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까지 늘 가족의 품에서 살아왔다. 부모님, 형제, 자매와 함께하는 일상은 물이나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가족을 떠나 낯선 환경에 던져졌을 때, 그제야 우리는 깨닫는다. “아, 당연한 게 아니었구나”
집을 나와 살기 전에는 몰랐던, 가족과 함께 살았기에 가능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갓 지은 밥에 맑은국, 밑반찬 몇 가지가 놓인 밥상을 두고 엄마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간단하게 차려놨으니까 국에 밥 말아서 한술이라도 뜨고 가”
그 간단한 밥상이 차리기가 이렇게 힘든 줄은 전혀 몰랐다. 음식을 만들기도, 차리기도, 치우기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밥 먹고 후식으로 과일까지 먹던 일상을 그리워하며, 오늘도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
-포항공대 16 박정은
집에 살 때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추워진다 싶으면 침대 위에 극세사 이불이 꺼내져 있었다. 교복 셔츠가 더러워져도 엄마한테 말만 하면 말끔해졌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단풍이 물드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사실은 엄마의 부지런함 덕분이었다는 걸,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다.
얼마 전 태어나서 처음 내 돈으로 직접 세탁비를 냈다.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경희대 16 유정은
독립해서 서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생일을 맞았다. 개강 전이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그래서 혼자 있어야 했다.
생일이면 케이크에 초 꼽고, 미역국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가족들이 없으니까 난 정말 혼자구나 싶어서 괜히 서러웠다.
-경희대 16 박수빈
우리 엄마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 어릴 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냥 둬도 깨끗한 집을 왜 그렇게 하루 종일 쓸고 닦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는 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매일 청소해도 화장실 개수대는 머리카락으로 막히고, 조금만 게으름을 피워도 수건 부족에 허덕이기 일쑤다.
-숙명여대 15 오지혜
나와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 물을 돈 주고 사야 한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쓰레기 봉지가 이렇게 비싼지도 몰랐다.
사실 기본적인 생필품, 그러니까 물이나 휴지, 비누나 샴푸 같은 게 떨어질 걱정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늘 집에 쌓여있었고, 엄마만 부르면 곧바로 빈자리가 채워졌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돈이 빠져나가니, 부모님과 살던 때가 좋았지 싶다.
-15 안지혜(가명)
가족들과 함께 살 때는 늘 집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래서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가끔은 말을 붙이는 가족이 귀찮기도 했다.
혼자 사는 지금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이야기 할 사람이 없어서 쓸쓸하다. 좋은 일에 같이 기뻐하고, 슬픈 일에 함께 슬퍼해 줄 사람이 없다.
내 감정을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하니 솔직히 조금 벅차다.
-인천대 16 정수정
Editor 한솔
Director 김혜원
Photographer Leobinus
Designer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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