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AL <빌리 엘리어트>
졸업이 코앞이었지만 좀체 현실감이 없었다. 별로 하고 싶은 일도 없었고, 꿈은 피곤했다. “너는 뭘 하고 싶어?”라며 넌지시 묻는 질문에도 가슴이 묵직해졌다. 인절미를 급히 삼킨 사람처럼. 그즈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포스터를 발견했다. 무슨 호기에서였지. #예비백수는 미친 척하고 표를 끊었다.
아는 거라고는 ‘영화가 원작이래~’ 정도. 막상 공연장에 가서도 멍한 눈으로 늘어져 있었다. 시작하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흐물흐물한 자세를 고쳐 잡게 되었지만. 발레의 B도 모르던 소년 빌리. 후줄근한 탄광촌 꼬마는 무대 위에서 몸이 부서져라 춤을 췄다. 좋아서 춤을 추고, 즐거워서 춤을 추고, 분노해서 춤을 추고,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저절로 춤을 췄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울어버렸다. 천재성에 압도당했거든. 그냥 알게 된 거다. 나한테 저런 ‘꿈’은 없을 거고, 앞으로도 영원히 오지 않을 거란 걸. 대학생활 내내 피해온 진실을 마침내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도 없고, 재능은 공평하지 않다.
특별한 주인공이 되기는 상상 이상으로 쉽지 않다. 애초에 빌리의 실제 모델이 누군가. 영국 북부 탄광촌 출신으로 세계 3대 발레단인 로열 발레단에 입단한 필립 모슬리다. 2017년 ‘한국 빌리’들은 무대에 서기 위해 오디션부터 트레이닝 기간에만 2년을 쏟았단다. 인정하고 났더니 비로소 꿈을 꾸는 게 쉬워졌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아졌다.
경이로운 사람이 되기보다 경이로운 순간을 목격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보통의 일상에서 위로가 되는 순간을 만나길 바라게 됐다. 아주 사소한 꿈이란 얼마나 좋은가. 빛나지 않는 꿈도 행복할 수 있었다. 무용수로서는 실패했어도, 누구보다 먼저 빌리의 재능을 알아 본 미세스 윌킨슨처럼.
빌리를 로열 발레단에 보내며 폐업 직전의 탄광에서 삶의 의지를 되찾은 아빠처럼, 파업으로 근근이 살아가면서도 빌리의 오디션 비용을 모아 주었던 파업 광부들처럼. 작은 꿈들이 보태지지 않았더라면, 세상 모든 ‘빌리들’은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봐라. 사소한 꿈의 힘은 이토록 크다.
– 주인공을 꿈꾸지 않는 사람
[837호 – weekly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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