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자주 실망한다. 주말에 과제 끝내기로 해놓고, 잠만 자버린 나. 주량 조절 못 하고 술만 마시면 실수하는 나. 열심히는 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는 그저 그런 나. 나의 다양한 얼굴 중 팔 할은 싫은 모습이고, 그렇기 때문에 칭찬보다는 비난을 할 때가 더 많다.
돈이나 시간을 쓸 때도 그 대상이 내가 되면 어쩐지 인색해진다. 모임에 참석할 때는 삼만원씩 오만원씩 턱턱 내지만, 화장품을 사거나 머리를 할 때는 사치가 아닌가 싶어서 머뭇거린다. 늘 해야 할 일이 쌓여 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딴짓’을 했다는 생각에 괴롭다.
언제부턴가 늦잠을 자거나, 드라마를 보면서까지 자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의 가장 큰 적은 나’라더니, 실제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내게 가장 모질게 굴었던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취업 준비생 시절 쓴 일기를 보면 콩쥐를 구박하는 계모가 따로 없다.
출처: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서류 전형에서 다 떨어지고 애인과 고기를 구워 먹었던 날엔 이렇게 썼다. “뭘 잘했다고 고기씩이나 먹었나. 그게 다 시간이고 돈인데.” 누군가는 내게 ‘자신을 사랑해야 행복해진다’는 말을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나도 이미 머리로는 다 알고 있다. 다만 실천할 방법을 몰라서, 아픈 아내에게 소리나 빽빽 지르는 김 첨지처럼 굴고 있을 뿐.
그림 에세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나 같은 사람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다.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씨의 띄엄띄엄 인생기술’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시답잖아 보이지만 실용적인 팁이 가득하다.
출처: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행을 막을 수 없으니, 우리의 의지로 초콜릿을 사놓자”라든가, “힘들었던 날엔 뼈해장국을 먹는다는 규칙을 세우자”라든가. 실없는 조언들을 재미 삼아 따라 하다 보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를 다독이는 법을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해주기. 맛있는 걸 먹이고 괜찮다고 말해주기.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에는 피자와 맥주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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