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하나만 고른다면?” “성실함입니다! 뭐든지 꾸준히 하는 건 자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어필해야 할 때면 별 고민 없이 ‘성실함’을 꼽아왔다. 세상 사람들을 토끼과와 거북이과로 나눈다면, 나는 당연히 거북이 쪽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과거에 함께 일한 사람들 모두 나를 성실하다고 평가했다. 특출난 능력은 없었으나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낸다는 게 나의 유일한 자랑거리였다. 덕분에 1등은 못 해도 언제나 중간은 했다.

 

근데 요즘 ‘성실’이라는 게 내가 짜 놓은 프레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쌓아온 성실한 이미지로 사람들을 속이고 거기에 나 자신도 속아 넘어간 게 아닐까.

 

정말 성실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마감 기한이 촉박하도록 일을 미뤘을 리 없다. 지금 이 글도 데드라인을 코앞에 두고 울면서 쓰고 있다.(절망)

 

어떻게든 마감은 하니까 성실한 사람이라고 착각했는데, 과정을 자세히 보니 아니었던 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양심은 알고 있겠지.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게을렀는지.

 

이참에 솔직하고 정확한 언어로 다시 이야기해볼까. 나는 ‘머리는 성실한데 몸은 게으른 사람’이다. 할 일이 있으면 일단 성실한 머리가 계획을 세운다. ‘주중에는 회의도 많고 잡무도 있으니까. 집안일은 주말에 미리 해 두고, 기사 개요도 구상해 놓자.’ 그 계획만 따르면 밤을 새울 필요도, 마감에 쫓겨 구린 글을 내고 자괴감에 빠질 일도 없다.

 

그런데 웬수 같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오전 내내 잠만 자고, 예능 프로그램 서너 개를 연달아 보더니, SNS 피드를 훑어보며 시간을 죽인다.

 

몸이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성실한 머리는 몹시 초조해진다. 시계 앞에서, 쌓여 있는 설거지 거리 앞에서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어쩌려고 이래! 할 일이 산더미라고! 그러다 너 진짜 망한다?’ 그럼에도 얄궂은 몸은 끝내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스트레스만 왕창 받고 처리한 일은 0에 수렴하는 주말이 매주 반복된다. 이럴 거면 차라리 마음 놓고 놀 걸 싶지만 과거로 돌아가도 어차피 결말은 똑같겠지. 성실한 머리님이 세운 완벽한 계획에 압박 받으며 괴로워하기‘만’ 하는 게으른 몸뚱이.

 

나의 성향에 대해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동안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A라는 작업을 하기 위해 비워둔 시간이 9시간이라면, 나의 경우 그 중 7시간을 아무것도 안 하고 걱정하는 데 쓴다. 즉, 실제로 일을 하는 시간은 2시간뿐이다. 별로 바쁘지 않은 시기에도 쫓기는 기분이 드는 이유가 늘 미스터리였는데… 이제 알겠다. 기분 탓이 아니었어. 실제로 쫓기는 거였어!

 

핀란드 날씨도 아니고 언제까지 흐린 기분을 기본 값으로 두고 살 순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기는 편 내 편’ 전략을 써볼까 한다. 성실한 머리와 게으른 몸이 싸우면 높은 확률로 몸이 이길 테니, 처음부터 게으른 놈의 편을 드는 거다. 그간 승패와 상관없이 성실한 머리를 응원하느라 고생이 많았다(한국 시리즈를 보는 한화 팬의 심정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이제 성실한 캐릭터를 포기하고, 더 강한 쪽과 손을 잡을 거다. ‘너 이렇게 게으름 피우다가 큰일 나!(윽박)’ 머리가 괜한 위기감을 조성하면, ‘네, 네, 제가 게으름 좀 피워봐서 아는데요, 벼락치기 좀 한다고 큰일 안 납디다’하고 말아야지.

 

게으른 놈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나니, 그동안 기준이 너무 엄격했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마감을 지켰으니 성실한 것이 아닌가. 어차피 마감일은 정해져 있는데. 미리해서 뭐해.

 

그러니 여러분 주말에 시험공부 안 하고 놀았다고 너무 괴로워 마세요. 우리 이미 알고 있잖아요? 일주일 전에 공부해두나 벼락치기 하나, 성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거.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애초에 미리 공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네요. 하하.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주는 주문

벼락치기 좀 한다고 큰일 안 납디다. 어차피 결과는 비슷해요.


[848호 – Small mind]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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