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문을 열 때마다 아빠는 한숨을 쉬곤 했다. 청소가 취미이자 특기인 위인으로서, 더러움에 너무나도 관대한 딸과의 동거가 순탄치 않았던 것이다. 내가 혼자서 자취를 시작한 날, 손수 입주 청소를 마친 아빠는 목소리를 낮추고 대단한 비법 하나를 전수해주었다.

 

“딸아. 청소가 어려운 게 아니다. 물건을 쓰고 제자리에 갖다 놓기만 하면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다.” 나는 마음속으로 대꾸했다. ‘그게 돼요?’ 물론 지당하신 말씀이다. 설거지도 그릇 하나, 수저 하나, 컵 하나일 때는 5분이면 끝날 별거 아닌 일인데, 며칠을 쌓아두면 에베레스트 등반보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바닥 청소도 마찬가지. 어제 맸던 가방, 그제 신었던 양말, 척척한 수건들이 널브러져 통행을 방해하니, 나도 청소기도 전의를 상실하기 일쑤다. 최근 몇 달은 의욕 상실의 최고점을 찍고 진정한 의미의 돼지우리에서 살았다.

 

‘더러움’의 척도 1부터 10까지 중 평소엔 7에서 8을 넘나드는 패턴이었는데, 요새는 그냥 10! 10! 10! 양궁 선수였으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을 점수다. 보통은 한번 심각한 상태를 맛 본 후 양심에게 볼기짝을 얻어맞아 평소의 수준으로 돌려놓기라도 하건만, 세 달도 넘게 10 상태(발음 주의)의 늪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는 나처럼 무기력에 붙잡혀 고통 받고 있는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요즘 두통이 잦다고, 불시에 짜증이 자꾸 올라와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아무 일도 못 하겠어. 너도? 왜 이렇게 모든 게 버겁지? 나도. 서로의 상태에 격하게 공감하다 친구가 소리쳤다.

 

“미치겠어. 지금 집도 완전 돼지우리야!” 허, 나도 그런데…. 당최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거지? 그제야 마음을 들여다보려 애썼지만, 난장판이 돼버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는 방 하나가 보일 뿐이었다. 나는 청소처럼 마음 정리도 계속 미루기만 했던 모양이다.

 

 

아빠의 청소 원칙대로 그날의 기분은 그날 풀고, 그날의 마음 역시 그날 알았어야 했는데. 귀찮아서, 마주하기 두려워서 방치해놓은 사이 잿빛 먼지가 두텁게 쌓이고 삐걱삐걱 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시간이 지속되면, 언젠가부터 그냥 기분이 ‘엉망’인 채로 살게 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과 감정 기복, 무기력, 능력 저하 같은 것들도 따라붙는다. 이 모든 걸 해소하기 위해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집을 한번 뒤집어보기로 했다. 방 청소는 닥치는 대로 시작이라도 할 수 있지만, 마음은 결국 그 이유를 끈질기게 찾아내야 하니까 당장 더 쉬운 쪽부터 해보는 것이다.

 

청소기로 머리카락 뭉치를 빨아들이고, 물건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놓고, 필요에 맞게 가구를 다시 배치하다 보면, 내 힘으로 일상을 다시 깨끗하게 정돈할 수 있다는 믿음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지난 토요일, 창문을 활짝 열고 집 구석구석을 쓸고 닦으면서 언젠가 아빠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빠, 매일 청소하는 거 귀찮지 않아요?” “아니, 마음이 개운해지지.”


[832호 – 독립일기]

Illustrator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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