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타임라인을 장식하는 콘텐츠 회사 직원들, 영상만 보면  먹방 찍고 여행 다니면서 놀고 먹는 것 같던데…. 배가 아프던 것도 잠시. 영상에 나와 웃던 그 얼굴 뒤엔 공장식 콘텐츠 찍어내기(?)에 지친 마감 노동자의 그늘진 얼굴이 있었다.


# 이번 주 ‘을’을 소개합니다
콘텐츠 회사 에디터 2년 차. 방송 동아리에서 영상 제작의 맛을 봤다. 그때 만든 영상을 포트폴리오 삼아 지금 회사에 입사했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도 벌고, 난 정말 운이 좋아!”라고 생각한 건 딱 입사 일주일까지만. 지금은 누구와 불행 배틀을 해도 지지 않을 자신 있는 마감 노동자다.


 

 

9:30AM 출근. ‘내가 올린 콘텐츠가 긴긴 밤 동안 ‘좋아요’는 좀 받았는지 체크한다 → ‘좋아요’ 개수를 보고 실망한다’의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첫 일과다.

10:00AM 일주일에 한 번 기획회의를 한다. 온갖 X소리들이 난무하는 와중에 그나마 덜 X소리로 여겨지는 것을 다음 주 아이템으로 고른다.

11:00AM 밥은 먹고 싶은 때 먹는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업계 사람들과 미팅하는 경우가 많아 회사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 두 시간 동안 프랑스식 식사 겸 미팅을 한다.

13:00PM 오후에 있을 촬영을 준비한다. 필요한 소품을 챙기고, 각종 촬영 장비들을 구비해 놓는다. 혹시 모르니 미리 섭외해둔 출연자에게 “오늘 촬영 잊지 않으셨죠?”라며 리마인드 시키는 일도 빼먹지 않는다.

15:00PM 촬영 시작. 처음엔 ‘오늘 박찬욱급 역작 나오겠는데?’라고 생각하다가, 뒤로 갈수록 황급히 불손한 생각을 반성하며 ‘망한 건 편집으로 살리자’고 다짐한다.

18:00PM 촬영 끝! 이제 퇴근! 아니고 편집과 다음 촬영 준비가 기다리고 있다. 아무래도 밤을 새워야겠다고 생각하며 야식집 메뉴판을 뒤진다.

21:00PM “나 손이 좀 빨라졌나?” 예상보다 일찍 끝난 편집에 얼떨떨해한다. 그러나 다음 주는 마의 출장 주간.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촬영할 기쁨에 몸서리치며 퇴근한다.

 

 

하는 일 콘텐츠 회사 직원은 크게 제작부서와 비제작부서 소속으로 나뉜다. 제작부서에 속한 콘텐츠 PD나 에디터들은 섭외부터 촬영, 편집, 심지어 출연까지 콘텐츠 제작의 전 과정을 담당한다. 비제작부서에서는 광고주 커뮤니케이션, 유통 판매를 위한 포맷 관리, 트렌드 리서치 등 콘텐츠 제작을 서포트하는 일을 한다.

 

초봉 콘텐츠 업계 자체가 업력이 길지 않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많다. 때문에 초봉은 짜고 일은 넘친다. 최저임금에 조금 더 보태 1700만원 주는 곳도 있다고. ‘월급 나쁘지 않은데?’ 싶은 회사들의 초봉이 2400~2800만원이라고 하니 일반 기업에 비하면 낮은 편.

 

업무 강도 출근이 9시 30분이나 10시로 늦은 곳도 있지만, 그건 그만큼 야근이 잦다는 증거와도 같다. 연차가 쌓일수록 점점 일이 늘어 퇴근도 점점 늦어지는 신기한 구조. 주 2회 이상 12시를 찍고 집에 간다. 나라에 빅 이슈가 터져 그걸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땐 당분간 회사에서 살기로 한다.

 

 

이런 사람을 선호해요 예술 하지 않는 사람! 콘텐츠 회사는 콘텐츠로 돈을 버는 곳이다. 즉, 제때 콘텐츠가 생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예술혼을 불태우느라 마감 못 맞추는 사람보단, 공장에서 나오는 공산품처럼 시간에 딱 맞춰 콘텐츠를 턱턱 내놓을 수 있는 성실한 사람을 선호한다.

 

이런 걸 잘하면 좋아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나 포토샵 다루는 건 기본! 학교에서 영상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미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놓아도 좋다. SNS 계정을 운영했다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해봤다는 것 등 다른 회사라면 1도 쓸모없는 경험들이 콘텐츠 회사에선 경력이 될 수 있으니 마구 어필할 것.

 

직원은 이렇게 뽑아요 공채도 있지만, 특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편. SNS 페이지 운영자들, 커뮤니티 네임드 유저들을 눈여겨봐뒀다가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학벌, 나이는 NO 상관! 졸업 전에 입사한 신입도 있다. 학교 방송국 활동, 방송사 아르바이트, 개인 유튜브 운영 등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어필할 수 있는 경험이 많다면 승산이 있다.

 

 

콘텐츠 회사들은 복지부심이 넘치던데, 구글처럼 복지가 엄청난가요?

네니요.(응?) 아직까진 우리나라에서 복지로 대기업을 따라갈 곳은 없는 것 같다. 복지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지 않나.(숙연) 그러나 사내 문화만큼은 좋은 편이다. 구성원 대다수가 젊고 팀장급들도 오픈 마인드인 경우가 많아 꼰대 문화, 위계질서, 업무 간섭 이런 건 거의 없다(얼마 전에 뉴스 보니까 콘텐츠 회사라고 다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만, 흠). 콘텐츠 구매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사내 카페를 운영하는 등 복지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인 건 사실이다.

 

돌+아이만 뽑나요?

이런 오해는 정중히 사양한다. 돌+아이는 병원에 가야지 왜 회사에 오나. 나도 취준생 시절 남들보다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 고민 엄청 했던 평범 of 평범한 사람이다. 그냥 TV 많이 보고, 인터넷 많이 하다가 입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콘텐츠 회사도 결국은 조직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역작 한 개를 만드는 것보다 꾸준히 평타 치는(?) 콘텐츠 10개를 만들 사람이 회사 입장에서 더 필요할 거다. 너무 튀면, 튕겨 나갈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요즘 페북 피드가 콘텐츠로 도배되고 있어요. 대체 일주일에 몇 개나 만들길래 그런 건가요?

영상 콘텐츠의 경우 에디터 한 명당 일주일에 2~4건은 만드는 것 같다. 영상 콘텐츠가 아닌 콘텐츠들은 일주일에 서른 개씩 찍어낼 때도 있다.(진지) 물론 제작 환경은 회사마다 케바케. 나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4~5일은 마감에 쫓기다가 하루 정도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정도? 게재하는 일정이 정해진 콘텐츠나 광고성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마감의 압박은 더욱 강렬해지는 편.

 

콘텐츠 회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회사는 피해라!’ 하는 기준이 있나요?

채용 공고만 잘 살펴봐도 각 나온다. 담당 업무에 ‘카드 뉴스 제작’, ‘영상 제작’, ‘SNS 운영’을 함께 늘어놓은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이 업무들이 전혀 다른 성격의 업무라는 걸 이해 못 하는 감 떨어진 상사들만 있는 회사이거나, 알면서도 다 시키겠다는 심보 못된 회사일 확률이 높다. 그 회사 페북 페이지에 콘텐츠가 하루에 몇 개나 올라오는지, 그중 광고성 콘텐츠는 몇 개인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잘못하면 콘텐츠 회사를 다니는지, 광고 회사를 다니는지 헷갈려 하며 광고주에게 쪼이기만 할 수 있다.(오열)

 

 

하고 싶은 기획을 할 때가 많아요?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할 때가 많아요?

반반 정도? 직장인 마인드로 하기 싫은 광고 콘텐츠도 만들어내야 진정한 프로다. 하고 싶은 기획은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선’에서 진행 가능하다. 밖에서 보면 하고 싶은 걸 언제든 할 수 있는 지상낙원 같지만, 알고 보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지고 가야 하는 냉혹한 세계인 것이다.

 

겉보기엔 잘되는 것 같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는 콘텐츠 회사가 많다던데 진짜 그래요?

현직자로서 뼈저리게 실감 중이다. 미리 경고하는데, 돈을 벌 생각이면 콘텐츠 업계로부터 최대한 멀리 도망가라!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사들이 내부적으론 투자금 다 까먹고 수익이 없어 위기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시장이 작은 데다 콘텐츠는 무료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곳이다. 콘텐츠로 밥 벌어 먹고살기 최악의 환경이란 소리다. 아직도 내부에선 수익 모델을 찾아 나가는 중이다. 수익 모델을 못 찾는다면… 문 닫아야겠지.(눈물)

 

‘좋아요’ 많이 받으면 뭐가 좋아요?

‘좋아요’와 ‘공유’가 많은 것은 자동차의 바퀴가 4개인 것과 같다. 당연하다는 거다. ‘좋아요’나 ‘공유’가 덜 나오면 그게 문제인 거지. 불량품을 만들었다는 거니까. 가끔씩 인센티브 주는 회사가 있다고 듣긴 했는데, 대부분은 그냥 “너 이번에 만든 그거, 반응 좋더라” 정도의 심심한 칭찬을 상사에게 듣는 것이 전부다.(필요 없어, 필요 없다고!)

 

겉보기엔 그냥 노는 것 같은데… 뭐가 힘든가요?

서른이 돼도, 마흔이 돼도 콘텐츠 주요 소비층인 10~20대의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것? 핫한 유튜버의 영상도 봐야 되고, 배틀 그라운드도 해야 되고, 아이돌 브이앱도 챙겨야 되고, 넷플릭스도 봐줘야 되고, 커뮤니티 돌면서 유행하는 짤도 주워야 된다.(노는 거 맞네, 맞아)

‘워라일체’되어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거다. 그래도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효리네 민박>에 나온 레시피대로 요리를 하거나, 봄꽃 나들이를 가는 것이 내 일이 되기도 하니까. 불안하고 피곤하지만 그 재미로 버티고 산다.


[850호 – 을의 하루]

사진 출처 MBC <그녀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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