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가는 길, C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험 준비 때문에 일찌감치 내려왔다가 벌써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다음에 서울에서 보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으려는데 C가 내 이름을 불렀다.

 

“슬아.” “응?” “아빠한테 잘 해드려.” C의 아버지는 2년 전 돌아가셨다. 오래 아프셨고, 병 외에도 가족을 힘들게 했던 가장이었다. 아버지 빚 때문에 C는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받은 월급의 거의 전부를 집에 보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서, 울면서 잠드는 날이 많았다.

 

그런 C가 요즘 들어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꺼낸다. 그토록 미워했는데. 괴로웠던 기억은 흐릿해지고 좋았던 날들만 선명해진다고. 인간이 참 간사하지.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알겠지?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앞의 말에 이어지는 당부에 나는 그저 “응, 응” 고개를 주억거렸다.

 

 

집에 도착하자 아빠는 안 계셨다. 식탁에 있는 큰 카스텔라 봉지가 눈에 띄어 동생에게 물으니 아빠의 저녁 식사란다. “아빠 빵 안 좋아하잖아!” 카스텔라의 전말은 이랬다. 아빠는 신부전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투석을 받으러 가는데, 그날따라 무화과가 당겨 잔뜩 먹고 병원에 갔다.

 

그런데 투석을 받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고, 의사로부터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맵고 짠 음식은 당연히 안 되고, 이도 저도 다 안 돼서 결국 빵을 먹게 됐다고 했다. 저녁에 돌아온 아빠에게 이것저것 묻자, 아빠는 혈관 확장 수술을 받은 왼쪽 팔을 만져보라고 내밀었다.

 

주삿바늘 자국이 팔뚝 가득 어지럽게 남아있었다. 손을 갖다 대자 ‘찌르르’ 울림이 느껴졌다. 진공 상태 같기도 하고, 안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여진 같기도 했다. 투석 후엔 어지러워서 계속 누워 있어야 한다, 그날 일 못 하는 게 아깝다, 병원에서 투석 횟수를 세 번으로 늘려야 한다고 하더라….

 

자식 앞에서 ‘아프다’고 말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양반이었는데, 힘들어서인지 아파서인지 아빠는 조금 변한 것 같았다. 그 앞에서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떻게 하는 게 아빠에게 ‘잘 하는’ 것인지 몰라 허둥댔다. 그냥 이번 겨울에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아빠는 12월에 있을 이사 준비나 잘 하라고 핀잔을 줬다. “그럼 봄에 가요. 쟤한테 운전 맡기고. 아빠는 편하게 앉아만 있어요.” 아빠는 웬일로, 못 이기는 척 알겠다고 대답했다. 내년 봄, 우리는 두 번째 가족 여행을 가게 되었다. 나는 세 밤을 더 자고 서울로 돌아왔다.

 

출근 첫날, 각자 명절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선배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부모님 영상을 많이 찍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진을 보는 거랑 목소리도 들리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기분은 완전 다르니까.” 그건 아마 이별을 준비하는 또 다른 방식일 테다.

 

더 많은 모습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 누구에게나 끝은 찾아오니까, 나 역시 천천히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봄날의 제주에서 유채꽃 앞에 서 있는 아빠를, 바닷가를 걷는 아빠를, 회를 맛있게 먹는 아빠의 웃는 얼굴을 남겨놓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830호 – 독립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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