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을 입다]

2017년은 대중문화 속에서 은근히 ‘페미니즘’이 흥한 시기였다. TV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유튜브를 틀었다가 통쾌했던 순간들만 가져왔다.


 

 

# 사이다 여주들

그간의 드라마는 여주에게 가혹했다. 멋진 남주의 들러리거나, 외로워도 슬퍼도 사고 치는 ‘캔디’나 ‘민폐녀’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들을 보라. 연쇄 성폭행범도 때려잡는 괴력을 지닌 도봉순(JTBC <힘쎈 여자 도봉순>), 가부장제와 대가족의 압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결혼 인턴제’를 외친 변해영(KBS2 <아버지가 이상해>), 성희롱하는 직장 상사에게 선 경고 후 주먹을 날린 우수지(tvN<이번 생은 처음이라>)까지. 여주인공은 모름지기 ‘귀엽고, 의존적이고, 불쌍해야’ 한다는 편견을 조각조각 내주었다. 다시 봐도 반하겠네.

 

 

# 할 말 다하는 유튜버

업로드는 자유롭되, 규제는 어려웠던 ‘유튜브’는 여성 유튜버 살해 협박 사건으로 호된 진통을 앓았다. 그러나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도 보석 같은 여성 유튜버들은 존재했다!

뷰튜버 개코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화장’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화장’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있고, 제아와 치타는 친언니처럼 다이어트와 연애, 친구 관계 등 생활 속에서 ‘마이 웨이’를 실천하는 법을 ‘쎄게’ 조언해준다. 혐오 콘텐츠에 어택 당하고 눈 씻고 싶을 때 구독하면 좋다.

 

 

TV에서 젠더 교육을

상상이나 했겠나? 예능에서 저질스러운 19금 농담이 아니라, 성생활과 젠더에 관한 유익한 토론을 보게 될 거라고. 선두주자인 EBS <까칠남녀>는 매주 여성 혐오·낙태 합법화·안전 이별·직장 내 성희롱 등 현재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들을 꺼내들었다.

여성 패널들이 문화·연예·정치·예술 등 각 분야의 이슈에 대해 할 말 다 하는 토크쇼 On Style <뜨거운 사이다>나 여성의 성과 건강에 관한 정보를 낱낱이 파헤치는 On Style <바디 액츄얼리>도 등장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우선 ‘여성의 목소리’를 이끌어낸 것에 박수 쳐주고 싶다.

 

 

37만 며느라기

이번 추석, SNS에 올해부터 제사를 파업했다거나, 폐지했다는 제보가 속속 들려오더라. 여성들의 인식 변화에는 사회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웹툰 <며느라기>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만 발행하는데도, 구독자가 무려 37.7만! 인기와 작품성에 힘입어 ‘2017년 오늘의 우리 만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주인공 민사린에게 공감한 여성들이 많다는 소리겠지? 슬프게도 <며느라기> 속에 절대 악은 없다. 보통의 연애, 보통의 결혼, 보통의 출산 속에 깊숙이 기생한 ‘가부장제’만이 있을 뿐. 12월부터 시즌2가 시작된다니 복습하러 가야겠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

2014년 엠마 왓슨은 UN 여성친선대사로서 양성 평등 캠페인 ‘HeForShe’를 위한 연설을 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엠마 왓슨의 독서 리스트를 따라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반작용도 있었지.

미국 일베로 불리는 ‘4chan’의 해커로부터 누드 사진을 유포하겠단 협박을 받은 것. 올해는 「배니티페어」와 진행한 토플리스 화보 촬영으로 성 상품화와 ‘반 페미니스트’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페미니즘이란 뭘까? 엠마 왓슨은 이후 BBC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혔다.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자기)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김지영과 현남 오빠

여성 소설이 사랑받은 한 해였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11월 기준으로 41쇄 42만부 출판을 기록했다. 2쇄도 펴내기 어려운 출판계에 획을 그은 사건인 셈. 이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폭력’을 다룬 박민정 작가의 『아내들의 학교』와 강화길 작가의 『다른 사람』도 출간되었고, 아예 ‘페미니즘 소설’을 전면에 내세운 소설집도 등장했다.

조남주·최은영·김이설·최정화 등 여성 작가들 7명의 단편을 모은 『현남 오빠에게』 말이다. 의미심장한 제목처럼 전 연령대 한국 여성의 생을 관통하고 있다. 이 책도 출간 2주 만에 1만 부가 판매됐다.

 

 

# METOO 캠페인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온 사실이 드러났다.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나도 피해자다”라는 뜻의 #Metoo 해시태그 캠페인을 제안했다. 순식간에 배우 에반 레이첼 우드, 뮤지션 비욕과 레이디 가가 등 수 많은 여성들이 동참했고 게시물은 수십만 건에 육박했다.

세계적인 스타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레아 세이두 등도 매체에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제 #Metoo캠페인은 할리우드를 넘어 미국과 영국 의회, 그리고 온 세계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세계의 여배우는 오늘도

국적을 불문하고, 제작자들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사의 여성 수학자를 그린 <히든 피겨스>는 미국에서만 11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완벽한 페미니스트 히어로로 재탄생한 <원더우먼>은 개봉 첫 주 2500억원을 벌어들이며 여성 감독 영화 중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

국내는 어떻고. 문소리가 직접 연출하고 주연도 맡은 <여배우는 오늘도>는 대략 40개에 불과한 상영관에서 개봉 2주 만에 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래도 더 많은 여성 주인공을 보고 싶다는 게 무리한 요구일까?

 


[마이너의 반란]

올해 대중문화계는 ‘아싸’ 자리에 머물러야 했던 이들의 활약이 유독 돋보였다. 아싸!


 

 

# 나만 좋아하던 가수였는데

신현희와 김루트, 볼빨간사춘기 모두 작년까지는 대중에게 이름을 많이 알리지 못했다. 그러나 신현희와 김루트는 2015년에 발표된 ‘오빠야’가 차트를 역주행해 1위에까지 올랐다. 볼빨간사춘기는 ‘좋다고 말해’, ‘썸 탈 거야’ 등 본인들의 노래는 물론 피처링에 참여한 곡들까지 사랑받으며 ‘올해의 목소리’로 활약했다. 우원재는 더 놀랍다. 유명 래퍼들을 제치고 <쇼미더머니> TOP3에 올랐고, 이후 발표한 ‘시차’는 지금도 차트에 남아 있다.

 

 

인생은 70부터

올해는 유독 70대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할머니 유튜버 박막례는 손녀와 찰떡같은 케미를 자랑하며 먹방, 뷰티, 리뷰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능력을 마음껏 펼쳤다. 윤여정은 tvN <윤식당>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한편 미드 <하이랜드>에 캐스팅되어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예고했다. “나의 친구 할머니들, 모두 그 자리에서 상 받으시길 바란다”는 2017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 나문희의 수상 소감처럼 모두들 상 받으시길.

 

 

싹이 돋자마자 무성해진 숲

<비밀의 숲>은 올해의 압도적인 드라마였다. 탄탄한 짜임새, 개성 뚜렷한 캐릭터, 배우들의 연기력을 두루 갖춰 사실상 적수가 없었다. 놀라운 건 이 드라마를 가능케 한 완성도 높은 극본이 신인인 이수연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점이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나서 혼자 도서관에 앉아 썼다고 한다. 벌써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슈퍼 울트라 그뤠잇

20년 차 리포터로 항상 그늘에 있던 방송인 김생민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해일 것이다.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의 한 코너에서 독립한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이 대박 났다. 시청자들의 영수증을 보며 건네는 현실적인 조언들이 호응을 얻은 것. 팟캐스트는 이후 KBS 방송 프로그램으로 정규 편성되었고, 연말까지도 그에게는 CF 제의, 섭외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  더 이상 화이트 오스카는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다. 수상작 선정 기준 또한 미국의 보수적인 가치를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흑인 남성 동성애자의 삶을 그린 <문라이트>의 작품상 수상은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걸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3년 전 스티븐 맥퀸의 <노예 12년> 이후 흑인 감독으로서는 두 번째 수상.

 

 

두 유 노우 제이플라?

매년 유튜브에서 유독 화제가 되는 영상이 있다. 올해는 제이플라(J.fla)의 ‘Shape of you’다. 1월에 업로드한 이후 지난 10월 조회 수 1억을 돌파했다. 이 영상의 인기 덕에 현재 국내 개인 유튜버 중 구독자 수 1위다. 2013년 가수로 데뷔한 후 앨범 활동과는 별도로 해외 뮤지션들의 곡을 커버해왔는데, 이 정도면 커버도 하나의 장르로 인정해줘야 할 듯.

 

 

말할 수 있어요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가해자가 얼마나 잔혹했는지, 피해자가 얼마나 비참했는지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아이 캔 스피크>는 당사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그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나옥분 여사가 영어를 배우고, 증언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는 동안 관객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아이 캔 스피크’라고 당당히 말하는 주체를 목격했다.

 

 

누가 서브래

KBS2 <김과장>의 남궁민은 더 이상 ‘서브 남주’가 아니었다. 그는 스펙도 빽도 없지만 특유의 ‘해먹는’ 노하우로 기업 비리를 하나하나 들춰내는 김성룡을 훌륭히 연기했다.

그동안 연기력은 호평받았으나 뚜렷한 대표작이 없던 정려원 또한 <마녀의 법정>에서 성범죄전담 부서의 검사 마이듬(정려원)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 일에 관심 없던 주인공이 사회의 불합리를 때려잡으며 ‘각성’한다는 점이 두 작품의 공통점.


[838호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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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연말 결산] 대중문화: 페미니즘+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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