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게도 관종의 피가 흐르는 건 아닐까 의심될 때가 있다. 혼자가 편하다고 늘 주장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은근히 섭섭하다. 휴대폰 만지면서 힐끗, 커피 홀짝이면서 힐끗. 안 그런 척하면서 누군가의 관심을 기다리다 보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한층 더 의기소침해진다.

 

그렇게 멍청히 있다간 망부석 꼴을 면치 못한다는 걸 사무치게 느낀 사건이 있었으니…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곳은 정글이었다. 나는 보았다. 대화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자와, 눈길을 끌기 위해 날개를 펼치는 공작새, 더 재미있는 무리를 찾아 자리를 옮겨 다니는 하이에나를. 소리 없는 기 싸움에 눌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았다.

 

싱거운 대화가 오가던 중 옆자리에 앉은 A가 고향을 물었다. 같은 도시 출신이었다. 예스! 속으로 환호성을 외친 것도 잠시. 좋아진 분위기를 어떻게 감지했는지 옆 무리에서 하이에나가 다가왔다. “어? 나도 인천인데.” 그녀는 나와 A 사이에 자리를 잡고 내가 말 할 때마다 말꼬리를 잘랐다. 소심한 내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때 그녀가 자세를 고쳐 앉는 척하며 등을 돌려 내 시야를 가리는 걸 똑똑히 봤다. 그렇게 나는 망부석이 됐다. (알고 보니 A는 우리 학번의 공작새로 모두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코미디언 홍윤화는 이렇게 말하더라. 본인이 첫눈에 반하게 되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람들이 나의 매력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기술(?)’을 써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강동원과 인간이 아니라면, 뭐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쫄보의 대학 생활은 시작 하루 만에 비극이 됐다. 일단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제부터 망했다. 쫄보는 낯선 사람 앞에 나설 수 없다. 나에게 집중하는 눈동자가 2개 이상만 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긴장해 고장난 로봇처럼 움직이는데, 능동적으로 매력을 뽐낼 수 있을 리가. 미션 실패! 그렇다면 먼저 말을 붙여준 천사가 있을 때 기회를 잡으면 되지 않을까? 되지 않더라. 관심도 받아본 놈이 받는다고 괜히 오버하다 간만에 다가온 이를 쫓아버리기 일쑤였다. 다시 문제의 날로 돌아가서, 구석에서 눈치만 보던 쫄보에게도 구원자가 오긴 했다. 우리를 뒤풀이 장소로 인도했던 선배였다.

 

“오, 너 술 되게 잘 마신다. 혼자 막 마시네.”

“(어색해서 그냥 홀짝이고 있던 거지만 아니라고 하면 가버릴까 봐) 아… 네네. 좋아해요.”

 

스무 살의 나는 술 권하던 선배를 순탄한 대학 생활을 위한 동아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보였다→술을 잘 마시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것이다. 이따위 바보 같은 사고를 거쳐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취했다.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는 선배를 따라나섰고, 그가 나를 지하철역에 바래다준 것까지 기억난다. 다음 날 술이 깨고 나서 보니, 나는 처음 본 선배랑 하루 만에 썸 타는 애가 돼 있었다.(신입생 여러분, 술과 아이스크림을 조심하세요.)

 

첫 이미지를 세탁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친구는 나중에 이렇게 말하더라. “너 그때 왜 그랬어? 처음엔 이상한 앤 줄 알았잖아.” 이후 수많은 사람을 새로 만났고 꼭 그만큼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밝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려다 설탕을 들이부은 떡볶이처럼 질리는 애가 된 적도 있었고, 우울한 이야기만 잔뜩 꺼내면서 소금 잘못 넣은 순댓국처럼 굴기도 했다. “나는 오래 보아야 매력적인 사람이야. 내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 따윈 필요 없어!” 강짜를 부리며 마음의 문을 닫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과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사람에게 나를 표현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더라.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매력 어필의 기술은 선사 시대의 사냥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생존법이라는 걸. 첫눈에 본질을 알아봐주는 사람은 없으니, 내 본질이 돼지고기라면, 돈가스가 됐건 탕수육이 됐건, 적절한 요리법을 익혀야 한다. 까맣게 탄 돈가스를 두 번 먹을 바보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실험 중이다. 어떤 모습을 어느 정도 꺼내야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숟가락 내려 놓자마자 다시 생각나는 단짠단짠 레시피처럼 완벽한 비율을 찾을 것이다. 물론 큰 성과는 아직 없지만. 이 기세라면 앞으로 사십 년은 더 연마해야 할 판이다. 죽기 전엔 되겠지? 그렇다면 다행이다. 노인대학 인기 짱 정도는 노려볼 수 있겠어.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드는 주문

노인대학 인기 짱을 목표로 매력 발산 기술을 연마하자.


[840호 – small mind]

WRITER 김혜원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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