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너의 여섯 번째 임용고시를 이틀 앞둔 날. 서울에서 시험을 본 후 우리 집에서 자고 가겠다던 너는, 며칠 전 그냥 바로 천안으로 내려가겠다고 말했어.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두통약을 오전 오후에 한 번씩 먹는다고 했지.

 

나는 뭐라고 했더라. 그냥 입만 뻐끔거렸어. 네가 수면유도제를 먹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약 없이 잠을 자기 위해 맥주를 마시며 공부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처럼. 네가 처음 임용고시를 봤을 때가 떠올라. 연습 삼아 보는 거라고 했지만 막상 떨어지니까 아쉬워하는 것 같았어. 감을 잡았으니 내년엔 꼭 붙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지.

 

 

너를 아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을 거야. 너는 욕심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애잖아. 그렇게 겨울마다 시험을 본 지 올해로 여섯 번째가 됐어. 너무 긴장해서 1년, 실기에서 떨어져서 또 1년, 1점 차이로 미끄러져서 다시 1년. 무심하게 시간이 쌓이는 동안, 자신감으로 반짝이던 네 얼굴에는 조금씩 그늘이 지더라.

 

너는 자꾸 성격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어. 방학마다 연수와 여행을 다니는 번듯한 ‘정교사’ 남자친구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말끝마다 “걘 정교사잖아”를 붙이는 스스로가 싫다고 말했지. 언젠가부터 네 마음은 ‘난 대체 언제?’라는 조급함으로 가득 물든 것 같았어.

 

 

 

 

 

같은 학교에서 일하면서도 기간제 교사라고 은근히 선을 긋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엄마의 독촉 아닌 독촉에 스트레스 받는 날에는 대체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느냐고 화를 냈지. 말주변 없는 내가 생각해낸 위로는 고작 이런 거였어.

 

사람에겐 일생 동안 주어진 시련의 양이 있는데, 넌 젊었을 때 고난을 몰빵당했으므로 앞으로는 레드카펫만 깔릴 것이다. 그럼 넌 누군가에게 확인 도장을 받듯 되물었어. “진짜 그렇겠지?” 그럴 때마다 힘주어 당연하다고 대답했지만, 솔직히 나 자신이 없더라. 불행과 행운은 공평하게 배분되는 게 아니니까.

 

학자금, 아픈 아버지의 병원비, 자꾸 문턱에서 좌절되는 꿈. 그 모든 걸 혼자 버텨온 지긋지긋한 20대를 나중에 어떤 식으로 보상 받을 수 있을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 시련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정말이지 멱살을 잡아 흔들며 대신 물어봐주고 싶다. 대체 네 인생엔 언제 볕이 드느냐고 말이야.

 

 

그래도, 있잖아. 너의 미래는 아니더라도 너의 과거와 현재를 나는 알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긴 터널 같은 시간을 꿋꿋이 걸어온 너를. “나 우리 학원에서도 최고 장수생이다? 근데 오래 공부한 사람만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있을 테니까 엄청 우울하진 않아”라고 말하는 씩씩한 너를.

 

올해는 잘 될 거라고 또 한 번 너를 믿어주는 용기 있는 너를. 6년 동안이나 희미한 불빛 하나 보고 달려온 너의 절실함을 존경해, 친구야. 그러니 시험이 끝나고 충분히 혼자 있은 후에, 내가 보고 싶어질 때쯤 연락해. 그땐 내가 너 있는 곳으로 갈게.


[836호 – 독립일기]

illustrator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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