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자리
공부 시작도 하기 전에 열 받는 순간. 분명 가방이랑 전공 책은 놓여 있는데 한 시간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자리가 있는데 왜 앉질 못하니…. 식사를 하든 커피를 마시든 제발 짐을 가져가자.
그래야 그동안 다른 사람이 공부할 수 있다. 잠시 바람 쐬고 오려면 아무리 길어도 30분은 넘기지 말아야지. 그리고 5분 뒤에 오든 10분 뒤에 오든 친구 자리는 맡아주지 말자. 누군 친구 없는 줄 아냐?
02. 이어폰 음량
도서관에서 이어폰을 꽂고 있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집중에 도움되는 모닥불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영어 듣기를 할 수도 있으니까. 뭐, 노래를 듣는 것도 자유다. 노래를 들어야 집중이 잘 되는 사람도 있으니까.
다만 이어폰 밖으로 새어나오면 스피커랑 다를 바가 없다. 시끄러운 지하철 안에서도 소리가 새는데, 조용한 도서관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네 음악 취향 하나도 안 궁금하니까 제발 노래 들으려거든 볼륨부터 줄이자.
03. 음료
책상 위에 음료를 쏟아서 난리법석 떨지 않는 한 음료 마시는 것 자체는 괜찮다. 은은한 커피 향이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한다잖아? 문제는 얼음이다. 방울 흔드는 무당처럼 세게 흔들지 않아도 테이크아웃 잔을 들거나 내려놓을 때 달그락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최악은 버블티. 덜 녹은 각얼음 사이에 몇 개 안 남은 타피오카를 빨아올리려다 ‘꾸루룩’ 소리를 연발하고, 껌 씹듯 타피오카 씹어대는 소리가 요란하다. 삼킬 수도, 녹여 먹을 수도 없으니 주의할 것.
04. 스낵
안 쓰던 뇌를 오랜만에 쓰다 보니 허기가 진다. 고생한 스스로에게 간식을 선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도서관임을 감안해서 간식 종류를 택해야 한다. 부스럭거리는 봉지과자는 절대 안 된다.
4겹으로 층층이 만들어져 요란스레 부서지는 ‘꼬북칩’ 같은 걸 먹는 건 거의 싸우자는 거다. 정 배가 고프면 카스테라 같은 걸 가져와 조용히 녹여먹어라. 봉지는 당연히 밖에 나가서 뜯어라. 쪼잔하다고? 부처나 예수라도 열 받았을걸?
05. 커플
믿음·소망·사랑 그중 으뜸은 사랑이어라. 그래도 사랑이 면죄부가 될 거라는 착각은 버려라.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가 유죄인 게 아니고 지금 도서관에서 사랑하는 님들이 죄인이다.
안 그래도 인구 밀도 높은 시험 기간 도서관에서 커플끼리 공부 말고 연애하고 있으면 짜증이 나요, 안 나요? 소곤소곤 낄낄대도 다 들리고, 책상에 사각사각 필담 써도 방해된다. 뽀뽀하고 껴안다 못 해 책상 아래서 동동 구르고 있는 발 네 개는 어쩔 건데. 최소 시바신의 현신인 거 아니면 30cm 적정 거리 유지하기로 해.
06. 휴대폰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진동은 매너’라고 으쓱대면 뭘 하나. 책상에 버려두고 가면 노 매너인 것을. 집에 큰일 난 줄 알았다. 나간 뒤로 1분 단위로 드륵드륵 울려서. 웬만하면 무음으로 바꾸거나 지방이 진동을 흡수하도록 몸에 딱 붙여라.
설마 알람까지 진동으로 맞춘 건 아니겠지? 이게 왜 민폐인지 모르겠다면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인간 모닝콜이 아님을 명치에 새기고 또 새기는 게 좋다. 콜린 퍼스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댔지만, 주인 잃은 매너 모드는 살심을 키운다.
07. 노트북
동영상 강의 듣고, 리포트 쓰는 거 다 좋다. 근데 대체 키스킨은 왜 안 써? 마우스 짤깍 소리도 미치겠는데, 키보드까지 쉴 새 없이 달칵달칵달칵. 도서관에서 타자연습 하는 줄 알았더니 PC깨똑 중….
인간의 눈빛이 레이저 건이었다면 그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듯. 시험 망해서 분노의 타자질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거든 다있소에서 키스킨 하나 구비해라. 1000원도 없다는 적반하장에게는 키보드에 ‘아아’나 시원하게 쏟아지길 빌어드려요^^
08. 콘센트
도서관 열람실에서 배터리 한 잔이야 뭐야. 폰만 충전 중인 줄 알았는데 얼씨구 노트북에, 패드에, 이북리더기에 온 전자기기가 다 한 사람 꺼다. 집에 전기 끊긴 거면 이해라도 하지, 왜 충전하면서 너튜브 보냐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정도로 전기를 쓰려면 사용료를 내고 쓰는 게 맞다고 본다. 하다못해 줄 정리라도 하는 게 인간의 도리다. 도서관에서 폴짝폴짝 줄넘기하게 만들지 말고, 완충됐으면 빨리빨리 좀 뽑자. 5% 남은 사람들 초조하게 기다리는 거 안 보이냐?
메모지 속 암호로 빌런을 퇴치하라!
행동지침을 고분고분 따르면 그게 빌런인가.
아무리 말해도 안되는 인간들이 있다.
그럴 땐 혼자 고통받지 말고 포스트잇으로 마음을 전하자.
싸움은 일으키지 않되, 미묘하게 기분 나빠지도록.
이렇게라도 해소해야 병이 안 생긴다.(세로읽기 주의)
[830호 – Issue]
Editor 권혜은, 기명균
Illustrator 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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