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길에서 대형견 한 마리를 만났다. 커다란 덩치에 순한 눈빛, 기분이 매우 좋은지 혀를 헥헥 내밀고 있었다. 웃고 있는 표정이 귀여워서 눈을 못 떼고 한참 쳐다보았는데, 거리가 가까워지자 주인이 목줄을 확 끌어당기며 “저희 개는 안 물어요!”라고 외쳤다.

 

무, 문다고 안 했는데요…? 요즘 큰 개들을 보는 안 좋은 시선 때문에 견주들이 마음고생이 심하다더니 내 눈빛이 마치 ‘왜 입마개도 하지 않았나, 자네’ 하는 질책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이었다. 그냥 예뻐서 본 거라고 어색한 목례를 하고 지나치는데, 저 다급한 말투며 불안한 눈빛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어디서 봤나? 아니다. 내가 어디선가 했다. 이사를 하기 위해 처음 부동산을 찾은 날. 발바닥 아프게 돌아다닐 각오를 한 것이 무색하게 첫 집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지하철역과의 거리도 적당하고 집도 깨끗했다. 가장 중요한 월세도 합리적이었다. 나는 부푼 마음으로 언제 이사를 할 수 있는지 묻고, 순진하게 덧붙였다.

 

 

“아, 제가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설마 고양이 때문에 이사를 못 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주인에게 미리 이야기를 잘 해달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그 순간 온화했던 부동산 사장님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고, 곧 고양이가 얼마나 해로운 동물인지에 대한 일장연설이 시작됐다.

 

그녀는 자신이 중개했던 집을 고양이가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다며, 그 후로는 절대 고양이가 있는 세입자를 소개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며칠 전의 그 견주처럼 다급하게 말했다. “저희 고양이 되게 얌전해요. 벽 긁지도 않아요. 망가뜨리면 제가 물어주고 가면 되잖아요.” 트라우마가 너무 힘이 센 나머지 내 말이 조금도 가닿지 않는 눈치였다.

 

 

최후통첩이 날아왔다. “고양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세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등을 돌려 그 집에서 나오는 것뿐이었다. 한 젊은 중개사는 이렇게 조언했다. 동물 이야기를 하면 좋아할 집주인은 세상에 없으니, 조용히 ‘들고 들어가’ 사는 게 최선이라고.

 

그나마 개가 아니라 고양이라서 다행이라고. 아니, 그럼 개 있는 사람들은 다 어디서 사는 거지? 유견유죄, 유묘유죄인가? 그 뒤로도 약 두 달간 부동산 투어가 이어졌다. 어떤 이들은 고양이가 있다고 하면 골칫덩이를 보듯 했고, 어떤 이들은 “꼭 고양이랑 살아야 하는 거죠?” 되묻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냉장고나 세탁기를 처분하라는 말처럼 쉽게 내뱉었다.

 

 

나에게 소중한 만큼 그들도 내 고양이를 귀하게 여겨주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존재 자체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상했다. 몇 번의 ‘고나리질’과 계속되는 ‘멘탈 바사삭’으로 나는 전략을 바꾸었다. 젊은 중개사의 조언대로 입을 다물고 입주한 후, 숨소리도 안 내고 조용히 동거하기로.

 

하지만 법이란 어쩜 그리 치밀하던지(뉴스에 나오는 법은 허술하고 구멍이 뿅뿅 뚫려 있는 것 같았는데 말이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고 보자 특약에 떡하니 ‘애완동물 불가’라고 쓰여 있는 게 아닌가. 부동산도, 집주인도 동물에 대해 딱히 언급이 없기에 이렇게 등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토록 금지하는데 몰래 데려가 살고 싶진 않았다. 나는 또 우리 고양이는 조용하고 얌전하며, 게을러서 누워만 있다고 어필했다. 나이도 서너 살쯤 올려 점잖다는 걸 강조했다. 집이 망가지면 다 복구하고 가겠다는 문항을 계약서에 넣으면 괜찮다고 부동산 아저씨도 은근히 거들었지만, 집주인은 완강했다. “나는 그냥 고양이가 싫어.”라고 하는데… 뭐, 더 할 수 있는 말이 있나.

 

집에 돌아가는 길에 눈물이 찔끔 차올랐다. 나 이사 갈 수 있을까? 지금 집은 너무 추운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퐁이가 유일한 개인기인 이마 박치기로 맞아주었다. 심란해 죽겠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털 뭉치를 끌어안았다. “퐁아, 우리 이사 못 가면 어떡하지.”

 

타들어가는 내 속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녀석은 뒷발차기를 시전했다. 팡팡! “아, 잠깐만 이러고 있자.” 팡팡팡! “야. 쫌.” 파파파파파팡! 아무래도 엄살 부리지 말고 당장 나가서 집을 구해오라는 뜻인 것 같다….


[834호 – 독립일기]

Illustrator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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