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고등학교 3학년 때 반에서 3등 했던 친구 이름을 기억하는가? 아니면 첫 미팅에서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남자애의 얼굴은? 아마 그런 어중간한 것들은 당신의 마음속에 없을 것이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 오늘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애매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B+

 

나는 예로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성적은 늘 애매했다. 열심히는 하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 전형적인 타입이랄까. 만년 2등 아니면 3등. 한 번쯤은 1등을 해서,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자랑스럽고 싶은데. 아무리 노력해도 항상 내 앞에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커트라인에 조금 못 미치는 점수로 외국어 고등학교 입시에서 낙방하고 나서부터, 공부는 타고나는 거라고 굳게 믿게 됐다. 많은 이들이 공부는 그저 노력만 하면 되는 줄 알지만, 그건 단순 암기 과목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두뇌를 타고난 사람은 깰 수 없는 벽이 있다. 아무리 공부를 철저하게 해도, 변별력을 위해 일부러 어렵게 만든 수학 문제 한두 개는 끝끝내 풀 수 없었던 것처럼.

 

고등학교 내내 발목을 잡던 수학이 졸업과 함께 인생에서 사라진 뒤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솔직히 대학교 1학년 1학기 성적표를 기다리며, 이제는 1등을 할 수 있을까,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기대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B+. “그래, 처음이라 서툴러서 그렇지. 놀 거 다 놀고 어떻게 좋은 점수를 받겠어.” 굳은 의지로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던 2학기 성적 역시 B+였다.

이후 많은 학기가 지났지만, 내 학점은 여전히 4점대를 넘지 못한다. 누군가는 ‘네 노오력이 부족한 거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하늘에 맹세코 최선을 다했다. 이젠 백기를 들려고 한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할 자신이 없다. 휴학을 하고 지긋지긋한 공부와 잠깐이나마 연을 끊을 것이다.

 

윤예림(22세)

 


애매한 열정은 없느니만 못하다

 

‘혀를 내두를 만한 ’덕질‘ 경험이나 취미 활동에 대해 쓰시오.(500자)’
A사 자소서를 노트북에 띄워 놓고 한참 동안 멍을 때렸다. ‘혀를 내두를 만한 취미’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책 한 권쯤 내봤다거나, 유튜브 스타가 된 게임, 메이크업 덕후들의 비범한 사연들을 떠올렸다. 무엇을 하든 남들과 달라야 하는 취업 시장에서 덕질도 스펙으로 쳐준다니, 취향이 없는 게 취향인 나에겐 청천벽력같은 소리인 셈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사진에 빠져 거금을 들여 카메라를 산적도 있었다. 카메라 하나를 매고 방방곡곡을 누비는 스스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하지만 웬걸. 기깔난 사진을 찍으려면 화이트 밸런스며, 조리개, 셔터스피드 등등 복잡한 카메라 작동 원리를 몸에 익혀야 하는데, 그 과정이 그렇게 고달플 줄이야. 거기에다 한쪽 눈은 금세 침침해지고, 어깨는 뻐근해지는데 급습하는 피로감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한동안 P(자동 모드)로 설정을 해 두곤 몇 번 사진을 찍어대다 금방 흥미를 잃어버렸다. ‘사진은 나의 길이 아니다’라는 결론과 함께.

 

나의 열정은 늘 그런 식이다. 효리네 민박을 보다가 문득 요가의 매력에 빠져 요가 학원 3개월 치를 끊어버리는 패기는 있어도, 그걸 지속할 만한 체력이나 의지는 없는 것이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슬슬 핑계가 는다. 맥주 한 잔 하자는 친구의 꼬드김에 넘어가거나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며 빼먹기 일쑤. 명상과 수련의 세계에 애매하게 발을 걸쳐놓고는 남은 두 달을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자괴감에 시달린 건,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다시 자소서 문항으로 돌아간다. 아직 제출도 안 했는데 불합격 선고를 받은 기분이다. 한 우물이라도 제대로 파고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 고비를 넘기는 게 왜 그렇게 힘들까. 결국, 휘발성 강한 나의 열정 탓에 파놓은 구덩이만 여기저기 수북한 꼴이다. 헤쳐 놓은 구덩이에서 마음의 소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열정이 디폴트 값인 세상에서 이렇게 노오력이 부족해서 되겠어?”

 

김영화(26세)

 


미지근한 인간관계 콜렉터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면 수학여행 갈 때 타는 버스가 싫었다. 단체로 버스를 타면 가장 친한 친구와 짝을 이뤄 함께 앉아야 하는데, 내게는 ‘가장 친한’이라는 호칭을 붙일만한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와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고, 자주 어울리는 무리도 있었지만, 소위 베스트 프랜드라고 말할 친구는 딱히 없었다.

 

인간관계란 서로 다른 사람 A 와 B가 만나서 만든다. 때문에 구성하는 사람이 바뀌면 관계의 성격 또한 변한다. A와 B가 만드는 관계와, C와 D가 만드는 관계는 아마도 전혀 다른 종류일 거다. 여기서 재밌는 건 A의 인간 관계에는 늘 A가 포함 되어 있기 때문에, A는 평생 비슷한 패턴의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20년 동안 쌓아온 내 인간관계는 항상 식은 커피처럼 미지근했다. 사람들은 나를 적당히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나도 그들에게 적당히 거리를 둔다.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만히 있으면 딱히 나를 찾는 이가 없어 가끔 외롭다.

 

언젠가 내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혹시 나 빼고 모두가 나누는 의식 같은 게 있나? 일단 누가 좋아지면 둥글게 둥글게 게임이라도 하듯 전투적으로 속삭이는 걸까? “나는 네가 여기서 제일 좋아. 너도 그렇다고 약속해줘.” 그것도 아니면 나는 뜨거운 애정을 쏟을만한 대상이 아닌걸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본 결과, 미지근한 인간관계의 원흉(?)은 역시나 나였다. 타인이 내 인생에 너무 깊게 관여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벽을 쳐 왔다. 비밀을 털어놓고, 약점을 보여야만 가까워지는 관계를 피하다 보니 누구와도 깊게 사귈 수 없었다. 원인을 알았으니 이번 참에 생활 방침을 바꾸면 좋겠지만, 아마도 나의 미지근한 관계들은 계속 될 것이다. 살이 안 빠지는 이유를 몰라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게 아닌 것처럼.

 

송당근(가명, 23세)

 


개구리 왈, 우물 밖에 진짜 천재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까지는 내가 그림 그리는 재능을 타고 났다고 생각했다.사실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셨고, 현재까지 관련 업계에서 일하신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작품을 자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또래보다 뛰어난 안목을 갖게 됐다. 한발 앞서 시작한 그림공부도 언제나 승승장구였다. 학교에서 그림 잘 그리는 애를 찾으면, 누구나 제일 먼저 나를 떠올릴 정도. 상도 많이 받았고, 선생님들의 기대도 대단했다.

 

내가 최고라는 오만은 대학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보기 좋게 깨지게 된다. 우물 밖에 진짜 천재가 있었다. 한 친구는 이제까지 미술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놀라울 정도로 좋은 작업물을 냈다. 재료나 기법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어 수업마다 나에게 묻던 친구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나는 열등감에 빠졌다. 그래도 10년 넘게 미술을 했는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애가 저렇게 잘하다니… 직업 작가의 꿈마저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후에 그 친구와 가까워지고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얘는 진짜 천재.”라고 그냥 인정하게 됐다. 인정하고 나니 복잡했던 마음을 어느정도 정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스스로를 다독이는 단계다. 나에게는 다른 장점도 많으니 꼭 직업 작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업물을 내고 싶은 욕구는 여전하기에, 아직도 천재들의 작품을 보면 명치 끝이 따끔거리곤 한다.

 

안체리(가명, 25세)

 


Assist 윤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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