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일하는 여자들』

 

“젊은 남성이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선배 남성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서사는 차고 넘치도록 많다. 성공한 여성의 사례를 보거나 듣는 게 같은 여성에게는 정말 중요하다. 이런 책 어디 없을까?”

 

작년 봄, 구독하듯 팔로우하고 있던 황효진 에디터의 SNS에 올라온 글이다. 소리 없이 ‘격공’ 하고 관심글로 저장해두었다. 하트를 누른 손가락은 내 것 말고도 여럿이었으나, 이상하게도 ‘이런 책’은 쉽게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퍼플리(publy.co)에서 『일하는 여자들』의 펀딩을 보게 된 건 여름 즈음이었다.

 

황효진 에디터, 장경진 에디터, 윤이나 작가, 정명희 디자이너가 결성한 프로젝트 크리에이티브 팀 ‘4인용 테이블’의 첫 작업물이라고 했다. 「매거진 T」와 「아이즈」에서 직장 동료 사이로 만난 네 사람이 각 분야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여성들을 취재한 인터뷰집이었다. ‘아, 4인용테이블은 아예 ‘이런 책’을 직접 만들어 버리려는 속셈이구나!’ 기분 좋은 깨달음처럼, 펀딩은 목표 금액의 3.3배를 모으며 호쾌하게 달성되었다.

 

 

나 역시 유쾌하게 결제하고, 페이지를 넘겼다. 졸업한 뒤 거의 바로 취업했다. 스물셋. 먹고사는 일의 치사함 따위는 잘 몰랐던 나이였다. 하지만 순진했던 내 귀에도 일그러진 말들은 어김없이 들려왔다. “비슷한 능력이면 남자를 뽑는 게 낫지.”, “남자들은 이 월급 가지고는 오래 못 다니지.” 차마 묻지 못한 질문들도 늘어갔다.

 

‘왜 저 여성 지원자에게는 술 잘 먹냐고 묻지 않았어요? 왜 여성 사원에게만 결혼할 남자친구 있는지 떠보는 거예요? 왜 여자들은 집안의 가장이 되면 안 돼요? 왜 저 선배는 임신했다고 구박덩어리 취급을 받아야 하죠? 왜 능력에 관계없이 언제나 결정권자는 계속 남자예요?’ 그나마 여성들이 많다는 문화계, 출판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답답했지만 침묵했다. 버티는 일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만두면 무얼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등을 보며 따라 걸을 만한 여성 선배들은 어느새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일하는 여자들』에는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선배들이 꾸준히 분투해온 흔적이 빼곡했다.

 

 

영화 저널리스트 백은하,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작가 최지은, 영화감독 윤가은, 「GQ」 에디터 손기은 등 11명의 선배들은 먼저 했던 고민을 들려주고,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알려주고, 목소리를 내라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2018년 1월, 퍼블리와 출판사 미래엔과의 제휴로 『일하는 여자들』을 지면으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종이책에 맞게, 디지털 판에서는 볼 수 없던 인터뷰가 새롭게 추가되었고, ‘일하는 여자들의 물건’ 페이지를 통해, 그들의 발자취를 시각적으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윤이나 작가가 쓴 서문을 곱씹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아니 5년 후에도 나는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삶의 고비마다 지금의 경력을 단절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내내, 어쩌면 다 읽고 나서도, ‘일하는 여자들’이라면 평생 해야 할 고민이겠지. 그리하여 미래의 일하는 여자들, 20대 여성들도 이 질문 같은 책을 함께 읽고 고민해주기를 바란다.

 

 

4인용 테이블 지음, book by PUBLY, 15,000원


 

 

일하는 여자들의 삶을 더 알고 싶다면 +

 

NETPLIX <마드리드 모던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문직 여성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1920년대 스페인 마드리드도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다. 여성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은 시기, 여성의 위치는 남성의 액세서리 정도였다. 그 속에서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통신회사 교환원들의 이야기다.

 

ALBUM <수연>

인디밴드 만쥬한봉지의 정규 2집 앨범인 <수연>. 만 29살 계약직 여성 김수연의 일상을 그린다. 일과 자존감, 연애, 꿈 등 여성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온 이야기들로 채웠다. ‘듣는 뮤지컬’을 모티프로 제작된 앨범의 첫 트랙부터 끝까지 듣고 나면, 평범한 한국 여성 수연이를 응원하게 된다.

 

 

MOVIE <더 포스트>

워싱턴 포스트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의 이야기다. 가부장제 안에서 안온하게 지내던 여성이, 생애 처음 스스로 한 선택으로 세상을 뒤바꾼 이야기이기도 하다. 캐서린이 미국 정부 기밀문서의 특종 보도를 결정하면서, 존재감이 희미하던 워싱턴 포스트는 단숨에 국민 언론으로 인정받았다.


[841호 – culture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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