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에 맞으면 ‘영업왕’이 되어 꽃길을 걷지만, 안 맞으면 압박 붕대처럼 조여 오는 실적 압박에 고통 받으며 월급만을 구원으로 여기게 된다는 공포의 직업! 입사 후, 거래처 사장님과 술 마시다가 영업력 대신 소맥 제조력만 늘었다는 어느 영업 사원의 하루.
08:30AM 출근하자마자 회의를 준비한다. 상사의 매출 실적 압박에 대비해 오늘은 또 어떤 변명거리를 늘어놓을지 머리를 쥐어짠다.
09:00AM 고통의 회의 시간. 실적을 보고하고 거래처 관련 특이 사항은 없는지 점검한 뒤 영업 목표를 만 번쯤(!) 되새긴다. 되새김질에 지칠 때마다 점심에 뭘 먹을지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10:00AM 외근 가즈아! 상사는 벗어났으나, 거래처 사장님이라는 또 다른 종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12:00PM 점심은 늘 미팅 겸 식사. 거래처 사장님들과 돌아가며 선약을 잡는다. 일 얘기를 하며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쑤셔 넣다 보면 비어 있는 밥그릇을 발견할 수 있다.
13:00PM 오후 시간은 쭈욱 외근. 거래처 사장님들과 면담을 하며 주문 내역을 파악하고, 불편 사항은 없는지 알아보는 척하며 슬쩍 신제품 영업을 시도한다.(좋아, 자연스러웠어!)
18:00PM 회사로 복귀. 현장 퇴근하는 날도 있지만, 업무 일지를 작성해야 하는 날은 회사로 복귀한다.
19:00PM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이만 퇴근. 누구랑? 거래처랑^^ 함께 술 한잔하며 이번엔 또 뭘 팔아볼지 머리를 굴리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하는 일 신제품이 출시되면 있는 장점, 없는 장점(?)을 끌어 모아 해당 제품의 소개서를 만드는 것부터 월말에 수금하는 것까지, 판매의 A to Z가 영업 사원의 몫이다. 제품이 더 잘 팔릴 수 있도록 판매 프로모션을 고안하고, 시장조사를 하고, 거래처의 경영을 분석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틈틈이 재고를 파악하고 신규 거래처도 뚫어야 한다.
초봉 중소기업과 대기업 영업 사원의 초봉은 차이가 꽤 큰 편. 이름만 들으면 아는 중견 기업 대졸 초임의 연봉이 2000만 원대 초반인 곳도 있을 정도. 대기업의 경우 기본급은 3500만원 수준이지만 성과급으로 +500만원이 통장에 더 찍히기도 한다고.
업무 강도 월말엔 영업 목표치 달성과 거래처 수금 때문에 무조건 야근 당첨! 10시 넘어서 퇴근하는 경우가 잦다. 제품 판매 행사에 동원되는 경우, 한 달에 1~2회는 주말 출근도 해야 한다. 출근을 안 하는 날도 주말마다 걸려오는 거래처 전화 응대로 맘 편히 쉬긴 어렵다.
신입은 이렇게 뽑아요 실무가 중요한 업무라 일 잘하는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케이스도 많다. 인턴으로 첫발을 들여보는 것도 추천. 공채는 보통 ‘서류-1차 면접-최종 면접’ 순을 거치는데, 1차 면접의 면접관들이 실무진인 경우가 많으므로, 여기서 눈도장을 꾹 찍어 놓으면 좋다.
면접은 이렇게 보세요 어려운 질문이 나와도 머뭇거림은 절대 NO! 농담으로 맞받아치거나, 의연한 척 해야 한다. 무조건 밝고 당찬 인상으로 밀고 가야 된다. 결국 영업은 제품에 대한 썰(?)을 푸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을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고이 포장해서 어필하면 좋다.
미리 알아두면 좋아요 영업에는 B2B 영업과 B2C 영업이 있다. 전자는 고객이 기업, 후자는 고객이 소비자다. B2B는 회사의 지원 여부가, B2C는 영업 사원의 역량이 매출 달성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B2C는 대체재가 많아 영업이 힘들지만, 한편으론 인기 있는 제품은 영업을 굳이 하지 않아도 잘 팔린다는 장점이 있다.
자소서 쓸 때마다 매번 헷갈려요…. 영업, 영업 지원, 영업 관리의 차이는 뭔가요?
영업이 현장에서 발로 뛰는 일이라면, 영업 지원과 영업 관리는 회사 안에서 영업을 서포트 해주는 일이다. 영업은 말 그대로 세일즈! 물건을 판매해 실적을 내는 거다. 영업 지원은 영업 사원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영업 사원 외근 시 제품 주문이나 전화 업무를 대리하고, 매출과 입금을 점검해주는 식이다. 영업 관리는 대리점 또는 영업 사원에게 매출 목표를 부여하고 관리하는 직무다. 한마디로 실적 관리를 한다고 보면 된다.
스펙보다 좋은 인상이나 뛰어난 말발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맞나요?
토익? 학점? 영업 사원으로 먹고사는 데 별로 쓸데없더라. 인상 좋고, 말주변 있는데 친화력까지 있으면 면접은 프리패스다. 실제로 어떤 영업 사원이 거래처에 가느냐에 따라 매출 그래프가 달라지기 때문에 면접관들도 지원자의 호감도를 고려한다.
실적 못 내는데 토익 만점이고, 학점 4.5면 뭐 하겠나. 그러나 여기서 함정! 인상이 좋아서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하고, 거래처와의 과한 친분이 업무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곳이 영업 바닥(?)이다. 자신의 인상이 별로다 싶으면, 역으로 면접에서 냉철함을 어필해 봐도 승산이 있다.
영업할 때 꼭 접대를 해야 하나요? 술 못 마시는데 걱정이에요.
TV에 나오는 룸살롱 접대 같은 술자리는 가본 적 없다. 그냥 거래처 사람들과 소소하게 밥 먹고 소맥 황금 비율로 말아 마시는 정도? 아예 술을 못 하면 영업 사원으로 일하기 쉽진 않을 거다. 술로 친분을 터야 한다고 믿는 꼰대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한숨)
그러나 어느 정도 관계를 만든 뒤에는 술 없이도 영업이 가능하다. 거래처에 수익 개선 방안을 제안하거나, 신규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등 거래처에 도움을 준다면 접대 없이도 영업이 가능하다.
운전면허는 필수, 자차는 옵션이라는데 사실인가요?
내근과 외근의 비율이 3대 7일 정도로 외근이 잦다. 그러니 말 타고 다닐 거 아니면 운전면허는 필수! 운전 경력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차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대다수 회사가 차를 지원해주기 때문. 그런데 회사 차가 많지 않아, 차량 신청이 하늘의 별 따기인 곳도 있다더라. 자차가 있는 게 아무래도 편해서 선배들 보면 다들 중고차를 사곤 한다.
영업 사원들 사이에서 악명 높기로 소문난 업계가 있나요?
주류, 제약, 보험이 악명 높기로 소문난 TOP 3 업계다. 주류는 특성상 문란함(?)을 바라는 거래처들이 있어 힘들다고 들었다. 제약은 콧대 높은 의사들을 상대해야 해서 비추다. 제약 회사 영업 사원이던 내 친구는 의사들 막말 때문에 1년 만에 일을 그만뒀다. 보험의 경우, 입사 후 1~2년 간 인맥팔이 후 점점 실적은 줄고 빈껍데기만 남는 경우가 많다더라.
실적 압박이 대체 어느 정도인가요?
월말에 실적 보고를 하는데, 월 중순부터 영업 사원들을 압박 붕대 감듯 조여 온다고 보면 된다. 회의 때마다 어떻게 목표 실적을 달성할 것인지 물으며 들들 볶는다. 신상품이나 주력 상품이 출시되면 특히 더 심해진다. 이럴 땐 거래처에 싹싹 비는 한이 있어도 어느 정도는 꼭 팔아야 한다.
목표를 100% 달성하지 못하면, 인센티브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실적 줄 세우기를 통해 내가 어디쯤에 속해 있는지 친히 확인시켜주는 건 기본이다. 어떤 회사는 자기 돈으로 제품을 사서라도 실적을 채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심한 욕)
거래처에서 별 일 다 시킨다던데 진짜 그런가요?
내 차 뒷자석은 언제나 박스로 가득하다. 제품을 급하게 구해 달라는 거래처 사장님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아서다. 박스 나를 일이 하도 많아 팔뚝만큼은 특전사 급이다. 그런데 문제는 없는 제품 구해 달라고 진상 부리는 거래처도 있다는 것. 그럼 다른 거래처에 수소문해 물건을 구해다 줘야 한다. 언제 또 거래를 끊겠다고 협박할지 모르기 때문에 발바닥에 불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것이 영업인의 길이다.
가장 퇴사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실적 압박이 너무 커서 퇴사 욕구는 늘 있는 편.(오열) 실적을 100% 달성하거나 거래처에서 나를 인정해줬을 땐 물론 보람도 있다. 영업은 목표만 채운다면 업무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잘 맞는 사람들에겐 천국이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에겐 오직 월급만이 구원인 지옥이다. 그래도 영업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면 일단 부딪혀 보길 추천한다. 혹시 아나? 당신이 영업왕의 성향을 타고났을지.
[849호 – 을의 하루]
사진 출처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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