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 애용하기, 네일 케어 받기, 공연 보기, 구제 옷으로 옷장 채우기. 20대는 취업난이라 가난하다더니, 왜 그런 데 돈을 쓰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이 이런 소비들을 꼭 ‘사치’라고 불러야겠다면,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작은 사치라고 답하겠다.

생활비가 빠듯해도 사람이 밥만 먹고 살진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는 밥보다 소중한 작은 소비들이 있다. 가성비만으로 퉁 칠 수 없는 그런 소비 덕분에 일상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살아간다. 작은 사치들로 오늘도 구원받고 있다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생활비가 5만원 남았어도, 3만원짜리 필름 세트를 질러요

 

한 달 생활비 중 필름 카메라 촬영에 들이는 비용은 몇 퍼센트?

필름(36컷) 값은 1롤에 4천원, 현상은 1롤당 6천원. 필름 카메라로 매달 5~6롤 정도를 찍고 현상하니까 한 달에 5~6만원쯤 사용하는 것 같다. 셔터 한 번 누를 때마다 280원이 나가는 셈. 흑백이나 빈티지 필름으로 찍으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한 달 생활비의 10% 이상을 써야 하는, 생각보다 비싼 취미다.

 

필름 값을 충당하다 보면 꽤 자주 생활비가 빠듯할 것 같은데.

한번은 생활비가 5만원 남은 시점, 필름 구매 사이트에서 반짝 세일을 하길래 나도 모르게 3만원짜리 필름 세트를 결제해 버린 적이 있다. 빠듯한 생활비를 잊고 그만.(털썩) 결국 엄마한테 실토하고 가불 받아 일주일을 살았다. 여행 후 통째로 몇 만원어치 현상을 맡기고 나서 밥값과 커피 값을 아끼는 건 기본이다.

 

집에서 잔소리 좀 들었겠다.(웃음)

처음엔 엄마가 돈 많이 드는 취미라며 별로 안 좋아하셨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거실 벽에 내가 찍은 사진으로 액자를 만들어 걸어두고 싶다고 하시더라. 요즘엔 가끔 “이거 이렇게 찍어줘”라고 하시면서 주문도 하신다.

 

‘폰카’, ‘디카’ 시대에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필름 카메라 특유의 질감이 있다. 같은 장면이라도 몇 도만 비틀어서 달리 찍으면 빛 때문에 색감이 바뀌기도 하고. 들고 다니긴 무겁지만, ‘이 장면은 찍어야 돼’라고 생각한 순간 필름 카메라를 갖고 나왔다는 사실이 주는 희열도 있다. 핸드폰은 늘 들고 다니니까 아무 때나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사진을 잘 안 찍게 된다. 필름 카메라는 늘 들고 다닐 수도 없고, 아무 때나 찍을 수도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컷 한 컷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최근에 출사 나갔던 곳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따로 출사를 나가기보단 일상적으로 지나는 곳을 많이 찍는 편이다. 내가 자주 오가는 동대문구나 노원구 쪽이 사람 냄새 나고 옛날 느낌이 물씬 나서 필름 카메라와 잘 맞는 것 같다. 경복궁, 창경궁과 같은 고궁에서 찍었던 사진도 마음에 든다. 한복을 입고 오는 분들이 많아서 예스런 느낌이 더 잘 나오더라. 사람이 많고 북적대는 도심보다는 조용하고 색깔 있는 동네를 추천한다.

 

필름 카메라가 어떤 의미이기에 돈 쓰는 것이 1도 아깝지 않은 걸까.

일상은 반복되고, 때때로 지루하다. 그런데 필름 카메라를 챙겨 나오면 평범한 등굣길도 좀 더 기분 좋게 지날 수 있다. 늘 다니는 길이지만 이런저런 사진을 찍으며 걸으면 괜히 반짝반짝 빛나 보이니까. 내 일상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물건이라 필름 카메라를 계속 쓰게 되는 것 같다. 돈이 좀 든다고 해도, 지루한 일상 속 탈출구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Interviewee 문소정, 연세대 영어영문 13, 느림의 미학을 아는 필카 유저 CAMERA Nikon AF 600 / FILM Kodak 200

Editor 서재경 suhjk@univ.me


 

 

 

# 인턴 월급이 통장을 스치기 전, 네일에 쓸 돈부터 빼둬요

 

한 달 생활비 중 네일 케어에 쓰는 비용은 몇 퍼센트?

순수 비용만 계산하면 10% 정도. 졸업 전에 인턴을 하고 있는 중인데, 급여가 들어오자마자 바로 네일 예약부터 한다. 방세, 고양이 사료 값 그다음으로 예산을 잡아둔다. 물론 적은 비용은 아니다. 아무리 저렴해도 기본 3-4만원에, 디자인 네일을 받으면 10만원도 한다. 그래서 밥은 무조건 집에서 냉장고 파먹기를 하고, 커피도 잘 안 사 먹는다. 그렇게 아끼면 네일 한 번 더 받을 수 있으니까.(웃음)

 

생활비가 부족할 때는 한 번 정도 네일을 쉬어 갈 법도 한데?

네일 케어만큼은 절대로 쉬지 않는다.(웃음) 애초에 친구들과의 약속 스케줄도 네일 예약을 먼저 한 다음에 짠다. 월초에 돈을 많이 쓸까봐 불안해서 월급날 바로 다음 날 네일 예약을 잡을 정도…. 한 번 네일을 받았을 때 온전하게 유지 가능한 3주나 한 달을 기준으로 1회씩 받는데, 절대 후회하지 않는 소비다.

네일 케어를 받기 시작한 후로 한 번도 거르지 않아서인지 지금은 손톱이 자라나거나, 매니큐어 칠이 벗겨지면 왠지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것처럼 불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왜 네일 케어에 소비하는 돈은 아깝지 않을까?

나만을 위한 투자니까! 확실히 기분 전환이 되니까 전혀 아깝지 않다. 받을 때나, 받은 직후만 행복한 게 아니라, 손톱이 보일 때마다 행복해진다. 사소하지만 정리되어 깨끗한 큐티클을 볼 때, 그날 입은 옷이랑 분위기가 딱딱 맞아떨어질 때, 특히 여행 가서 바다나 하늘을 배경으로 인증샷 남길 때는 최고로 짜릿하다.

 

고수들은 저렴하지만 잘 하는 곳도 많이 알 것 같은데.(소곤소곤)

소셜 특가로 가거나, 회원권 끊고 가는 게 돈을 아끼는 거라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왕 돈을 들이는 건데, 정말 실력이 좋은 곳으로 가는 게 돈을 아끼는 거다. 잘 못 하는 곳에 가면 네일이 금방 손상되니까. 나는 깔끔한 디자인을 잘하는 곳, 화려한 디자인을 잘하는 곳 등 그때 받고 싶은 디자인을 인스타그램으로 꼼꼼히 검색해보고 간다. 경험상 손톱 관리와 마감 처리, 젤 네일 지우는 쏙 오프 등 기본기를 잘하는 곳이 실력이 좋더라.

 

인터뷰를 읽고, 네일 케어로 일상을 구원받고 싶어진 독자들에게 해주고픈 말은?

처음 해봐서 잘 모르겠으면, ‘이달의 행사 네일’을 고르면 좋다. 최근의 트렌드 네일이니까. 하지만 안 어울리는 색을 억지로 받지 말고, 꼭 퍼스널 컬러에 맞춰 손이 뽀얗게 보이는 컬러로 골라라. 색상 변경은 무료로 가능하니 안 하면 손해!

 

돈 함부로 쓴다는 주변의 잔소리(라고 쓰고 ‘고나리’로 읽는) 100% 들어봤을 것 같다.

어른들은 주로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로 말씀을 시작하셔서, “건강에 안 좋다”로 끝내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 인생이니까 나한테 뭐가 더 중요한지는 내가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닐까? 친구들도 종종 “이게 그렇게나 비싸? 대체 왜 받아?”라고 묻는데, 그때는 “내 돈으로 내가 기분이 좋아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대꾸해준다.

 

Interviewee 유송빈, 경희대 경영학과 13, 네일 케어와 고양이 없인 못 사는 사람

Editor 권혜은 hyen@univ.me


 

 

# 옷은 고민 끝에 안 사지만, 컵은 고민 없이 바로 사요

 

한 달 생활비 중 홈 카페를 운영하는데 쓰는 비용은 몇 퍼센트?

용돈과 아르바이트 월급을 포함한 한 달 생활비는 40만원 정도. 재료를 많이 구매할 땐 돈을 더 쓰기도 하지만 보통 3~5만원을 꼬박꼬박 홈 카페 재료비로 사용하고 있다. 생활비의 8% 이상을 쓰는 것 같다. 재료비가 은근 비싸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카페에 가서 5~6천원짜리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핵 이득이다!

 

주로 어디에 쓰는 돈을 아껴 홈카페에 투자하나?

18학번 새내기다.(수줍) 게다가 봄이다! 예쁜 옷 한 벌 장만하고 싶은 욕구가 턱 끝까지 차오르곤 한다. 그런데 살까 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결국은 안 사게 되더라. 반면 홈 카페 재료나 컵 쇼핑을 할 때는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지르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옷은 포기가 되지만, 홈 카페는 포기가 안 된다.

 

평범한 취미는 아닌 것 같은데… 홈 카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분들이 올린 사진을 보고 따라서 시작하게 됐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 지 1년 반쯤 됐는데, 그 실력을 발휘해서 음료도 만들고 영상도 찍어서 올리고 있다. 요즘은 친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홈 카페 영상을 찍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만든 음식을 나눠 먹는 그 소박한 과정이 큰 힐링을 준다.

 

홈 카페가 일상에 안겨주는 소소한 행복이 있다면?

사실 내가 삼수를 해서 올해 대학에 합격했다. 체대를 준비하다 보니 공부하랴, 실기 준비하랴 지난 3년간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처음 홈 카페를 시작했는데, 음료를 만들고 영상을 찍으며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었다. 나한텐 작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학에 들어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고, 생활도 즐겁지만 그래도 문득문득 얼른 홈 카페 음료를 만들고 영상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홈 카페에서 만든 메뉴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비엔나 커피라고도 불리는 아인슈페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고, 재료 구하기도 쉽다. 아메리카노 위에 생크림만 올려주면 끝! 이상한 조합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는 마성의 조합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콜드 브루 커피와 묽은 생크림, 약간의 코코아 가루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미리 구매해 둔 흰색 천 위에 커피를 올려놓고, 따듯한 볕이 들 때 영상을 찍으면 완벽한 홈 카페를 즐길 수 있다.

 

홈 카페를 운영하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BEST BUY’는?

단연코 컵! 컵을 살 때 가장 기분이 좋다. 홈 카페에서 컵은 생명이다. 컵이 예쁠수록 음료도 더 예뻐 보인다. 영상 찍기 전에 항상 ‘이 음료엔 어떤 컵이 잘 어울릴까’ 생각한다. 찻장에 내가 산 컵들을 늘어놓았는데, 보기만 해도 그냥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Interviewee 신수빈, 인천대 운동건강학부 18,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페, ‘홈 카페’ 운영자

Editor 서재경 suhjk@univ.me


 

 

# 공연을 보려고,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한 달 생활비 중 공연을 보는 데 쓰는 비용은 몇 퍼센트?

적은 달은 20~30%부터 최대로 많은 달은 70%까지. 식비, 교통비, 통신비를 제외하고 전부 공연에 쓴 적도 있다. 편당 정가는 5~6만원 선인데, 학생 할인이나 재관람 할인을 최대한 이용하면 3~4만 원에도 충분히 볼 수 있다.

 

한 달 평균 몇 편 정도 보러가나?

매달 보고 싶은 공연이 몇 편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최소 네 번 이상,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관람하는 편이다. 중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무겁지 않은 주제의 연극이나 뮤지컬들을 좋아한다.

 

공연을 보기 위해서 이런 일까지 해봤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너무 당연하고, 지난 학기에는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오로지 공연을 보기 위한 선택이었다. 런던에선 딱 2주일 머물렀는데, 관광 일정은 다 포기하고 매일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만 2편씩 봤다. 국내에는 수입될(?) 가망이 없는 공연들 위주로. 올해는 뉴욕 브로드웨이에도 가보고 싶은데 슬프게도 재정 상황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

 

없는 여유를 만들어서라도 공연에 탕진하고 싶은 이유는?

공연은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끝나고 나면 ‘완벽히 똑같은 작품’은 영영 보기 힘들다. 배우나 연출에 따라서도 매일 달라지니까. 그런 ‘현재성’에서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느낌을 받는다. 또 일주일 동안 묵혀뒀던 스트레스와 감정들이 공연을 보면 풀린다.

요즘은 플라시보 효과처럼 공연장의 퀴퀴한 냄새만 맡아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해진다. 들여야 하는 시간도 적지 않지만, 아무리 피곤해도 아메리카노를 흡입하며 달려가는 이유다. 좋은 공연 한 편을 보고 나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도 그 에너지로 살 수 있거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지니 열심히 살 수 밖에 없기도 하고.(웃음)

 

공연 보고 제일 행복했던 때는 언제?

2016년 연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봤을 때다. 친구들도 안 만나고, 밥도 집에 가서 먹고, 시험과 과제로 쪽잠을 자면서도 모든 시간과 돈을 이 공연에 썼었다. 못해도 7번은 봤는데, 볼 때마다 눈물을 뽑았다. 화려한 대극장 뮤지컬은 아니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보는 자체로 위로를 받았거든. 지금도 1등으로 좋아하는 공연이고 가장 많이 본 공연이기도 하다. 여전히 책상 위에 대본집과 OST CD를 진열해두었을 정도.

 

주변 사람이 소비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해서 싫었던 적은?

“너 돈 많아?” 정말 말도 안 되는 편견이다. 그냥 우선순위가 다른 거다. 맛있는 밥 먹고, 예쁜 옷 입는 데에 돈을 쓰는 것보다, 공연 보는 데 돈을 쓰는 게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내가 공연 보는 데 쓴 돈이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과외를 하고, 근로 장학생을 해서 번 소중한 돈을 ‘공연 관람’에 쓰겠다고 선택한 것뿐이다.

 

Interviewee 최지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15, 버는 족족 티켓 값으로 탕진하는 공연 러버

Editor 권혜은 hyen@univ.me


 

 

# 못 먹어도 구제 옷 쇼핑하러 동묘로 GO!

 

한 달 생활비 중 구제 옷을 쇼핑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은 몇 퍼센트?

10% 정도. 구제 옷이 워낙 저렴해 액수 자체는 크지 않지만 한 달에 두세 번 이상은 습관적으로 동묘에 쇼핑을 하러 간다. 꼭 옷을 사지 않더라도 심심하거나 할 일이 없을 때 주기적으로 들르곤 한다.

 

옷을 두고 ‘몸만 가리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본인의 차이는 뭘까?

보통 사람들은 ‘내일 뭐 먹지?’를 고민할 때 나는 ‘내일 뭐 입지?’를 고민한다. 내 기준엔 옷>>>밥이다. 생활비가 모자라면, 식비를 아껴서라도 옷을 산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것 같다.

 

어쩌다가 구제 옷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나.

스무 살 때 비싼 옷을 살 돈은 없지만, 옷은 잘 입고 싶었다. 때마침 여자친구도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해서 나도 자연스럽게 구제 옷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엔 싼 가격에 매료됐지만, 점점 짜릿한 ‘손맛’에 끌렸다. 남들이 놓친 보물을 내가 낚아챌 때의 그 손맛이란!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비로소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는 그 기분을 알겠더라. 구제 옷은 대부분 버려진 것들인데 내가 거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준 느낌! 그때의 만족감이 좋아 구제 옷을 계속 사게 된다.

 

구제 옷 쇼핑이 본인의 일상에 어떤 의미를 더해주는지?

동묘에 가서 쓰는 돈은 전혀 안 아깝다. 그냥 좋다. 그곳에 있는 빈티지 아이템, 지나다니는 사람들, 특유의 공기와 분위기 모두 다. 서울은 어딜 가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것들로 가득하지 않나. 동묘는 화려한 서울에 숨어 있는 나만의 쉼터 같다. 정겨운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는 커뮤니티 같은 느낌도 들고. 정말 신기하게도 동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안정 같은 것이 있다.

 

동묘 초심자들에게 구제 옷 고르는 꿀팁 하나만 전수해달라.

무조건 평범한 거! 리얼 기본템이 좋다. 특이한 것을 사면 뒤늦게 폭풍 후회한다. 손도 잘 안 가게 되고.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적당히 멋스러운 옷이 좋다. 구제 옷이라는 걸 아무도 모를 만큼 자신에게 찰떡같이 어울리는 기본템으로 쇼핑을 시작하길 추천한다. 구제 옷에 대한 편견이 있지 않나.

 

빈티지 마니아로서 가장 참을 수 없었던 편견은 무엇이었나?

“구제 옷 살 돈 모아서 차라리 새 옷을 사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이젠 그러려니 할 정도다. 소비는 가치관의 차이인데 그런 고나리질이 들어오면 어이없다. 덧붙여 “죽은 사람이 입었던 옷일 수도 있잖아! 난 찜찜해서 안 입어”와 같은 얘기도 많이 듣는데 내 대답은 “안물안궁”이다. 구제 옷이 주는 만족감이 명품이나 비싼 브랜드 옷보다 적은 건 절대 아니다.

 

Interviewee 김동현, 서울 직업패션전문학교 패션비지니스 17, 동묘에 푹 빠진 구제 패션 피플

학생 에디터 김혜원 ganwlrog@naver.com


 

 

# 의와 식을 조금 내려놓고, 텀블벅 밀어주기를 합니다

 

한 달 생활비 중 텀블벅 후원에 쓰는 비용은 몇 퍼센트?

나름 절제하면서 지르는데도 생활비의 25% 정도는 쓰게 된다. 평소에 옷과 화장품도 좋아하지만,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집에 많이 있어’ 다독이면서 내려놓는 편이다. 식욕이 적은 편이라 식비에서 가장 많이 아낀다. 하루에 한 끼 먹을 때도 꽤 있고, 되도록 친구 집에서 먹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재료비는 당연히 내고, 설거지도 꼬박꼬박 한다!(웃음). 본가와 학교 사이에 거리가 있어서 교통비가 꽤 들지만, 그것까지 아낄 수는 없으니까….

 

텀블벅 밀어주기는 후원과 쇼핑 사이에 있는 상당히 독특한 소비인데?

우리는 어릴 때부터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돕고, 동물을 소중히 대하고, 지구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고 배우지 않나.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아끼고 불편을 감수하며 후원을 하려다 보니 점점 ‘내가 왜?’란 생각이 들더라. 그때 텀블벅을 만났는데, 좀 충격이었다.

갖고 싶은 굿즈를 사면, 자연스럽게 후원이나 기부가 된다는 형식이. 한 번에 큰돈을 들이는 것도 아니고, 쇼핑을 하면서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어느새 계속 밀어주기를 하고 있더라. 일반적인 기부처럼 남을 위한 소비라 느껴지기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산다는 기쁨이 더 크다. 굿즈를 사용하면서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도 좋고.

 

굿즈의 바다에서 주로 어떤 걸 사는 편인가?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쓰이고 가격이 저렴한 ‘배지’ 종류를 주로 선택하게 된다. 대부분 만 원 이하라, 한 달에 10~13개 정도 지르는 듯. 보고 있으면 마치 칭찬 스티커를 받은 것 같아 계속 모으고 싶어지거든.(웃음) 반면 하나에 3만원 이상 하는 고가의 굿즈나, 음식물 같은 1회성 굿즈는 좀 망설이게 된다.

최대한 여러 프로젝트에 후원하고 싶기도 하고, 굿즈를 오래 옆에 두고 싶어서다. 잘 모르겠을 때는 수익금 사용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후원을 선택하는 편이다. 또 굿즈의 디테일이나 창작자의 자부심, 후원자의 반응 등을 꼼꼼히 따지면 실패하지 않는 소비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일 만족했던 굿즈 쇼핑은?

하나를 고르기는 좀 힘든데.(웃음) 작년 9월에 샀던 꽃그늘 배지가 제일 맘에 든다. 유기 동물을 위해 수익이 전액 기부된다는 취지도 좋았지만, 굿즈 자체가 너무 귀엽고 예쁘니까.

 

텀블벅 쇼핑하면서 아쉬울 때는 없었는지?

취지도 너무 좋고 굿즈도 참 좋은데, 페이지 섬네일이 예쁘지 않아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는 프로젝트가 제일 아쉽다. 그러면 굿즈가 아무리 예뻐도 잘 무산되거든. 내가 목표액을 다 채워주고 싶은 심정이 든다. 텀블벅은 사람들의 후원이 모여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기간 안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무산되는 시스템이니까. 그래서 후원에 성공했을 때도, 실패했을 때도 각각 뿌듯함과 속상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후원은 ‘돈이 남으면’ 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참견도 적지 않겠다.

“나도 불우한데 나한테 기부 좀 해라”, 아니면 “그거 얼마나 기부된다고”. 많이 듣는 소리다. 가정 형편이 좋아서 텀블벅에 관심 있는 줄 아는 것 같다. 사실 나도 의식주를 조금씩 아껴가면서 하는 건데…. 이왕 쇼핑할 거 좋은 소비 한다고 응원은 못해줄망정 남의 소비에 초는 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Interviewee 김유리, 경일대 사진 전공 16,  세상 모든 고양이와 강아지를 사랑하다가 텀블벅 굿즈 쇼핑에 빠진 사람

학생 에디터 정다빈 jungdb98@naver.com


 

 

# Ending Story 당신의 무리한 취미를 응원하며

 

언젠가 본 요리 프로그램에서 할랄 치킨 오버라이스를 소개하고 있었다. 중동 사람들의 음식으로, 내가 생전 가본 적 없는 뉴욕의 대표 스트리트 푸드라고 했다. 화려한 이름과는 달리 단순히 밥 위에 닭고기를 얹은 것이었지만, 만드는 과정이 이틀은 걸리는데다 식재료의 반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평생 먹은 것들을 총동원해도 그 맛을 상상하는 것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셰프는 여유롭고 현란한 몸짓으로 낯선 뉴욕, 그 거리 위의 할랄 치킨 오버라이스를 요리했다. 알 수 없는 맛과 향이 뉴욕만큼 멀게 느껴졌다. 오레가노, 터머릭, 카다몸, 샤프론, 정향. 생소한 이름들이 낯선 노랫가락처럼 나의 혼을 빼놓고 사라졌다.

 

그후 드문드문 휴일이 찾아올 때마다 이태원에 들렀다. 집에서 이태원까지는 지하철을 세 번 환승해야 했고,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내가 찾은 곳은 카페도, 클럽도 아닌 푸드마켓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이국적인 이름과 강렬한 향기들 속에서 코를 킁킁대며 장바구니를 채우다 보면, 세상의 만사와 물정을 잊고 매번 8만원을 훌쩍 넘겨버리곤 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는 흥행하는 영화 한 편과 유행하는 원피스, 맛집의 커피 한 잔으로도 털어낼 수 없는 허무가 있곤 했다. 이전의 나는 그럴 때 립스틱을 모았다. 초등학생 때 문구점에서 산 기분에 따라 색이 바뀌는 반지처럼, 내 몸의 어떤 부분은 매일을 다르게 맞이해야 했다. 봄 하면 떠오르는 립스틱이 있고, 우울할 때 필요한 색이 있으며, 조금 설렐 때 발라야 할 틴트가 있는 법이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무엇 하나 쉽게 되는 것이 없을 때,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사뿐사뿐 걸어갈 힘을 내야 했다. 두 손 가득 향신료를 안고 돌아와 부엌 찬장에 줄 맞춰 세워놓으면 뿌듯함과 함께 배가 고파왔다. 신이 나서 몇 시간이고 요리를 했다. 어디서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요리를, 지구 반대편의 요리를, 밖에선 감히 사먹을 엄두를 못 내는 요리를 했다.

 

그럼 작은 집에서 작은 일상에 쫓기고 있는 나는 혼자라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곤 했다. 무겁고 어려운 것들을 사랑할 때에 들여야 하는 품이 있다. 예쁜 잠옷을 하나 샀을 때 잠자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는 것처럼. 좋아하는 사람들로 집을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은 작은 집의 몇 없는 장점이다.

 

오늘은 그들과 나 사이의 작은 상에 뉴욕의 대표 스트리트 푸드가 올랐다. 사실 모두가 한 요리 하는 자취생들이지만 역시 가장 맛있는 것은 남이 해준 밥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그간 각자의 일상을 견디게 해준 노랫가락들을 꺼내어 불러본다.

 

온갖 자랑과 격려와 실패를 늘어놓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한낮의 빛과 입안에서 퍼지는 낯선 풍미 속에서 뉴욕의 거리를 떠올려본다. 그리고 잘 마른 마음으로 다시 집 밖으로 나설 준비를 해 본다. 함께 걸어갈 힘을 내어본다.

 

writer 양다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13, 향신료 사다가 휴대폰 요금 연체된 여자


[846호 – Special]


아웃 캠퍼스를 아직도 모른다고?

대외활동부터 문화생활까지. 꿀팁 저장소


통학 힘든 학교 7대장

그래도 개강하고 싶다

 

학과별 동물의 숲 근황

뭐? 니르고져 홀베이셔도???

 

슬기로운 소비생활: 롯데리아 1인혼닭&치즈인더에그 편

닭먹고 알먹고!

 
동영상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으면 제발 클릭 좀 [오픈톡 EP.01]

진짜 이걸 믿는 사람이 있음?

 

여자 대학생 둘이 남성청결제를 개발한 이유

공모전 대상부터 실제 제품 출시까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영상

인문대/공대/예술대, 학과별 노트북 리뷰

솔직히 넷플릭스 제일 많이 봄

 

슬기로운 소비생활: 다이소 로봇청소기 편

로봇청소기가 오천원 실화....?

 

해외 봉사활동, 다녀오면 어때요?

KT&G복지재단 아름드리 대학생 해외봉사단 2인에게 직접 물어봤다

 

슬기로운 소비생활: 모나미 파스텔 펄 편

바디도 잉크도 예쁜 모나미 역대급 볼펜의 탄생

 

우리의 일상을 구원하는 작은 사치

 
시리즈 로즈뷰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 정직한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