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의 계절이다. 안 그래도 이 나라에서는 어떤 자리를 가든 술이 빠지질 않는데,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할 때는 의식을 치르듯 더욱 격하게 술을 찾는다. 그 사이에서 사이다만 홀짝이고 앉아 있는 비음주자는 표적이 되기 쉽다.

 

한 잔만 먹어보라며 술잔을 입가에 들이대는 통에 비음주자로서의 정체성을 훼손당하거나 분위기를 깬다는 둥 모욕적인 폄하를 당하기 일쑤. 오늘은 맥주 한 방울 입에 안대고도 긴 밤 ‘구뷔구뷔’ 편 술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팁을 전수하려고 한다.

 

예부터 ‘문무양도’라는 말이 있다. 학문과 무예를 동시에 갈고닦는다. 즉 상반된 듯한 두 가지 덕목을 한꺼번에 갖춘다는 뜻이다. 술자리에 참여한 비음주자에게도 ‘문무양도’의 자세가 필요하다. ‘꽐라’와 멀쩡한 현인의 모습을 넘나드는 거다.

 

 

가장 중요한 술자리 초반, 마인드를 ‘꽐라’로 세팅한다. 이제부터 나는 취합니다. 분위기에 취합니다…. 이때의 리액션이 그날 술자리에서의 나의 인상을 결정한다. 술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모두 멀쩡한 상태이므로, 기억이 또렷하게 남기 때문이다.

 

사람이 신이 나면 자연스레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막 빨라지지 않나. 텐션을 조금만 일찍 끌어올려서 그런 모습을 남들이 취하지 않았을 때 보여주는 것이 좋다. 가끔 술 안 먹는 이들을 필요 이상으로 싫어하며 무조건 같이 취하게 만들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혼자서 멀쩡한 눈으로 술자리를 관조하고 있으면 취해서 개가 된 사람들이 매우 찜찜하기 때문이다. 얼굴이 벌게져서 깔깔 웃으며 옆 사람을 철썩철썩 치는 등 ‘쟤도 나만큼 정신이 없구만’ 싶은 느낌을 주면, 소주잔을 부딪치든 소주잔으로 밑장을 빼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술집에서 나오는 노래를 갑자기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면 “너 취했냐?” 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꽐라’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이제 멀쩡한 사람으로서의 본분을 다할 때다. 비음주자로서 술자리가 괴로운 이유는, 취한 인간들이 별것도 아닌 일로 감정이 격해지는 꼴을 목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투닥투닥 하다보면 어떻게 되게요? 기껏 힘들게 시간 정해 모여 놓고 다시는 보네 마네 악 쓰기 십상. 불씨가 보이는 순간 재빨리 차단해야 한다. 다년간의 경험상, 어떤 일에 대해 진위 여부를 가리려고 하는 순간 술자리의 파국은 시작된다. 누가 맞든 별 상관없는 이야기건만, 술의 힘을 빌려 평소보다 더 목청을 높이고 과감한 말을 투척!

 

 

술자리가 엉망진창행 급행 열차에 탑승하게 된다. 어떤 이들이 투닥투닥 영양가 없는 토론을 하고 있으면, 재빨리 강형욱 훈련사처럼 단호하게 손바닥을 내밀며 저지하자. 그들 사이에 몸을 밀어 넣어 블로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큰 소리로 모든 일행이 들을 수 있게 말한다. “어허, 진실은 갠톡방에서 밝히시길 바랍니다!”

 

그럼 모두가 동조할 것이다. “그래~ 재밌는 이야기 하자!” 성공! 2, 3차를 가게 될 경우 둘 사이의 앙금이 남아 있어서 또 한 번 논란이 점화될 수 있다. 자리에 앉을 때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닿지 않게 사이에 완충재 한 명을 끼워 넣는 걸 추천한다.

 

 

나 자신이 완충재가 되면 심하게 피곤해지므로, 인망이 두터운 인격자를 그 자리에 배치하라. 일천한 팁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모두 술 냄새 진동하는 12월에 잘 살아남으시길.


[839호 – 독립일기]

illustrator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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