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낼대숲 두 번째 사연은 ‘한국인의 정’이라고 퉁 치지만, 사실 타인의 사생활을 배려해주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B씨가 제보해주었다. 7가지 항목을 읽고 찔린다면, 당신은 친함과 무례함을 구분 못하고 있을지도…!
01 자꾸 외국어 해보라고 하지 말아요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해외에서 보내고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외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정도지만, 한국 친구들 앞에서는 쓰고 싶지 않아요. 지금 있는 곳은 한국이고, 모국어로 말할 때 더 깊은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친구들도 딱히 강요하지 않고요. 그런데 안 친한 사람일수록, 발음 들어 본다며 자꾸 외국어를 시킵니다. 몇 번 거절하다가, 하도 집요하게 굴어서 결국 말하게 돼요….”
원어민 발음을 그렇게 들어보고 싶다면, 해당국가에서 제작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게 어떨까? 해외에서 살다 온 친구는 구경거리가 아니다. 비슷한 유형으로 ‘그 나라엔 지하철 어플 있어? 스마트폰 있어?’ 등의 부심부리기가 있다. 너님이 만든 것도 아니면서 그러지 마라.
02 개인정보 캐묻지 말아요
“해외에서는 애초에 나이를 물어보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어요. 아주 친해지기 전까지는. 근데 한국에 오니 누구든 일단 ‘몇 학번? 몇 살?’로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나이를 말해주면, ‘화석이네, 할머니네’ 소리를 들어요. 팀플로 처음 만난 어떤 사람은 다짜고짜 자기 나이와 여친 유무를 알려주더라고요. 뭔가 싶었는데, 그러고 나서 바로 저한테 몇 살이냐, 남친 있냐 묻는 거죠.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데….”
본인 개인정보를 (묻지도 않았는데) 알려주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개인 정보를 탈탈 털어도 될 권리가 생기진 않는다. 친하지 않은 사이에 개인정보를 묻는 것 자체가 실례고 민폐다. 나이를 모르면 친구가 될 수 없다 생각한다면, 주변에 진정한 친구가 있는지 스스로의 인간관계를 한번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03 만날 때마다 외모 지적하지 말아요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면 거의 ‘얼평’으로 이어져요. ‘이목구비 예쁜데 왜 살을 안 빼’라거나, ‘45kg 넘는 여자 이상한 거 아니야?’라거나 하는 말은 보통이죠. 심지어 어느 날은 구남친과 카페에 마주 앉아 있었는데 장난이랍시고 ‘코에서 국수 나오겠다. 블랙헤드 좀 봐’ 하는 거예요. 객관적으로 예쁜 외모는 아니지만, 그때까지 한 번도 남이 제 외모에 이래라저래라 한 적은 없었거든요. 요즘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내 험담할까봐 눈을 못 마주치겠어요.”
‘얼평’은 낳아준 부모가 해도 싫다. 무슨 권리로 남의 자존감을 깎아먹는지. 가끔 ‘화장하니 예쁘다’처럼 ‘예쁘다’만 넣어 말하면 칭찬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도 그냥 ‘얼평’이다. 아무도 당신에게 예뻐해 달라고 한 적 없다. 문명인답게 외모에 대한 언급은 하지 마라, 좀!
04 이상한 단체 의식 강요하지 말아요
“대학은 듣고 싶은 수업을 듣고,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곳 아닌가요? 그런데 뒤풀이같은 과 행사를 반드시 참여해야만 하는 의무처럼 말하더라고요. 과외 활동의 경우에는 더 심해요. 운동 동아리에 들었는데, 연습은커녕 매일 술자리만 갖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여자 꼬셔볼까 하는 눈치인 복학생 선배들만 가득하고. 회식할 때, 우리는 대회 안 나가냐고 물어봤다가 갑자기 분위기 싸해졌죠.”
하기 싫어도 단체 생활이니까 참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싫다는 사람에게 강요하지 말고,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열심히 하자. 정말 집단의 대의를 생각한다면, 공공의 위생을 위해 화장실 다녀와서는 손을 비누로 잘 씻고, 섹스를 할 때는 성병 예방을 위해 콘돔을 꼭 사용하도록 하고. 그게 더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05 실수하면 미안하다고 말해요
“제일 불쾌지수가 올라갈 때는 대중교통 탈 때나 건물에 들어갈 때죠. 해외에 있을 때는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게 당연한 거였는데, 지금은 문 잡고 있다가 도어맨이 되기 일쑤예요. 뒤에 뒷사람까지 아무도 안 잡아서요. 학교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면 내리기도 전에 타는 사람은 부지기수고, 새치기하고, 발을 밟고도 미안하단 소리 안 하는 사람들투성이고요. 과잠을 입은 걸로 봐선 분명 우리 학교 학생이 맞는데도….”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인데 혹시 안 나온 거 아냐? ‘바른생활’ 안 배워서 모르겠으면 외우자. 새치기는 하면 안 된다. 대중교통을 탈 때는 사람들이 내린 다음 타야 한다. 적어도 본인이 들어갈 문은 본인이 잡자.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에게 실례를 했을 때는 ‘미안하다’라고 말하자.
06 대놓고 훑어보지 말아요
“저번 학기 교환학생 온 친구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내 아르바이트를 했는데요. 저는 키도, 덩치도 보편적인 한국 체형보다 큰 편이라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불쾌한 시선에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외국 학생들에게는 더 심하더라고요. 히잡을 썼거나, 흑인이거나 조금만 달라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봐요.”
다시 말하지만 사람은 구경거리가 아니다. ‘내 눈 가지고 내가 보는 건데 뭐’라는 생각부터가 글렀다. 눈알 잘 간수하는 건 문명인의 의무다. 화장을 안 했어도, 머리가 떡 졌어도, 초록색 스타킹을 한쪽에만 신었어도, 푹 파인 민소매 원피스를 걸쳤어도. 네 알 바 아니니 신경 꺼라.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불쾌지수 높이지 말고.
07 무신경하게 차별하지 말아요
“가장 적응 안 되는 건, 차별적인 발언과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는 거예요. 어느 날 수업 끝나고 다 같이 잔디밭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기로 했어요. 그런데 한 선배가 ‘짱깨 시켜 먹자’로 운을 떼더라고요. 일상적으로 말하니까, 중국집 이름인 줄 알았다는 외국인 학생들도 있었죠….
똑 부러지는 여자 친구들에게 ‘쟤는 기가 세서 안 돼’라고 쯧쯧거리는 일도 많아요. 목소리 큰 남자 선배한테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스무 살 넘어 자기 의견도 말 못하는 쪽이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해외는 유토피아, 한국은 헬조선이라는 게 아니예요. 하지만 배울 부분이 있다면 배워야죠.”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모든 문화는 악습이다. 대학생쯤 되었으면, 다른 인종, 종교, 성별,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정도는 알 때도 되었다. 제발 배운 사람답게 말과 행동을 고르자.
[841호 – bamboo forest]
Editor 원더우먼 wonderwomen@univ.me *빻은 사연 제보 환영
Informer 한국이 그리워 돌아왔는데, 무례한 사람들에게 학을 뗀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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