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매해 만우절에 도 넘은 장난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인턴이 더 이상 두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자발적으로 분노를 갈아 넣은 경험담으로서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은 반드시 하려던 장난을 멈춰야 합니다. 혹 미신이라 하실지 몰라도 사실입니다…. 아, 진쨰 햬지 매럐걔!!


 

 

➊ 선배님들, 저희도 웃을 줄은 아는데요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새내기 단톡방에 입성했다. 그중에서 유독 허물없이 욕(…)도 하며 지내던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마음이 잘 맞아 개강 후에도 그 사이를 쭉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고대하던 신입생 OT날, 그가 동기가 아닌 선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밀려오는 배신감이란….(깊은 빡침)

이름하여 ‘엑스맨’.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새내기인 척 단톡방과 OT에 침투하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들을 말한다. “너희랑 더 친해지고 싶어서 준비한 장난이야! 촤하하, 역시 재밌었지?” 나참, 장난이라면서 후배들 프로필 사진 ‘얼평’하고, 재학생 단톡방에 새내기들 대화 ‘중계’는 왜 하시나요? OT가 끝나도 방심은 금물. OT 때 왔던 엑스맨, 죽지도 않고 MT 때 몰래 카메라로 돌아온다.

방금 전까지 하하호호 잘 웃던 선배님들이 갑자기 분위기 싸해져서는, 우리의 내면을 테스트하기에 이르는데.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대개는 선배한테 당한 설움을 후배에게 풀고자 이러한 악습이 반복되는 게 문제. 선배님들만 재미있는 장난은 제발 그만! 이젠 같이 좀 웃어요!

 

 

➋ 공포는 장난이 아니야

세상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종류의 공포증이 있다. 벌레, 환, 심해, 광대 공포증 등등…. 바퀴벌레를 ‘극혐’하는 친구 앞에 바퀴벌레 시체를 친히 대령한다거나, 껍질 까져 있는 귤만 봐도 환 공포를 느끼는 친구에게 이 세상에 그런 공포증은 없다며 구멍이 가득한 사진을 들이미는 사람이 있다. 너무 싫은 나머지 정색해버리면, “그냥 장난인데 왜 화내?” “너 그렇게 예민해서 어떻게 살아?” 도리어 적반하장인 경우가 다반사.

그럼 싫은 걸 싫다고 하지, 좋다고 해야 하나요? ‘공포’라는 감정은 꽤 생명력이 질겨서, 내 의지대로 쉽게 꺾이거나 무뎌지지 않는다. 당사자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 장난을 이토록 서슴없이 치는 건 무례를 넘어선 ‘폭력’임을 반드시 명심하자.

 

 

➌ 사줄 거 아니면 저리 가 ※ 이 항목은 필자의 반성문입니다

 

친구 세 명과 해외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여행 내내 덤벙대기에 ‘언제 한번 지갑 잃어버리겠구나’ 싶었던 친구가 공항에서 정말 지갑을 놓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 다행히 한 명이 재빨리 발견하여 챙겼으나, 우리는 그녀에게 일종의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지갑이 없어진 걸 알고 당황하는 친구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고 “그러게 잘 좀 챙기지” 질책을 했다.

패닉 상태가 된 친구가 안쓰러워 몇 분 지나지 않아 돌려주었지만, 우리는 어디가 하나씩 부러져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영영 타지 못할 뻔했다. 진심으로 미안했다, 친구야. 소중한 우정에 금이 가지 않으려면, 타인의 물건을 다루는 장난은 부디 신중히! 만일 친구의 최애 아이돌 굿즈로 장난을 치다가 응원봉 하나를 부수게 되면 일단 엎드려 사과부터 하자.

한껏 예민해 있을 친구에게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하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또 새 신발을 신으면 밟아주는 장난조차 자제할 필요가 있다. 당한 사람은 신발이 더러워지는 것과 동시에 기분까지 참담하게 더러워지니까.

 

 

➍ 초상권 침해입니다만

평소엔 왕래도 잘 없던 친구들이 1년에 딱 한번, 생일만 되면 내 페이스북 피드를 정복한다. 어쨌거나 축하해주는 건 정말 고마운데, 제발 축. 하. 만 해주면 안 될까? 축하 멘트와 함께 덤으로 따라붙는 내 몹쓸 얼굴들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한껏 High한 상태로 여기저기 엽사를 뿌리고 다닌 자신에게 어쩐지 자괴감도 들고…. 축하한다는 게시물을 삭제하기엔 괜히 속 좁아 보이고, 지워달라고 부탁하기엔 자존심이 상한다.

일단 고맙다고 댓글을 달긴 해야겠지. 귀 빠진 날의 대가가 이렇게나 무섭다. 사진 지울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내 썸남은 이미 다 봤겠지…? 아, 이번 썸도 망했구나…! 이 장난은 고도의 엿 먹이기로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당사자의 괜한 원망을 사고 싶지 않다면, 사진은 개인적으로 전달하기를 추천한다.

 

 

➎ 제발 학점만은 지켜줘

꿈에서의 불길한 예감은 항상 현실이 된다. 늦잠을 자버려 지각이 확정된 상황. 같이 전공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 마하의 속도로 타자를 쳤다. “야 망했다 나 지금 일어났어” “혹시 출석 불렀니?” “교수님 오셨어?” 다들 메시지를 읽은 건 분명한데,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답장이 없다.

지금이라도 가야 하나?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세상 시크하게 돌아오는 답은 “ㅇㅇ 니 F확정 수고 ㅋㅋ” 큰일이다. 무려 재수강인데 F를 받을 수는 없다. 일단은 교수님 얼굴이라도 뵈어야지 싶어 왕복 세 시간 거리의 학교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런데 어라, 분명 수업 시간이 남았는데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불현듯 간담이 서늘해졌지만 이미 한참 늦었다.

칠판에 선명하게 적혀있는 ‘오늘 수업은 휴강입니다’.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자취하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온다. “야, 사실 오늘 휴강임.” “…설마 진짜 학교 온 거 아니지?” 진짜로 왔는데 어쩔래. 홀로 쓸쓸히 집으로 돌아갈 통학러를 생각해서라도, 부디 이런 장난은 하지 말아줘요.(진지)

 

 

➏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했거늘

이름, 신체와 같이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지는 영역들에 대한 장난 섞인 조롱은 명백한 인격 모독이 될 수 있다. “수지는 저렇게 예쁜데 너는 왜 그래?” 유명인과 이름이 같은 사람들은 한번쯤 받아봤을 질문이다. “내가 쟤보다 먼저 태어났고, 나는 일반인인데 어쩌라고!” 나름 화를 낸다고 내면 그 모습이 귀엽다며 더 심한 장난을 친다.

눈에 띄게 큰 점이 있다고 ‘점쟁이’라 놀리거나, 이마가 넓다고 ‘운동장’이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신체적 콤플렉스를 건드리기도 한다. 한두 번이야 본인도 웃겨서 재미있게 넘기지만, 두세 번 반복되면 슬슬 기분이 나빠지며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막말’과 장난은 분명히 다르다. 이 이름을 지어주신, 이 몸을 낳아주신 부모님을 제발 욕되게 흐즈 므르….(저는 직유가 아니라 은유입니다)


 

[848호 – Campus] 

INTERN 최은유 metaphor@univ.me

ILLUSTRATOR 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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