하는 코너를 진행해요. 여성들이 좋아하고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가져가는 게 기본이고요. 플러스로, 팟캐스트 이름처럼 정말 영혼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서 청취자와 같이 방송을 하고 싶어요. 그게 가장 큰 콘셉트인데 메일이 안 오네요…. 잠수 이별 경험담 왜 안 오지. 나만 당한 거야? 세 번이나?

 

방송에서 늘 ‘함께 키워가는 셀럽 맷’을 강조해요. 맷님을 셀럽으로 키워가려면 앞으로의 계획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일단은 매주 <영혼의 노숙자>를 꾸준히 업로드 해야죠. 그다음에 차츰 여러분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해나갈 예정이에요. 제 꿈은 티나 페이거든요. 글 쓰고 출연도 하는 원맨쇼를 하고 싶어요.(웃음) 그런 기회를 쉽게 잡기 힘들다는 게 문제인데,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천천히 해나가려고 해요. 뭐, 정 안 되면 박사 학위 따러 독일 다시 가려고요. 저희 엄마 꿈이거든요. 둘 중 한 명이라도 꿈을 이뤄야죠.

 

박사 학위 딴 코미디언도 멋있을 것 같은데요.

아, 뭘 위해서… 그렇게까지…? 석사 정도로도 충분히 진정성 있지 않나요?


[829호 interview]

Photographer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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