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션 베이커 개봉 2018.03.07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바라보니 나의 하루하루가 /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 무지개, 윌리엄 워즈워스

 

 

유년기를 떠올려보면 마법의 성을 건설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친구들과 훌라후프 몇 개를 이어 빠르게 쏘다니면 그것이 곧 청룡열차가 되었고, 애완용 바다 새우 ‘씨몽키’는 방구석 아쿠아리움이라 이름 지었다. 움직이는 그네 위에서 번지 점프 타기를 일삼았고, 뺑뺑이를 마하의 속도로 회전시키다 결국 나가떨어져 다치기를 수십 번.

 

온갖 기상천외하고 위험천만한 도전도 용인되는 그 시절의 성벽 안에서, 우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럭무럭 자라났을 터.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부근에 있는 꿈과 환상의 세계 디즈니 월드가 아닌, 그 건너편 허름한 모텔 ‘매직 캐슬’과 ‘퓨처 랜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일상 역시 마찬가지다.

 

 

소들이 풀 뜯어 먹는 농장은 여느 사파리 부럽지 않고, 셋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의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으며, 동네 한구석 버려진 폐가는 그들만의 고스트 하우스로 자리매김한다. 연보랏빛으로 물든 건물의 색은 또 어찌나 동화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운지! 그 끝에 황금이 있다는 무지개를 만날 때는 값비싼 티켓이 필요 없어서, 부디 비 온 뒤 날이 좋기만을 바랄 뿐이다.

 

다만, 이 모든 건 ‘아이’의 시선이라는 전제가 요구된다. 실상은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는 여름방학 동안 어떻게든 재미를 찾아보려는 각고의 ‘노력’이자, 생계유지에 바쁜 어른들의 무관심과 방치에서 비롯된 ‘탈선’일지도 모르겠다. 할리우드의 신예로 떠오른 션 베이커 감독은 이처럼 미국의 대표 휴양지 플로리다 주를 배경으로 사회복지 시스템 사각지대에 놓인 인물 각자의 삶을 독특한 방식으로 조명한다.

 

세상 짓궂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6살 꼬마 ‘무니’, 더 나은 삶을 살고자 극단적 선택을 거듭하는 무니 엄마 ‘핼리’, 그리고 깐깐한 사감 선생 같으면서도 누구보다 ‘매직 캐슬’ 사람들을 생각하는 매니저 ‘바비’가 주축이 되어 환상과 현실 세계를 넘나든다.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소외된 이들의 삶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섣불리 연민하거나 동정하지 않는 절제된 시선에 있다.

 

 

저마다 크고 작은 마법의 성을 쌓았던 우리들의 유년기처럼, 이곳 역시 사람 사는 곳임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별한 것을 특별하지 않게 만드는 힘. 동화 같은 영상미에 반해 시종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다. 또한 사회 제도 혹은 특정 악인에게 문제의 화살을 돌리기보다, 그 어느 쪽도 아닌 새로운 선택을 함으로써 더욱 강렬하고 충격적인 엔딩을 선사한다.

 

“난 어른들이 울기 직전에 어떤 표정을 하는지 알아.” 무니의 대사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구가 떠오른다. 아이의 천진한 눈에 담긴 세상은 그렇기에 종종 더 비극적이고 잔혹하게 느껴진다. 찬란한 오색 무지개 양극단에 존재하는 두 개의 평행 우주, 디즈니 월드와 매직 캐슬 모텔. 진짜 마법의 성이 어딘지 어른들은 알 수 없고, 사실 알아낼 권리도 없는 듯하다.

 

그저 무니, 젠시, 그리고 스쿠티의 앞날이 언제나처럼 명랑하고 다채롭기를 바란다. 그들의 신나는 무지개 어드벤처를 응원하며, 이제는 폐허가 된 나의 옛 성벽을 다시금 쌓아올릴 테다. 너희가 힘들 때면 언제든 쉬어 갈 수 있도록.


 

# 플로리다와 닮은 듯 다른 세상에서는 

 

 

<탠저린> Tangerine, 2015

제작비 절감을 위해 영화 전편을 ‘아이폰5S’로 촬영했으나, 특유의 미학적 감각을 인정받아 화제가 된 션 베이커의 대표작 <탠저린>. 화려한 도시 LA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역시나 사회적 소수자인 트랜스젠더 여성을 주인공으로 보편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끌어낸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2016

영국의 거장 켄 로치의 최근 연출작. 아날로그 블루칼라 세대인 ‘다니엘’에게 가해지는 사회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폭력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사계절 내내 추위로 신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평범한 시민들의 뭉근한 인간애와 연대가 돋보인다.

 

 

<아무도 모른다> Nobody Knows, 2004

1988년 일본 사회를 들썩인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작. 크리스마스 전에 돌아오겠단 메모를 남기고 집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힘겹게 살아가는 네 남매의 끔찍하고 참담한 현실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그려낸다.


[842호 – culture guide]

Intern 최은유 metaphor@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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