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이 시절에는 새 학기가 시작하고 한두 달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짱친’이 생겼다. 싫으나 좋으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교실에 앉아 생활해야 했으니까.
그러나 대학은 다르다. 시간표를 각자 짜고, 수업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쨀(!) 수 있으며, 학과 사람들과 잘 지내는지 챙겨주는 선생님도 없다. 누군가를 만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오롯이 내 몫이라는 뜻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새내기들을 위해, 선배들이 대학에서 어떻게 친구를 사귀고 ‘쏠메’로까지 발전했는지 썰을 들어보았다.
입학하고 맨 처음에 듣는 영어 ‘교필’ 수업 있잖아. 나는 동기와 둘이서 그 수업을 들었어. 첫날 교수님이 옆자리 사람들이랑 조를 이뤄서 ‘컨버세이션’을 해보라고 하시는 거야. 우리 옆자리에는 남학생 둘이 있었어.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어색한데 무려 영어로 얘기하라니…. 내향 보스인 나는 어떻게 말문을 터야 하나, 엄청난 내적갈등에 휩싸였어.
그때! 적극적이고 거리낌 없는 성격의 동기가 먼저 말을 걸었어. 수업을 마치고는 동기의 주도 하에 단톡방까지 만들어졌지. ‘영어교양’이라는 재미없는 이름의 이 단톡방 멤버들은 이제 졸업반이 되었어. 최근에도 만났는데 누구는 군대 다녀와서 복학생이 되었고, 다른 친구는 대학원을 준비한대. 딱히 팀플이 있던 수업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가까워졌던 건 아마 우리가 새내기여서 그랬을 거야.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타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던 거지.
-양혜연, 25세
*선배의 썰에서 줍줍해본 Tip: 파워 ‘인싸’ 옆에 있으면 친구를 사귈 확률이 높아진다.
“미팅하면 할수록 남는 건 친구밖에 없어.” 입학하기 전부터 여러 차례 미팅을 해 본 동기가 선배 포스를 풍기며 한 말이야. 응…. 실화였어. 미팅에서 온갖 진상들을 다 만났거든.
당일에 파투내거나(이건 차라리 양반), ‘꽐라’ 돼서 인간이기를 포기한 애들도 있었고, “MT는 가 봤냐”는 둥, “술 게임은 몇 단계(아마도 스킨십)부터만 해야 한다”는 둥 불쾌한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지. 쭈뼛쭈뼛하면 분위기를 망친다면서 유난스러운 사람 취급하는 경우도 있었어. 그럴 때마다 같이 나간 동기들이 입을 모아서 핀잔을 줬어. 그런 식으로 진상들을 퇴치하다 보니까 전우애가 쌓이더라.
물론 미팅에 개노답 3형제만 나오는 건 아니니까 설레는 일도 있었지. 썸의 진척 상황이나 고민을 들어주면서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기도 했고. 아직도 동기들과 이야기할 때면 종종 그 시절 미팅이 소환되곤 해. 아마 그 흑역사는 영원히 우리의 안줏거리가 될 거야.
-C, 25세
*선배의 썰에서 줍줍해본 Tip: 흑역사의 현장에 함께 하는 자, 전우를 얻으리라.
새내기 때는 넘쳐나는 전공 과제 때문에 학교 열람실에서 자주 밤을 새웠어. 나는 젊음의 패기로 주 5일 알바에 동아리까지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바 마치면 새벽 내내 열람실로 출석 도장을 찍었지.
그런데 자꾸 눈에 걸리는 사람이 있었어. 쌓아 놓은 전공 책하며, 지나가다 슬쩍 본 리포트의 파일 이름까지 나와 비슷하더라고. 저 사람과 나는 같은 수업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 그리고 유난히 과제 하기 짜증 났던 날, 슬쩍 다가가 말을 걸었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는 모르겠어. 그냥 그러고 싶었어. 나랑 같은 과제 하는 것 같다고 말을 건넸지.
아니나 다를까,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였어. 과가 워낙 커서 동기인 줄 몰랐던 거야.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후엔? 자연스럽게 야식 메이트가 됐고, 우리를 시험에 빠뜨린 교수님을 욕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지.
– 김윤정, 25세
*선배의 썰에서 줍줍해본 Tip: 교수님은 대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대부분의 대외활동은 기업이 주최하거나 대학생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따로 있잖아? 그런데 내가 했던 프로젝트는, 대학생들이 주최하고 각자 담당자가 되는 활동이었어. 우리가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거지.
일이 많다 보니 일주일에 최소 3번은 만나게 되더라. 한 학기 동안 다른 인간관계는 ‘순삭’되고 걔네랑만 만난 듯. 이삿짐만큼 큰 박스와 인형 탈을 낑낑거리면서 나르는 등 온갖 생고생을 함께 했고, 어떤 날은 의견이 안 맞아서 다투기도 했어. 그때마다 ‘딥톡’을 하면서 꽁했던 마음들을 터놓고 해소했지.
시험 기간과 과제 시즌까지 겹칠 때는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정도로 바빠서 정말 괴로웠어. 그 핑계로 맨날 맥주 마신 건 안 비밀. 날아간 학점을 생각하면 아직도 조금 마음이 아프지만, 그 친구들은 내 옆에 남았으니 괜찮아. 괜…찮겠지…?
-송영임, 25세
*선배의 썰에서 줍줍해본 Tip: 같은 고통은 인간을 돈독하게 만든다.
공연 동아리라고 하면, 굉장히 끈끈하고 함께 ‘으쌰으쌰’할 거라는 환상을 많이 가지더라. 그런데 여러 사람 모이면 힘든 건 어딜 가나 마찬가지야. 성향이 전혀 안 맞는 사람들과 1년 동안 팀플을 한다고 생각해 봐. 좋아서 들어간 동아리지만, 오히려 일에 치이고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을 수도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장 소중한 친구를 동아리에서 만났어. 평소 깨발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사실 속으로 끙끙 앓는 타입이거든. 종종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고. 겉으로 봤을 땐 티가 안 나니까 아무도 몰랐을 거야. 그런데 어느 날 한 친구가 괜찮냐고 물어봐 주더라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있던 시기였는데, 그 한마디가 너무 고맙고 큰 힘이 됐어.
그 이후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며 우린 빠르게 친밀해졌어. 내 마음을 알아봐 준 친구라고 생각하니 나 역시 더욱 솔직하게 다가가게 되더라.
– S, 25세
*선배의 썰에서 줍줍해본 Tip: 누군가가 힘들어 보인다면 용기를 내어 물어보자. “너, 혹시 괜찮아?”
Editor 장인정
Director 김슬
Illustrator 몽미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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