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모인 술자리에서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과, 굳이 입을 열지 않는 사람. 비슷한 말로 내부자와 국외자,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 다수와 소수, 주류와 비주류 등이 있다.

전자는 높은 볼륨으로 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후자는 그것에 반응하거나 반응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주로 전자의 의견은 ‘맞는 말’로 끝맺음되고, 후자의 의견은 다수의 기억 속에서 쉽게 ‘휘발’되어 버린다. 이 지긋한 레퍼토리가 반복되다 보면, 후자는 차라리 자신의 음을 소거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다수가, 큰 목소리가 늘 옳아서 침묵하는 게 아니라는 것.

‘무음 모드’를 유지한 채 주류가 흘러가는 방향에 무던히 섞여 살아가면서도,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6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 없다’고 쉽게 단정 짓기는 금물. 들리지 않기에 보이지도 않는 목소리가 있음을 기억하며 페이지를 넘겨보자.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도 없는 목소리의 형태를 찾아서.

 


 

 

 

# 멀쩡해 보이는데 왜 공익이냐면요…

징병제 국가의 사회복무요원, L씨

 

저는 곰이 아니고 사람인데 주변에서 자꾸 ‘꿀 빤다’고 한마디씩 해요. 네, 저는 공익이에요. 어느덧 6개월 째 소방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현역으로 입대했는데, 훈련소에 있던 어느 날 당뇨병이라며 갑자기 퇴소를 당했어요. 그래서 재신체검사를 받고 공익이 됐죠.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시간

친구들을 만나면 군대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요. 불쑥 현역인 친구로부터 “공익은 어떠냐? 나는 힘들었는데”라는 말을 들을 때면 할 말이 없어져요.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너는 솔직히 군대 얘기 하지 마라”, “맨날 꿀 빨면서 지내는데 뭔 얘기야”라는 식으로 입막음을 당하니까 조금 씁쓸하더라고요. 군대와 관련 없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괜히 위축되는 기분이에요. 그래도 친구들에 비해 퇴근 후 생활이 비교적 자유로우니까, 그런 말 들으면 그냥 웃어넘기고는 해요.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도 있고요.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건 아니야

사실 저는 스무 살 때부터 2년간 현역 입대를 위해 계속 노력했어요. 군대 가려고 심지어 휴학까지 했죠. 그렇게 겨우 입대한 건데 퇴소를 당하다니…. 남들 다 가는 군대, 나만 못 가서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어요. “왜 퇴소당했냐? 몸 관리 좀 하지.” “빨리 다시 군대 가라.” 걱정 아닌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죠.

좀 덩치가 있는 편이라, “멀쩡해 보이는데 왜 보충역이냐?”라는 말도 상처였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사람을 피해 다녔어요. 만날 때마다 그런 말을 들으니까. 입을 열면 자기 관리를 못 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꼴 밖에 안되더라고요. 그래도 이제는 점점 무뎌져서 솔직하게 제 병에 대해 설명하고, 가볍게 웃으면서 현재 상태를 말하려고 노력해요. “나 운동하면서 살도 빼고 건강해지려고 노력한다!” 이제야 보이는 거지만, 악의를 가지고 저를 무시한 거라기보다 부러워서 한마디씩 던지는 게 더 크더라고요.

요즘 제 가장 큰 고민은 병 때문에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거예요. 또 사흘에 한 번씩은 직접 손가락 끝에 바늘을 찔러 혈당 검사를 해야 하는데, 손이 저려서 힘들기도 하고요. 마냥 ‘좋겠다’는 말을 듣기엔 극복해야 할 일이 많아요. 이 자리를 빌려, 제 병이 절대 ‘선택’한 게 아니라는 것, 꾀병을 부리는 게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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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해 보이는데 왜 공익이냐면요…

 

멀쩡해 보이는데 왜 공익이냐면요…

 

멀쩡해 보이는데 왜 공익이냐면요…

 

멀쩡해 보이는데 왜 공익이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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