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준 적 있나요? 카톡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영혼 없는 이모티콘만 계속 보냈다고요? 별거 아니지만 어렵고, 잘 하면 삶이 윤택해지는 관계의 기술. 자기계발서의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 똑부러지는 2030 사회인들의 실질적인 생존 팁을 전수 받아 왔습니다. 


01. 욕 적게 먹으며 부탁 거절하는 법

정문정 + 음식은 항상 거절 못합니다

 

제게는 부탁을 거절하면서도 욕을 적게 먹는 세 가지 비법이 있습니다(아예 안 먹을 수는 없어요. 욕을 먹고 싶지 않다면 부탁을 들어주면 됩니다). 우선은 반갑게 연락을 받으세요. 환대하며 경청한 후, ‘그렇게 중요한 일에 나를 떠올려줘서 고마워’라고 감사를 전해요. 조금 생뚱맞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살이 조금 빠진 것 같다든지 하는 식으로 칭찬을 곁들여도 좋아요. 그래야 당신에게 호의가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기 때문이죠.

 

다음으로는 “생각 좀 해볼게. 언제까지 확답을 주면 돼?” 하고 묻습니다. 오늘 내일 중으로 답을 달라고 한다면 이 부탁에서 당신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거절당해 당신에게까지 왔을 확률이 높으니, “답을 빨리 줘야 대안을 찾겠네”라며 빠르게 답합니다. 그토록 급한 일이라면 부탁하는 사람도 무리임을 알고 있고, 안 될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오히려 시간을 끈 후 거절했을 때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 쉬워요. “네가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 지금은 한강 물도 차갑단 말이야”라는 원망을 듣게 될지도 모르죠.

 

답을 주는 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스케줄을 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합니다. 단, 안 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꼭 풍겨두세요. 하루 이틀 정도가 지난 뒤 연락해 최대한 부탁을 들어주려 했지만 ‘도저히 일정이 안 되어서’ 또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어렵겠다고 말하면 됩니다. 너무 구체적으로 변명하면 구차해 보여요. ‘미안해. 다음에는 꼭 해줄게’는 금기어입니다. 진심 없이 말해도 좋은 건 인사와 칭찬뿐이예요. 부탁 받은 일을 해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마음이 기껍고 편안한 상태여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02. 잘 부탁하는 방법

김철은 + 하루 일과 중 80%가 부탁인 디지털 마케터

 

센스와 예의를 갖추며 성공률까지 높이는 부탁의 기술. 딱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첫째, 며칠 전에 미리 연락합니다. 부탁이 어려운 이유는 ‘갑작스럽게 연락해서 부탁을 하면 괘씸하지 않을까’ 찔리기 때문이죠. 실제로 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가 뜬금없이 부탁을 받는 경우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그래서 ‘미리 연락하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신촌 지나가다 공방을 봤는데, 그때 형 팔찌 뭐 살지 고민하셨던 게 생각나서요. 잘 지내시죠?”처럼 추억과 공감 요소들을 이용해서 말을 걸어보세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다 마무리 지은 후, 2~3일 후에 다시 연락하는 거예요. “얼마 전에 형이랑 문자했던 게 생각나서 연락드려봤어요.

 

혹시~”와 같은 형태로 운을 띄우면 부탁이 훨씬 수월해져요. 부탁 받은 사람 입장에서도 거부감이 덜하고요. 둘째, 상대방이 여유 있을 타이밍을 공략합니다. 같은 과 친구에게 부탁을 한다고 칩시다. 오전 8시에 등교 준비를 하며 받는 부탁과 오후 8시 하루의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받는 부탁 중 뭐가 더 편하게 느껴질까요? 몸이 여유 있을 때 부탁을 받아들일 마음의 자리도 생기는 법이예요.

 

그렇다고 너무 늦은 시간은 금물. 적당히 풀어져 기분이 가장 좋을 타이밍을 공략합시다. 마지막은, 정말 당연한 일이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잊어버리는 법칙. 얼굴 보고 부탁할 일은 제발 만나서 합시다. “올 때 메로나” 같은 일이 아닌,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부탁이라면 직접 만나는 것이 좋아요.

 

과외 같은 꿀알바 연결, 아주 소액이라도 돈을 빌리는 일, 부득이하게 나의 일을 대신 해줄 것을 부탁하는 일 등이 있겠습니다. 캔 커피 같은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당신의 미안함, 고마움을 표현할 무언가와 함께라면 더욱 좋습니다.

 

 

03.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 끊어내는 방법
백수빈 + 착하게 돌려 말하는 게 제일 어려운 honest bitch

 

“잘 지내?” 한 다음 바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말한다거나, 또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 어려워 궁금하지도 않은 근황을 묻는 경우. 이런 패턴이 몇 번 반복되면 느껴집니다. 아, 얘는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구나.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한다면 애교 섞어 서운함을 토로합니다. “◯◯아, 너는 꼭 용건 있을 때만 연락하더라ㅠㅠ 평소엔 나 안 보고 싶어?”

 

더 친한 사이라면 “나쁜 년. 너 내가 남자친구랑 헤어진 건 아냐?” 이런 식으로요. 오래 갈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면 반성하고 앞으로 조심하죠.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전화를 안 받아요. 카톡이 왔다면, 상대가 그 일을 해결하고도 남을 만큼 시간이 지난 후에 답장합니다. 그리고 절대 원하는 걸 주지 않아요. 나한테 아주 쉬운 거라도요.

 

기억이 안 난다, 알아보겠다, 안될 텐데… 등등 애매하고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난 네가 원하는 걸 해줄 의지가 없다는 걸 어필하는 거죠. 내게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걸 인지하면 더 이상 연락하지 않더라고요. 간혹 예전에 친했던 사람이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경험상 옛정 때문에 천천히 멀어지려고 하면 서로 상처만 깊어지는 것 같아요.

 

고민은 오래, 시그널은 간결하고 정확하게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친한 사람들이 많다면, 그들이 당황스럽지 않게 미리 내 입장을 설명해두는 것도 좋아요. “요즘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 친구와 거리를 두고 싶다. 너네는 신경 쓰지 마라. 그 친구를 만날 때는 나를 빼고 보면 좋겠다.” 정도로 언질을 주는 거죠. 단, 그들을 내 편 만들려고 상대를 비방하는 건 나쁜 놈들이나 하는 짓이니 하지 맙시다!

 

 

04. 서운함을 기분 나쁘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
김슬 + 입으론 말 못 하고 눈으로 욕하기 만렙

 

누군가 무심결에 던진 말과 행동에 마음이 확 상하는 날이 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 분노는 배가 되죠. 쟨 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자문자답을 이어가다 보면 결론은 늘 진창입니다. 그 시간에 상대방은 스마트폰을 신나게 하다 발 뻗고 자겠죠. 그러니 서운한 게 있다면 무조건 말해야 합니다. 어떻게요? 진지하게요.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기 싫어서 웃음 반 비꼼 반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지난날을 떠올려봅니다. 마음이 꽁기한 채로 아무렇지 않은 척 대화를 합니다. 상대방은 내가 이런 상태인지 전혀 모릅니다. 대화를 하다 날 서운하게 했던 일과 연관된 발언이 나오면 서서히 화가 납니다. 상대방은 역시 모르죠. 단어를 고르고 고르다 적당히 센스도 있고 뼈도 있는 말을 골라서 날립니다.

 

상대방은? ‘ㅋ’을 30개쯤 쓰고 “저격 쩌네!”라며 낄낄댑니다. 그리고 끝입니다. 나의 회심의 발언은 카톡방의 수많은 드립 중 하나가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죠. 뭐가 해결됐나요? 나는 사과를 받지 못했고, 그 친구의 변을 듣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서운하다는 이야기는 최대한 각 잡고 하길 추천합니다.

 

“나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언제 시간 돼?” 진지하게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민합니다. ‘내가 얘한테 뭘 잘못했나?’ 어제, 그제, 한 달 전 일까지 돌아보죠. 지금 당장 말하라고 한다고 카톡방에 줄줄 쓰진 마세요. 서운함에 대한 대화는 얼굴을 보고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웬만하면 이틀 내에 약속을 잡고 만나세요. 텀이 길어지면 어색해지기만 합니다.

 

식사 자리보다는 조용한 카페에서 운을 떼는 게 좋겠죠. 포인트는 당신이 이런 행동을 해서 “내가 속상했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너 때문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내 감정에 방점을 찍는 것이죠. 너가 ~해서 서운해”라고 말하면 “난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부터 튀어나올 수 있지만, “너가 ~했을 때 되게 속상했어”라고 말하면 뭐라고 할까요? “아, 미안해…”가 먼저 나오지 않겠어요? 사실 그 말만 나오면 우리 마음도 스르륵 녹아 내리잖아요.

 

 

05. 위로 잘 하는 법

전아론 +장래 희망은 시간과 사랑이 아주 많은 사람

 

우선, 위로가 필요한 친구에게 뭐가 문제인지 자꾸 묻지 마세요. 힘든 이유가 타당한지 아닌지 평가할 필요도 없고요. 그것보다 더 힘든 사람 많다는 말은 더더욱 필요 없어요. 중요한 건 친구가 얼마나 힘든지 어떻게 힘든지, 그걸 알아주는 거예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 친구가 했던 말을 되풀이하거나 재조합해서 질문하기. 애인과 헤어진 친구가 “자꾸 밤만 되면 외롭더라”라고 말한다면 “밤에 더 외로운 거야?”라고 묻고, 오래 함께한 반려 동물을 떠나보낸 친구가 “뽀삐가 마지막 순간에 무슨 말을 하려는 것처럼 나를 한참이나 쳐다봤거든”이라고 말한다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였을까?”하고 묻는 거죠. 이어지는 질문으로 인해, (친구가 원한다면) 더 깊은 이야기까지 꺼낼 수도 있을 거예요. 마음이 힘들 때,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위로 받았다고 느껴요.

 

두 번째, 내가 친구의 입장이라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지 얘기하기. “맞아. 나도 애인이랑 헤어졌을 때 며칠 동안 잠도 못 잤어.” “10년을 함께한 뽀삐니까. 나라도 너무 슬플 것 같아.” 일종의 역지사지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기분’을 얘기하는 거예요. 내가 너라면 어찌어찌해서 나아질 거야! 이런 식은 곤란해요.

 

친구에게는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같이 느껴주려는 노력이 위로가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역시 위로의 핵심은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에 있어요. 몇 마디로 끝나는 위로는 위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아픈 사람과 같아요. 혼자서 아픈 건 정말 외롭죠. 그런데 내 아픔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만큼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어요.

 

“오늘 기분은 어때? 괜찮아?” “OO 갔는데 네 생각났어. 다음에 같이 가자.” 내가 보낸 뜬금없는 메시지나 실없는 전화 한 통이 친구에게 위로가 되는 순간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렇게 툭툭 털고 일어난 친구가 언젠가 끙끙 앓는 내게 위로를 건네는 순간도 생기겠죠. 위로를 주고받으면서 함께 어른이 되어간다는 거, 괜찮을 것 같지 않나요?

 

 

06. 사과 잘 하는 법

권혜은 + 실수하고 금방 반성하는 선천적 쭈구리

 

사과를 회피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런 변명을 합니다. ‘구구절절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었다’,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근데 인간관계는 대단히 큰 사건 때문에 틀어지는 게 아닙니다. 사소한 앙금이 하나둘 쌓여서 꽝 하고 터지는 거죠. 장난의 경중을 가해자가 따져서는 안 되듯, 잘못의 사소함은 사과하는 사람이 따지면 안 됩니다.

 

사과의 첫걸음은 문제 인식과 진정성이에요. 그 다음 상대의 허락을 구해야겠죠.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잠시 시간 있어?” 상대에게도 사과받을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해요. 그러고 나서 차근차근 운을 떼는 거예요. 사과에서 제일 나쁜 건 두루뭉술하게 퉁 치는 거거든요. 잘못된 상황에 대한 육하원칙이 정확히 들어간 서술이 베스트입니다.

 

잘못을 깨닫게 된 과정까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완벽하죠. 용서 받지는 못하더라도 상대를 납득시킬 수는 있을 거예요. 대면하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면 카톡도 무방합니다. 단, ‘죄송합니다’ 다섯 글자 대충 갈겨 쓴 카톡이 아니라 펼쳐보기 직전까지 갈 장문에 마음을 굽이굽이 담았다는 전제 하에서입니다.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관계없지만, 맞춤법은 꼭 지키는 게 좋고, 가벼워 보이는 이모티콘은 금물입니다. 관계에 따라서는 ‘ㅠ’의 개수가 진정성의 표현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분노를 증폭시키는 요소 중 하나이니 자제하는 게 좋아요. 때로는 사과를 위해 나를 내려놓기가 어려울 때도 있겠죠.

 

그럼에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드라마 퀸’에 빙의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이대로 잘못을 제때 사과하지 못한 채로, 평생 그 사람을 다신 만날 수 없다면?” 제가 자주 써먹는 방법인데 특히 부모님하고 싸웠을 때 효과가 좋습니다. 이 방법을 써도 사과할 마음이 안 들고 전혀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다면, 그냥 그 사람 평생 만나지 말고 살아요.

 

 

07. 듣기 싫은 대화를 끊어내는 방법

김철은 + 생활의 달인 ‘빙썅’ 편에 출연했습니다.

 

듣기 싫은 대화를 끊어내는 방법에는 화제 돌리기, 말꼬리 잡기, 나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며 공감대 형성 실패시키기, 화장실 가기, 급한 전화 온 척하기, 공감하는척 하며 한 방 먹이기 등등이 있습니다. 전 이 방법들을 때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사합니다. 달인이니까요. 하지만, 싫으면 얼굴에 곧이곧대로 드러나는 맑고 투명한 영혼의 소유자들을 위해 초보적인 기법 몇 가지만 소개할게요.

 

제일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은 대화의 흐름을 끊는 겁니다. “야, 미안한데 나 계속 참았더니 오줌보 터질 것 같아” 하며 화장실로 튀거나 전화를 붙들고 밖으로 나가는 거죠. 전 ‘Fake – call me’라는 어플을 애용합니다. 시간과 번호를 설정하면, 몇 분 후 전화가 걸려오는 기가 막힌 어플이죠. ‘차장님’이나 ‘아빠’에게 전화 온 척 달려 나가 한참 뒤 들어오면 자연스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어요.

 

말꼬리를 잡아 다른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있어요. 예를 들어 선배가 자기 술 마신 얘기를 주야장천 하는데 듣기 싫다? 그럴 땐 이렇게 말해보세요. “저 어제 술 먹고 죽어서 지금 술 얘기 하면 토할 것 같은데 비닐봉지 있으시면 좀 주세요.” 본인에게 동조를 강요한다고요? “아, 맞다. 선배 저한테 빌려간 거 안 주셨죠? 저 그거 없어서 어제 큰일 날 뻔했어요.(울상)”라고 다른 일을 상기시켜주세요.

 

저런 말도 안 나온다면,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속 쳐다보면 됩니다. 왜 쳐다보냐고 물어보겠죠? 그럼 “네? 뭐라고 하셨죠? 죄송해요. 갑자기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멍했어요.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하면 대부분 말이 쏙 들어갑니다. 자꾸 빻은 소리를 지껄이는 선배, 상사에게는 한마디면 됩니다. “헐^^” 미소를 머금은 채 ‘헐’을 다섯 번쯤 하면 무안해서 입을 닫을 거예요. 뜨악한 표정을 지으면 희열을 느끼는 이상한 놈들도 있으니,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합시다.

 

 

08. 꼰대라고 불리지 않는 방법

김영화 + 아마추어 꼰대 연구가

 

‘꼰대’는 어쩜 이름도 ‘꼰대’일까요? 벌써 비호감이잖아요. 우리 모두 한두 번쯤 자기 검열 해본 적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검열과 실천은 다르죠. “엠티 어디로 간다고? 그냥 무난하게 가평 가~ 선배들도 다 그랬어.” “야, 우리 때는 팀플 할 때~” 같은 말을 해놓고 “아, 나 꼰대 같나?”라고 물어보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답정너’네요.

 

젊은 꼰대들은 그래도 내가 너보다 좀 더 안다거나, 이 말이 꼭 도움이 될 것 같다거나 하는 착각에 빠집니다. 후배들이 뭘 몰라서 저러나 보다 싶겠지만, 그들도 대부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각자의 사정이 있을 테니 함부로 조언하려 들지 맙시다. 뭐라도 훈수를 두고 싶어 성대가 드릉드릉할 때는 자문해보아요.

 

‘내가 이 말을 선배에게도 할 수 있을까?’ 언제든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꼰대가 되기 싫다고요? 그들이 직접 SOS 요청을 하기 전엔 어떤 충고도 하지 마세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을 때가 있지 않느냐고요? 아닙니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어요.

 

굳이 한 마디 하고 싶다면 “◯◯이면 이래야지”,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같은 당위형 문장을 “◯◯ 같아”, “◯◯이라고 생각해”처럼 유보형 어미로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확신에 찬 말투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권위가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권위는 남들이 판단하고 부여해주는 거니까요.

 

일본의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내 안의 꼰대스러움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화의 중심을 상대에게 맞추라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어딜 갔다 왔는데~”보단 “최근에 어딜 갔다 왔어?”라고 물어보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내 얘기 그만하고, 질문하라는 겁니다.

 

 

09. 카톡 마무리 자연스럽게 하는 방법

백수빈 + 그나마 카톡 자아가 친절한 honest bitch

 

1. 안 친한 사람들이 섞여 있는 단톡방 날 콕 찍어 말을 걸지 않았다면 말없이 ‘읽씹’해도 됩니다. 그게 민망하다면, 4~5시간이 지난 후 “아! 너무 바빴네. 이제 봤다” 정도로 대답합니다. 대화에 적극 참여하고 싶지 않은 방이라면 바쁨을 지속적으로 어필하세요. “너무 바빠” “~해야 해서 정신이 없다” 등등 삶에 찌들어 있다는 밑밥을 깔아놓으면 어느 순간 ‘그러려니’들 합니다.

 

2. 선배, 교수님 등 대하기 어려운 사람과의 카톡 한창 얘기하다 “고마워”, “그래, 언제 한번 보자” 등의 형식적인 말이 나올 즈음. “네, 선배. 주말 잘 보내세요!” “네 선생님. 점심 맛있게 드셔요!” 등등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는 말로 끝맺습니다.

말로 퍼주는 행복, 많이 나눌수록 좋잖아요? 그럼 상대는 거의 99%의 확률로 “응, 그래. 너도~”라고 답할 겁니다. 그때 귀여운 이모티콘 하나 보내면 대화가 종료됩니다. 만약 상대방이 더욱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응수한다면, ‘읽씹’합니다. 안심하세요. 이모티콘만 보낸 카톡은 답장 안 해도 됩니다.

 

3. 팀플 단톡방 이런 단톡방은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필요 없는 대화로 넘어갔을 때 상황 정리를 하면 됩니다. “그럼 우리 ◯◯은 이렇게 하기로 한 거지?” 같은 식으로 프로젝트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죠. 상대가 대답을 하면, “그래, 잘 준비해보자. 모두 고생했엉!”라고 마무리 카톡을 보낸 후 ‘읽씹’합니다.

 

4. 오랜만에 연락하는 친구와의 카톡 오랜만에 연락하면 할 말이 급속도로 줄어듭니다. 만약 약속 날짜를 잡았다면, “그럼 ◯◯아, 자세한 얘기는 20일에 하자! 할 말 겁나 많음ㅋㅋㅋ” 요런 느낌으로 곧 만날 날에 더 많은 대화를 나누자고 유도합니다. 만날 날을 안 정했다고요? “◯◯아, 조만간 날짜 맞춰보자ㅋㅋ 또 연락해! 난 일이 많아서 가봐야겠음ㅠㅠ” 이렇게 끝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면 됩니다. 오랜만에 연락하는 친구면 오래된 친구니까 대놓고 얘기해도 보통 이해합니다.

 

 

10. 싫어하는 사람과 티 안 내고 공적인 일 잘하는 방법

김영화 + 페르소나가 여러 개인 사람

 

우리는 종종 불편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됩니다. 싫은 티 팍팍 내자니 껄끄러워질 거고, 거짓 미소 지어가며 감정노동하자니 억울하겠죠. ‘돌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이곳에서 나의 존엄을 지키는 ‘정신승리 3단계’를 알려드릴게요. 우선은 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합니다. 외적 인격, 즉 가면을 쓴다는 뜻인데요.

 

사적인 감정이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최대한 냉철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다른 동료들에게 티를 내면 “쟤가 저 사람을 싫어하네”로만 받아들여져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거든요. 설상가상으로 ‘분위기를 흐린다’는 눈총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 섣불리 감정을 드러내는 건 주의. 그 XX가 이상하다는 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밝혀질 수 있어요.

 

그러니 후일을 도모합시다. 철벽 페르소나를 쓴 채 가슴 속 분노를 잘근잘근 우겨넣은 멘트 하나 정도 날려줄 수 있겠죠. “아, 이거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곤란한 표정) 그 사람의 잘못된 업무 방식을 비판할 순 있잖아요? 그렇다면 이 풀지 못한 빡침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카톡을 켜고 베프를 찾습니다.

 

그리고 속에 쌓여 있던 온갖 분노를 오독오독 씹어줍니다. “아니, 저 XX가 또 나한테 XX를….” 어쩌겠어요. 그렇게 시원하게 게워내고 나면 조금 가뿐해질지도 몰라요. 친구에겐 나중에 꼭 밥을 사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정신승리의 완성을 도와줄 주문, ‘이 사람만 버티면’을 나직이 읊조려봅시다.

 

이 인간만 버티면 나는 어떤 ‘돌아이’도 다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죠. 다이어리에 팀플 발표날을 빨간 펜으로 크게 체크해두는 것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어요. 난 시방 위험한 경주마여, 오직 이 날짜만 보고 달린다!


[835호 – issue]

Intern 김영화

Illustrator 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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