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일 할 거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좋아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구인 공고가 있었으니… 바로 코인 노래방 아르바이트! 그래 이거다. 매일 코인 노래방으로 출근하는 거야. 그리하여 코인 노래방 매니아는 성공한 덕후가 되어 코인 노래방 알바가 됐다.

1. 코인 노래방의 숨겨진 우렁각시

코인 노래방에 손님으로 갔을 때 든 생각. “저 알바는 하는 일도 없이 그냥 앉아서 돈을 버네?” 직접 일해 보고 나니, 솔직히 전체 근무 시간 중에 순수하게 몸을 움직여 일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노는 건 아니야. 존재감은 없어도 코인 노래방의 우렁각시처럼 일하고 있어.

주된 업무 청소. 손님이 나가면 빈방에 들어가 쓰레기를 치우고, 마이크와 리모컨을 제자리에 놓고, 바닥을 닦아. 화장실이 있는 매장의 경우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해. 또 하나 중요한 일이 있는데 바로 마이크를 끄는 거야. 마이크를 켜두면 삐-소리가 매장 전체에 울려 퍼지거든.

그밖에는, 자판기에 음료를 채우거나 돈을 바꿔주는 일, 기계가 고장 나면 사장님한테 전화하는 일 정도가 다야. 확실히 다른 아르바이트보다는 주어진 업무가 단순한 편이야. 교육받을 것도 별로 없고. 앞으로 누가 난이도가 낮은 알바를 찾는다면 주저 없이 코인 노래방 알바를 권하겠어!

2. 슈퍼스타 K 심사위원을 간접 체험하게 된다

코인 노래방 알바를 하면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로 듣게 돼. 팬텀싱어에 나가도 될 만큼 잘 부르는 사람도 있고, 듣기 괴로울 만큼 못 부르는 사람도 있어. 뜻밖의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 체험이랄까. 최근엔 윤종신의 ‘좋니’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어.

놓치지 말아야 할 정보는, 방이 꽉 차면 소음이 꽤 심해. 근무 끝나고 귀가 먹먹할 때도 있으니, 민감한 편이라면 관리실이 따로 있는 매장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

3. 코인 노래방 알바의 평생 소원, 바닥만 깨끗하게 해 줘요ㅠㅠ

코인 노래방 알바생이 가장 사랑하는 손님은? 노래방을 깨끗이 써주는 손님, 그 중에서도 바닥에 아무것도 흘리지 않는 손님이야. 공공장소에서는 침 뱉으면 안 된다고 유치원 때 배우지 않나? 노래방에만 오면 침을 뱉고 싶어 지나봐. 정말 침이 너무 뱉고 싶다면 휴지에 뱉어서 쓰레기통에 버려줬으면 해.

또 거의 모든 코인 노래방은 외부 음식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다들 그냥 무시하는 것 같아. 티가 나게 음식을 들고 들어가는 경우에는 제재하지만, 사실 가방에 숨겨서 몰래 들어가면 말릴 방법이 없거든. 특히 방 안에서 몰래 술을 마시고 담배 피우는 손님이 있는데 그러면 안 돼. 바닥에 술 흘리고, 담배꽁초 버려놓으면 치우기가 매우 힘들어.

침뿐만 아니라, 토나 똥을 치워야 하는 상황도 있다고 하니, 비위가 약한 친구라면 참고해.

4. 스킨십 하지 말고 노래를 하세요

간혹 노래방 안에서 상식을 뛰어넘은 스킨십을 하는 손님이 있어. 참 요즘 노래방엔 방마다 CCTV가 있다는 건 알지? 솔직히 뽀뽀 정도는 그러려니 해. 근데 부둥켜안고 더 한 일(?)을 하시면, 저걸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린다면 어떻게 말려야 하나 난감해.

이건 바로 저번 주에 있었던 일인데, 스킨십을 즐기던 한 커플이 갑자기 매장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10분 넘게 안 나오더라고. 다들 여기가 노래 부르는 곳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5. 정리

굳이 따지자면 코인 노래방 알바는 꿀알바가 맞아. 바닥 닦기, 쓰레기를 비우기 등 청소만 잘하면 됨. 주변에 코인 노래방 중독자가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어. 매일 코인 노래방으로 출근하니까, 확실히 노래 부를 기회(?)가 많아져. 손님이 시간 남기고 나가면 살짝 들어가서 한 두 곡 부르고 나오고, 근무시간 전후로 사비를 털어 즐기기도 하고. 평소에 가무를 즐기는 이라면 코인 노래방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놓치지 않길 바래.

반대로 시끄러운 걸 못 참는 친구에게는 당연히 비추천이야. 또 코인 노래방은 규모가 작은 편이라, 알바생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롭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네.

director 김혜원
illustrator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