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똥손으로 유명하다. 가위로 동그라미 하나 제대로 못 자르고, 내 손을 거친 물건은 망가지기 일쑤이기 때문. 대학생이 되고선 손을 쓸 일은 더욱 없었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똥손이 되어가고 있었다. 똥손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한참 고민하다가 갖가지 원 데이 클래스를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평소라면 그런 걸 굳이 왜 듣냐, 돈 아깝다고 했겠지만, 내겐 10만원이 있으니까!


 

#1 지긋지긋한 악필을 벗어나자 캘리그래피 클래스

첫 번째 똥손 탈출기, 캘리그래피 클래스. 보기 싫었던 내 글씨를 고치고야 말리라! 캘리그래피 동아리에서 활동하셨던 튜터님께 코칭을 받았다. 줄긋기부터 ‘가나다라’, 받침 있는 글자까지. 차례차례 직접 써보며 연습했다. 하지만 분명 ‘가나다라’는 예뻤는데, ‘카타파하’로 가니 또다시 제멋대로. 받침 있는 글자로 들어가는 순간 멘붕이 시작됐다.

펜을 얼마나 오래 안 잡았는지 손가락에 굳은살 모양이 꾹꾹 생겼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서 몇 시간을 보태서 완성한 작품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글씨를 쓸 때 무게중심을 가운데로 맞춰야 한다는 것과 가로획, 세로획의 각도가 서로 일정해야 한다는 걸 배운 것만으로도 똥손은 탈출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집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주신 붓펜과 엽서를 넣어 전시할 수 있는 액자도 득템! 그런데… 집에서 연습하면 할수록 못생긴 내 글씨로 다시 돌아오는 건 왜죠?

탈잉 캘리그래피 원 데이 클래스 ₩30,000 카페 음료비 ₩5,000 (개인 지출)

 

 

#2 반지 만드는 법쯤은 알아야지 액세서리 클래스

두 번째는 액세서리를 만드는 공예 클래스. 한 번쯤 내 손으로 만든 반지를 갖고 싶었다. 『나의 사계절 액세서리』라는 책도 내신 튜터님이 어떤 장비를 사용하고, 원석엔 어떤 종류가 있는지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우선 내 손가락 둘레에 길이를 맞추고, 반지로 쓰고 싶은 원석을 고를 차례. 영롱하게 빛나는 그린 오닉스와 매력적인 분홍색 장미석을 픽! 첫 번째 반지는 만드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은반지를 동그랗게 말고, 양 끝에 접착제를 바르고, 원석을 사이에 끼우면 완성.

원석이 달랑거리는 두 번째 반지는 조금 복잡했다. 은반지 양옆을 9자 모양이 되게 말고, 둘을 엮고, 또 다른 은반지에 원석을 끼워서 9자로 말아 반지에 끼우면 끝.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한다는 9자 말이를 의외로 한 번에 성공해서 튜터님께 칭찬받았다. 생각보다 쉬워서 똥손인 나도 재미를 느꼈고, 조용히 집중하며 만드는 게 은근히 힐링도 됐다.

탈잉 액세서리 원 데이 클래스 ₩30,000 스터디룸 대관비 ₩3,000 (개인 지출)

 

 

#3 똥손 탈출기의 끝판왕 메이크업 클래스

똥손이기도 하거니와, 귀찮은 걸 딱 질색해서 화장 배우기를 매번 미뤘다. 평소 화장은 파운데이션, 컨실러, 립스틱이 끝이라서 아무리 바쁜 아침이어도 노래 한 곡이면 화장이 끝난다. 취업 면접을 위한 단정한 메이크업을 배우고 싶어서 메이크업 클래스를 듣기로 했고, 화장의 ‘ㅎ’자도 모르는 내가 뷰티 유튜버로도 활동하는 인보라 튜터님께 베이스부터 립까지 모든 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

내 얼굴 반쪽에 직접 시연해주거나 다른 튜티에게 시연하는 것을 보면서 컨실러는 어떻게 바르는지, 파운데이션을 바른 뒤에 왜 퍼프를 쓰는지, 아이섀도는 어떤 순서로 어떻게 바르는지 등을 세세하게 배웠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튜터님이 내 얼굴 반쪽에 직접 메이크업을 해주시니 어떤 느낌으로 화장해야 하는지 확실히 배울 수 있었다는 점, 나에게 딱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건 덤!

탈잉 메이크업 원 데이 클래스 ₩40,000 재료비 ₩3,000 (개인 지출)

 

 

+ EPILOGUE

그래서 똥손을 탈출했냐고? 글쎄…. 그래도 평소에 안 쓰던 글씨도 써보고, 공예도 해보고, 메이크업도 해보면서 손을 요리조리 움직였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그동안은 소질이 없다며 손으로 하는 건 엄두도 못 냈는데, 내가 노력하면 손재주도 늘어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이 글을 읽고 원 데이 클래스에 관심이 생겼다면, 재능 마켓 사이트 ‘탈잉(http://taling.me/)’을 참고하면 좋을 터. 저렴한 가격에 다른 사람의 재능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또 자신의 재능을 강의로 등록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데이 클래스다 보니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원 데이 클래스보다는 돈을 더 투자해서 좀 더 지속적인 클래스를 듣는 것을 추천한다.


# 어느 날 갑자기 10만원이 생긴다면?

다음 주 주인공은 바로 당신! 여러분에게 어느 날 갑자기 10만원이 생긴다면 어떤 이유로, 어디에 쓰고 싶은지 magazine@univ.me 로 ‘10만원 사용 계획서’를 보내주세요. 계획이 신박할수록, 이유가 설득력 있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집니다. 당첨된 분께는 10만원을 드리고, 그 생생한 사용기를 지면에 싣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845호 – 10만원이 생긴다면]

학생 에디터 문소정 moonsojeong@naver.com

Intern 최은유 metaphor@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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