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힐링 우울할 때 초콜릿처럼 꺼내먹어요 

▶ ‘이너 피스’를 찾아 헤매는 당신. 심신을 효과적으로 치유해줄, 피톤치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작품들을 추천한다. 잔잔하게 마음에 스며들어서, 혹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시원하게 해줘서 기분이 좋아지는 각각의 ‘힐링 파트’에 주목해보자.

1. 여러 가지 이유 웹드라마 박스

시험공부하기 싫은 이유도 한두 개가 아닌데

취업준비생인 주인공의 일상은 변명 투성이다. 시간이 있지만 사람 만날 여유가 없고, 자소서 앞에서 자꾸만 위축되고, 마음이 자꾸만 가난해진다. 변명을 늘어놓다 보면 구차해질 것 같지만 어째 거기에 구구절절한 사연이 없겠나.

<여러 가지 이유>는 취준생의 일상에 스민 우울감을 담담히 읽어 내린다. 핑계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이유들에 대해서. ASMR 같은 귀르가즘을 선사하는 주인공의 나직한 내레이션은 짠내를 증폭시킨다. 아마 취준생이라면 백퍼 공감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각각의 이유들에는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는 잔잔한 위로가 함께할 테니.

▶ 공식 채널: http://tv.naver.com/reasons

2. 샤워하는 남자 72초 TV

이 남자가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

샤워하는 동안에 ‘남자’는 혼자가 아니다. 그의 표정을 살피고, 샤워가 왜 늦어지는지 걱정하는 욕실의 요정들이 있으니까. 연륜이 묻어나는 샴푸의 요정이 위로를 건넨다. 심지어 ‘물’이 내레이션을 한다. 남자도, 당신도 외롭지 않을 거다. 연인과 헤어진 후의 허전함,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남자의 욕조에서 잔상처럼 떠오르기도, 선명해지기도 한다.

역시 샤워할 땐 상념만큼 좋은 친구가 없지. 샤워가 끝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뒤죽박죽이었던 일상도 제자리를 찾아갈 테니.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자극적이지 않은 구성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일상을 천천히 회복해가는 이야기라는 것, 거기에서 조용히 위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추천 포인트.

▶ 공식 채널: http://tv.naver.com/v/2050209/list/154333

3. 상사세끼 스튜디오 룰루랄라

아 ‘게새키 라면’ 먹고 싶네

꼰대들 틈에서 갖은 수모를 받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을들에게 <상사세끼>를 꼭 추천하고 싶다. 앞에서 말은 못 하고 울분을 속으로 삼킨 적이 있다면 ‘고독남’이 만드는 분노의 레시피에 분명 사이다처럼 속이 뚫리고야 말 것. 상사 뚝배기 깨듯 계란을 힘껏 깬 후 C자 하나 크게 8자 하나 크게 휘저어주면 된다.

역시 야채는 썰어버려야 제맛. 닭발은 오독오독 뼈까지 씹어 먹고. 마늘은 짓눌러 빻아줘야지. 수박은 씨 발라 먹고…. 요리에 이렇게 스트레스 풀리는 희열이 있었나? 먹방이 차고 넘치는 시대지만, 이토록 영혼이 치유되는 듯한 먹방이 있다니. 저주와 욕설을 가득 뿌려 넣은 특별한 레시피야말로 우리의 지친 영혼을 달래줄 비밀 재료라고! 다 보고 나면 꼭 ‘게새키 라면’을 먹어보고 싶을 것이다.

▶ 공식 채널: http://tv.naver.com/v/1878104/list/142018

4. 쎈 마이웨이 방송국에 사는 언니들

이제 힐링이라면 이 정도 화끈함은 있어야 한다

“여자친구가 타투를 지웠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라는 한 남성의 물음에 제아 언니가 받아친다. 제 주변에 타투를 한 사람들이 이십팔 명인데요. 자그마치 이~십팔 명! 단톡방 성희롱 때문에 고민이라는 한 여성의 제보에 치타 언니가 정색을 하고 말을 잇는다. 나는 맞짱 뜨는 스타일이거든, 내 혀로 패야 해.

“근데 오빠는 좀 안 서지?” 밖에서 만나는 진상들이 무섭고 더러워서 참고 살았다면, 고구마 같은 상황에 대해 ‘아닌 건 아니다’고 팩트로 팍팍 혼쭐 내주는 언니들의 돌직구가 진정 힐링이 되어줄 것이다. “괜찮아, 다들 그렇게 살아”라는 말이 위로가 아닌 폭력으로 느껴질 때, 방송국에 사는 센 언니들을 찾아가자. 영상 밑에서 공감과 눈물로 댓글을 다는 동지들까지 만날 수 있을 테니.

▶ 공식 채널: http://tv.naver.com/v/2056128/list/151277

[831호 – ISSUE]

Editor 김영화 movie@univ.me

Illustrator 남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