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취향 불문하고 로맨스에 눈이 간다.

그래서 배우들의 케미와 아름다운 영상미를 기준으로 감성 터지는 영화들을 골랐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믿어줄 수 있어요?  시월애, 2000

 

“2018년 1월엔 눈이 많이 왔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문자가 왔다면? 심지어 보낸 날짜가 2019년 11월 11일, 그러니까 2년 후라면? 당장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며 번호를 차단하고 말 일이다. 그러나 카톡도 SNS도 없던 1997년의 성현(이정재)은 2년 후로부터 온 편지를 덜컥 믿어버린다. 뿐만 아니라 편지함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고, 심지어 사랑에 빠진다.

은주(전지현)의 화사한 웃음을 보면 잠시 ‘믿을 수도 있겠네. 아니, 믿고 싶겠네’ 생각되다가도 끝끝내 ‘말이 안 되잖아’ 하며 의심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겠다. 이게 21세기의 문제다.나이가 아무리 많아봐야 스물다섯 이하로 추정되는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이런 한줄평을 남겼다. “겪어본 적 없는 90년대가 그립다.”

90년대였기에 가능한, 2017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설정을 영화는 기어코 납득시키고 만다. 서해안의 노을 아래 외로이 자리 잡은 집 ‘일 마레’의 힘이고,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이정재와 전지현의 힘이고, 시간을 초월한 사랑의 힘이다.

WITH 동감(2000) 레이크 하우스(2006) 너의 이름은(2017) CAST 전지현, 이정재

LOVE IS 믿기지 않아도 일단 믿는 것

 

 

 

# 너에게 내어준 방이 어느 날 비어버렸을 때  와니와준하, 2001

 

현재의 연애에 만족 못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내 마음엔 방이 여러 개 있어서….” 묻고 싶다. 너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냐고. 자기는 싫으면서 다른 사람은 받아들이기를 원한다면 그냥 이기적인 거다. 큰 방 작은 방 운운하며 건물주 흉내 낼 일이 아니란 말이다.

와니(김희선)의 집에도 방이 여러 개다. 1년째 같이 살고 있는 준하(주진모)와 함께 자는 방, 그리고 예전에 같이 살았던 영민(조승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빈 방. 잠겨 있던 이 방을 준하가 알게 되면서 평화롭던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그런데 서두에 언급한 이들과 달리, 와니는 자기 마음에 여러 개의 방이 있다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변명하는 대신, 고민하고 아파한다. 정말 마음에 방이 여러 개 있다면 이 정도는 앓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수채화처럼 투명한 두 사람과, 떠난 영민의 빈자리가 여운을 남긴다.

WITH 봄날은 간다(2001) 호우시절(2009) 우리도 사랑일까(2012) CAST 김희선, 주진모

LOVE IS 마음 속 방을 내어주는 것

 

 

 

# 우리 기억 속에 남은 순간을 믿어요  캐쉬백, 2007

 

예능에서 자주 하는 퀴즈가 있다. 아이에게 단어 하나를 보여주고 그것에 대한 느낌을 한 문장으로 말하게 한다. 성인 출연자들은 이 힌트를 이용해 그 단어를 맞혀야 한다. 예상치 못한 정답이 공개되면 항상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순수한 정신세계를 강조하곤 한다.

그런데 원래 아이건 어른이건 누군가의 정신세계를 한 문장만으로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캐쉬백>의 주인공 벤 윌리스(숀 비거스탭)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한 번 맞춰볼 텐가? “자동차 사고랑 비슷해요.” “방에서 산소가 몽땅 빠져나간 느낌이에요.”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더럽게 안 가요.” 대번에 뭔지 알겠다면, 당신도 벤처럼 실연의 고통을 겪어 본 사람일 것이다.

며칠째 잠도 못잔 벤은 시간을 빨리 보내기 위해 정반대로 상상한다. 시간이 멈췄다는 상상. 모든 게 멈춘 세상을 이곳저곳 살펴보면서 벤이 깨달은 건 찰나의 소중함이다. 그 찰나를 가볍게 봤다가는, 또 다른 사랑을 놓칠 테니까. 놓치고 싶지 않든, 이미 놓쳐봤든 이 영화를 볼 자격으로는 충분하다.

WITH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 이프 온리(2004) 수면의 과학(2006) CAST 숀 비거스탭, 에밀리아 폭스

LOVE IS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것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페인티드 베일, 2006

 

쉬운 사랑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힘들게 시작한 사랑도 허무하게 깨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깨질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깨지는 거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세균학자 월터(에드워드 노튼)는 파티에서 만난 키티(나오미 왓츠)를 보고 첫눈에 반해 며칠 만에 청혼한다. 사사건건 구속하는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키티는 청혼을 받아들인다. 덜컥 부부가 되었지만 성격이나 취향이 너무 달라 점점 소원해지는 두 사람. 키티는 사교모임에서 만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월터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상황을 바꿔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별의 수순을 밟는 것처럼 보이던 관계는 월터가 오지 산골마을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전환을 맞는다. 콜레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이곳에서 예전엔 몰랐던 무언가를 깨달은 두 사람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힘든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두 시간 동안 미묘하게 바뀌는 월터와 키티의 연애함수가 남 얘기 같지 않을 것이다.

WITH 오만과 편견(2006) 어톤먼트(2008) 만추(2011) CAST 나오미 왓츠, 에드워드 노튼

LOVE IS 끝나고 난 후에야 알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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