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소중한 아이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지하철 임산부 좌석에 걸린 광고를 보고 숨이 턱 막혔어. 임산부 석은 임산부를 위한 자리 아니었나…? 행정자치부가 그린 ‘전국 가임기 여성 지도’가 떠오르면서, 왜 여성은 그 존재만으로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는지 화가 나더라. 낙태법 폐지를 위한 청와대 청원이 23만 건을 기록한 이유를 알겠더라고. 그런데도 1995년 이후, 22년간 낙태법이 단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는 이유는 뭘까? 도저히 납득이 안 가서 따져보기로 했어.

 

 

# 그 많던 아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① 부녀가 약물 등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③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대한민국 형법은 제27장 제269조에 낙태를 ‘죄’로 정해두고 있어. 여성은 약물이나 인공중절 수술 등으로 낙태했을 때 위와 같은 처벌을 받게 돼.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아이를 혼자는 갖는 것도 아닌데, 왜 ‘부녀자’의 잘잘못만 물을까?

제대로 피임하지 못한 책임, 생명을 보호할 의무는 여성에게만 있다는 걸까? 이 법은 어느 조항에서도 남성의 죄는 묻지 않아. 낙태죄를 엄히 다스리겠다며, 수술을 한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까지도 쌍벌주의로 면허 취소와 함께, 최소 2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되는 판국에 말이야.

 

# 수술을 받으려니 갑자기 아빠가 필요하대


① 본인과 배우자(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②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르면 낙태가 ‘허용’되는 경우도 있어. 읽어보면 알겠지만, 안 하면 안 될 때야. 그러나 당연함을 써놓았다고 그냥 지나쳐서는 안 돼. 여기도 무척 이상한 지점이 있거든. 반드시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니? 낙태죄로는 함께 처벌받지 않지만, 급박하게 낙태를 해야 할 때는 꼭 ‘동의’가 필요하대. 이게 대체 말이 되는 소리일까?

 

 

# 낙태 합법화와 관련된 Q & A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물어봤어

 

Q1 태아의 생명권 이전에 여성의 생명권은 보호받고 있나요?

“보건복지부의 ‘임신 중절 실태조사’는 2010년이 마지막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중절 수술은 총 16만 8738건이 이루어졌습니다.” 중절 수술을 택한 이유는 원치 않는 임신(35%), 경제적 어려움(16.4%), 미혼(15.3%)으로 다양해. 문제는 상황과 이유를 불문하고 모든 낙태를 ‘태아 살해’로 취급하고 있다는 거야.

여성들은 불법 시술소나 엉터리 약으로 내몰려 목숨을 잃고 있지. 중절 수술이 눈썹 문신도 아닌데 말이야. “세계보건기구 WHO에 의하면, 2008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2160만 건의 안전하지 않은 인공중절이 시행됐어요. 이 중 4만 7000명의 여성이 중증 감염과 출혈로 목숨을 잃었고요.

때문에 여성 전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절 수술을 적법한 의료 기관에서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료진에게도 생명 윤리와 인공 임신 중절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고요.” 죽어간 4만 7000명 중 대한민국 여성은 몇 명일까? 8년 전 보건복지부의 조사 중 불법 시술은 또 얼마나 되려나? 21세기에 여성의 생명을 의학이 아니라 운에 맡겨야 한다니, 끔찍하다.

 

Q2 낙태는 죄, 출산은 미덕이라고만 하지 정작 여성의 몸이 어떤 일을 겪는지는 알려주지 않아요

“출산 직후, 산후 출혈 등의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후에 바로 회음절개 부위의 봉합이 시작됩니다. 태반이 떨어져 나가면서 자궁에 고여 있던 피가 흘러나오는데, 최대 500ML까지는 대부분의 산모가 겪는 정상적인 출혈입니다.” 아기가 나왔다고 해서 출산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거지.

그런데 잠깐… 출혈량에 대해선 들어본 적도 없고 회음절개는 또 뭐냐고? “태아의 머리가 나오기 직전 회음부의 일부를 절개해서 분만의 과정을 쉽게 해주는 흔한 산과 수술입니다.” 흔하다는데 성교육 시간에는 들어본 기억도 없어. 대신 ‘수태되는 순간부터 생명’이며 ‘출산은 숭고하다’고만 배우지.

출산에 이같은 고통과 희생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면, 누구보다 여성 스스로 자신의 출산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해.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째서 남의 결정에 맡겨야 할까? 조국 민정수석의 발표처럼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출산과 낙태 그 어디에도 없다면 더욱 그렇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가 존중받는 만큼, 여성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오길 바라.

 

 

Q3 법을 개정한다고 현실이 바로 바뀌진 않잖아요. 국가는 어떤 책임을 나눠야 할까요?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보다 찬반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타협안을 마련하는 게 더 현실적일지도 모릅니다. 먼저 10대와 성인을 대상으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누구나 피임도구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10대 부모와 미혼 부모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공적인 홍보가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 경제와 교육 면에서 실질적인 지원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혹시 여성의 의사에 반해 태어난 아동이 있다면 양육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맞아. 저출산이 그토록 무섭다면 ‘낙태죄’를 고수할 게 아니라, 모든 신체적·경제적·사회적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는 현실을 개선해야지.

서울시 한부모 가족 지원센터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미혼모 등 20대 한부모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월 15만원에 불과하대. 반면 「한국일보」 2016년 10월 기사에 의하면, 아동복지시설에 아이를 맡길 경우 시설은 월 128만원을 지원받게 된다고 해. 지금의 정책은 대체 누굴 위한 걸까?

 

Q4 낙태 합법화와 자연유산 약물 미프진 도입 청원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선례를 바탕으로 각계의 의견이 수렴되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경우, 임신 기간별로 법을 달리 적용하고 있습니다. 3개월 이내에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요. 임신 중기부터는 여성의 사회 경제적 사유도 고려해 허용하고요.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이 가능한 6개월(24주)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까지 고려합니다. 국내 전문의들도 산모와 태아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는 임신 말기에는 원칙적으로 수술을 금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고려할 사항은 두 가지야.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생명.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중절 수술 합법화만큼은 ‘여성의 생명’이 우선되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낙태죄 폐지와 함께 합법화 청원된 자연유산 약물 미프진의 사용에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지.

“미프진은 호르몬 프로제스테론을 억제하여 임신 유지가 불가능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복용자 중 11%는 유산이 되지 않았거나, 과도한 출혈로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대다수 국가에서 의사의 처방이 있을 때만 복용을 허가하고, 복용 후 전문의의 진료를 권하는 이유입니다.”


[839호 – wonder women]

Editor 원더우먼 wonderwomen@univ.me

Advisor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여성건강정보 사이트 www.wisewom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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