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굴 닮아서 그래?” 엄마하고 아빠가 자꾸 물어보신다. 어버이날을 맞아, 우리가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런 건지 찾아봤다. 다~ 엄마, 아빠 닮은 거던데?


 

To. 나보다 더 꾸러기였던 엄마에게

 

20대 엄마의 18번 포즈

 

엄마 나 요즘 연애하잖아. 내가 남친한테 제일 많이 치는 장난이 남친 물건 숨기고 모른 척하는 거야. 찾으려고 막 여기저기 들춰보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 근데 엄마한테 말했을 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놀리지 말라고,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고 해서 요즘은 좀 자제해야지 하고 있었어. 얼마 전 아빠한테 옛날 얘기 듣기 전까진…. 엄마 신혼 때 아빠 결혼반지 숨겨놓고 3일 동안 안 줬다며? 그리고 “어떻게 그걸 잃어버릴 수 있어!” 하고 혼신의 눈물 연기 했다던데? 아빠가 아직도 서러워하더라.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일이 또 있어. 나 5살 즈음에 엄마가 진지한 표정으로 분위기 잡으면서 “나영아, 넌 사실 엄마가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마포대교에서 밑에서 데려온 애야….”라고 장난쳤던 것. 나 그거 진짜인 줄 알고 방에 들어가서 엄청 울었단 말이야. 얼마나 충격이었던지, 내가 다음 날 저녁 먹을 즈음에, 가방 싸서 “안녕히 계세요. 키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집 떠나려고 했던 건 기억나? 엄마랑 아빠랑 엄청 말렸잖아. 다 장난이었다고 그래서, 결국 울면서 고기 먹었지만…. 그날 밤, 내 귀에 속삭인 내용은 아직도 못 잊어. “이건 비밀인데 넌 사실 이모 딸이야!” 지금에야 말하지만 나 6살 때까지 내가 이모 딸인 줄 알았잖아….

 

엄마가 뭐라고 한 그 포즈

 

이 편지를 쓰면서 사진을 찾아보니, 내가 참 엄마 딸이더라. 나한테 자꾸 이상한 자세로 찍는다고 핀잔줬잖아, 그런데 엄마 옛날 사진 보고 깜짝 놀랐다. 친구들이랑 깔맞춤으로 입고 동상 포즈를 따라 찍은 사진이 한강 물처럼 많아서 한참 웃었어. 나는 늘 우리 집에는 장난기 있는 사람이 없는데 왜 나만 이렇게 장난기가 넘치나 했거든. 이제 보니 엄마를 아주 빼닮았구나 싶어. 엄마의 주옥같은 과거 이야기가 현재의 나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게 조금 ‘소오름’ 돋을 정도야. 20년 지났다고 그 말썽꾸러기 시절을 숨기고 ‘어른’으로 신분 세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엄마… 아직도 순진하구나? 아, 엄마가 내 등짝에 스매싱을 날리기 전에 미리 고백하자면 내 핸드폰에 엄마의 잔망스러운 20대가 모두 담겨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주도록 해. 참고로 나는 대게가 그렇게 좋더라.

 

엄마, 마지막으로 나한테 성격 나쁘다고, “평생 욕먹다 죽을 놈”이란 말 자주 했잖아. 근데 사진 찾다가 엄마가 대학 동기 이모들이랑 돌려 쓴 노트도 봤다? 거기 이렇게 쓰여 있더라. “은숙이는 참 오래 살겠다…욕 많이 먹어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사실인가봐. 그렇지? 우리 평생 톰과 제리처럼 싸우면서 행복하게 살자!

 

From 엄마랑 톰과 제리처럼 살고픈 딸 올림

WRITER 김나영 nayoung1405@gmail.com


 

To. 졸업 언제 하냐고 묻는 아빠에게

 

소주병을 스탠드 마이크 삼아 한량 포스 뿜뿜하며 기타치는 아빠

바닷가에서 한량 공식 포즈로 한 컷 1

 

아빠, 얼마 전에 나랑 밥 먹으면서 이야기한 거 생각나? 나한테 몇 학기냐고 물어봤었잖아. 아빠한테 고백할 게 있어. 사실 나… 한 학기 더 휴학했어. 학교 다니기 싫어서…. 아빤 내가 3학년 2학기인 줄 알겠지만, 나 지금 3학년 1학기야.

 

이거 알고 보면 다 아빠 때문이다? 아빠는 언제 졸업하냐,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점도 잘 받아라 말하지. 눈빛과 말투에서도 느껴져. 2년 전에 내가 해외로 오랫동안 나가 있겠다고 선포했을 때 아빠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봤어. 쿨한 척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졸업은 언제 하니?” 했잖아.

 

근데 아빠, 아빠도 대학교 때 학점 모자라서 교수님한테 리포트 제출하고 졸업 기준 만족시켰다며. 아빠 분명 그 이야기해줄 때 되게 뿌듯하게 말했어. 남들 다 시험 칠 때 출석도 안 해서 교수님한테 졸업 부탁했었다고! 난 그거 듣고 이렇게 생각했지. ‘여유 부려도 졸업할 방법은 다 있구나’라고. 역시 나는 아빠 딸인가봐. 학점 모자라서 5학년 할 것 같아.

 

심지어 아빠는 고등학교 때 수업 듣지도 않고 학교 뒷산 가서 기타 쳤다며? 동생한테 들었어. 왜 나한테는 그런 얘기 안 해줘? 동생은 딱 봐도 안 그럴 것 같은 착한 앤데, 나는 아니라서 그런 거야? 근데 다 들었어. 정작 아빠는 수업도 안 듣고 기타 치고 놀았으면서 나한테는 학점 잘 받으라고 그러다니. 배신감이 든다, 증말. 나 저번에 교수님이랑 싸우고 학점 폭망했을 땐가? 학점 망했다고 조잘대니까 아빠가 그러면 어떡하냐고 학점 잘 받으라고 뭐라 그랬잖아. 내가 낫네. 난 그래도 출석은 다 했어.

 

바닷가에서 한량 공식 포즈로 한 컷 2

 

아빠가 나한테 졸업 얘기하는 것도, 학점 얘기하는 것도 다 나 잘되라고 하는 얘긴 거 알지, 알아! 아빠도 빨리 탈직장 하고 싶고 힘든 일 그만하고 싶은 것도 알고. 그래서 내가 얼른 졸업하고 아빠 부담 줄여주고 싶지만… 나 아빠 닮은 한량이잖아. 졸업은 천천히 할게…. 아빠 딸이라 어쩔 수가 없다. 미안 호호.(약 올리는 거 아님)

 

아빠, 그래도 나는 아빠 닮아서 좋아! 조금 흥청망청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빠 성격 닮은 덕에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여유롭게 살고 있으니까. 아빠는 하기 싫은 일도 하는데 나만 이렇게 사는 거 아닌가 싶다. 그래도 5년 안에는 얼른 직장 구해서 아빠 좋아하는 등산도 가고 낚시도 하고 본격 베짱이처럼 살게 도와주겠어. 그때쯤엔 아빠랑 나랑 제대로 한량 포스 풍기면서 인생을 즐겨 보자고!

 

From 아빠 닮아서 5학년 다닐 것 같은 딸 올림

WRITER 김은지 dmswl90112@naver.com


 

To. 오늘도 탕진한다고 꾸중하는 엄마에게

 

트렌치코트 없이는 데이트를 안 했다는 엄마

 

엄마, 안녕? 방금 내 이름으로 온 택배 때문에 혼나는 바람에, 엄마에게 편지를 쓰게 됐어. 엄마는 내가 인터넷 쇼핑 할 때마다 엄청 잔소리하잖아. 사실 그거 싫어서 택배 받는 주소도 친구 집으로 돌려놨었어. 이번에는 깜빡 잊은 것뿐이야. 다음부터 다시 조심할게.

 

며칠 전 엄마의 전 직장 동료 분이 집에 놀러 오셨을 때, 엄마 젊은 시절에 대해 여쭤봤었어(엄마 몰래 물어봐서 눈치 못 챘을 거야). 엄마 엄청 멋쟁이였다고 그러시더라. 키도 크고 늘씬해서 어떤 옷을 입어도 멋이 났다고. 게다가 ‘비싼 백화점 옷’만 입고 다녀서 집이 엄청 부자인 줄 아셨대. 100% 실크 블라우스라니. 진짜 배신감 들더라? 나는 그래도 백화점 옷 고집하진 않는데…. 엄마가 젊었을 때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저축 열심히 하면서 알뜰하게 살았다고 해서, 난 정말 그런 줄 알았잖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엄마한테 예쁜 옷 사줘야지 했었는데, 오히려 나보다 좋은 옷 더 많이 입고 다녔네?

 

문제의 100% 실크 블라우스

80년대 최고 존엄 파마 스타일

 

약간 믿기지 않아서 엄마 20대 때 사진을 좀 찾아봤지. 옷도 옷인데, 제일 유행했다는 파마머리. 고급지더라. 근데 어제 내가 집 앞 편의점 가려고 화장할 때 왜 뭐라 그랬어? 멋 부리기 좋아하는 것도 엄마한테 물려받은 거였잖아…. 내가 그동안은 말 안 했는데. 자꾸 집에 새로운 아이템이 생기는 거, 집 앞 단골 가게 놀러가는 척하면서 옷 사 오는 거 다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이제 서로서로 봐주기로 하면 어떨까? 택배 정도는 집으로 받으면 안 될까 하는 사소한 바람이 있네.

 

방금 받은 택배로 풀 착장한 딸

 

그래도 가끔 내가 통장이 텅장이 될 때마다 구세주처럼 나타나 필요한 아이템 사 줘서 고마워. 엄마 덕분에 탕진은 해도 파산은 안 하는 것 같아. 그리고 오프라인 쇼핑 할 땐, 항상 엄마랑 가잖아. 나에 대해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사람. 모두가 다 내 옷을 보며 ‘YES’라 말할 때 유일하게 ‘NO’라고 외치는 사람. 엄마의 그 단호한 센스 덕분에 내가 그래도 사람들에게 욕 안 먹을 정도로 옷 걸치고 다니는 것 같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엄마가 내 엄마라서 나는 너무 좋아. 요즘 엄마 몸이 안 좋아서 걱정 많았는데, 건강 잘 챙겨야 해! 이따 저녁 먹고 같이 동네 산책하자. 그리고 걸으면서… 택배 한 번만 고민해줘?(찡긋) 사랑해♥

 

From 택배는 집으로 받고 싶은 딸 올림

WRITER 김련옥  ryeonk7@naver.com


 

To. 여행갈 때마다 조심하라고 잔소리하는 엄마에게

 

낚시대를  거머쥔 포즈가 예사롭지 않은 엄마

 

엄마, 어버이날이 다가오니까 엄마한테 미안했던 일이 문득 떠올라서 편지를 써. 내가 2년 전에 엄마 아빠한테 말도 안 하고 프랑스행 티켓 결제했던 거 기억나? 나 불문과 입학하고 “졸업 전에는 꼭 프랑스 다녀와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잖아.

사실 그냥 생각만 했던 건데, 갑자기 싼값에 항공권이 뜬 걸 보고 만 거야. 그 뒤론 잘 기억이 안나…. 내 손이 막 제멋대로 움직여서 항공권을 결제해버렸고, 정신 차리고 나니 프랑스행 티켓이 내 손에 있었던 것뿐. (지… 진짜야.)

 

그날 밤, 아직도 기억나. “나 이번 학기 휴학하고 프랑스 갈 거야”라고 선언했을 때 황당해하던 엄마 아빠의 표정이. 재수를 해서 또래보다 시작이 늦은 내가 얼른 동갑 친구들을 따라잡길 바랐던 엄마는 내 통보에 달갑지 않은 티를 팍팍 냈었지. 게다가 그때 유럽에 테러가 나는 바람에 “안 가면 안 돼, 딸?”이라고 걱정스럽게 묻던 엄마 얼굴도 떠오른다. 근데 이미 항공권도 결제했고, 언젠가 한 번은 꼭 가고 싶었던 프랑스였기에 포기할 수 없어서 엄마를 설득했었지. 결국 엄마는 마지못해 “그래, 젊을 때 부지런히 다녀”라며 허락해줬어. 내가 떠나는 날까지 “그래도 조심해야 돼, 알겠지?”라고 몇 번을 다짐하긴 했지만.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매번 알았다고 대답하느라 그때 진짜 힘들었다, 나.

 

그 시절, 여행 갈 때만 특별히 마실 수 있었다는 별미 of 별미 펩* 콜라와 함께

 

근데 엄마, 나 얼마 전에 이모부한테 충격적인 얘길 들었어. 엄마 예전에 죽음(?)을 무릅쓰고 여행 간 적 있다며? 친구들하고 강원도로 여행 가기로 했는데, 여행 당일에 역대급 태풍이 불어닥쳤다면서. 이모부가 그때를 회상하면서 혀를 끌끌 차시는 걸 똑똑히 봤어. 엄마한테 “처제 미쳤냐. 이 날씨에 여행 가면 죽는다”고 하시면서 엄청 뜯어말리셨다던데. 근데 엄마는 약속을 취소할 순 없다고 비바람을 뚫고 배낭 메고 집을 나섰다더라. 결국엔 강원도는 커녕 서울 근교만 들렀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고 이모부가 엄청 웃으셨어. 그 얘기 듣고 깨달았어. 말없이 프랑스행 티켓 끊은 정도는 양반이구나….

 

여행 사진의 완성은 역시 갬성!

 

얼마 전에 엄마가 젊었을 때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봤어. 친구들이랑 활짝 웃고 있는 엄마 모습을 보니까 괜히 찡하더라.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 갈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사는 게 우리 때문인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고. 나 이제 친구들하고 여행 다니는 거 좀 줄이고, 엄마랑도 여행 많이 다닐래! 지난여름에 같이 제주도 갔을 때처럼 내가 맛집도 다 알아보고, 숙소도 다 예약하고, 계획도 다 세울게. 엄마는 그냥 나 따라오기만 해. 내가 엄마 닮아서 여행은 좀 할 줄 알잖아? 그런 의미에서 나 올여름 휴가 티켓 좀 끊을게. 호호.

 

From 태풍이 몰아쳐도 여행 가는 엄마처럼 역마살 낀 딸 올림

WRITER 윤어진 yuj0912@univ.me


 

To. 그만 뒹굴라고 째려보는 엄마에게

 

친구들이 얼굴에 낙서한 줄도 모르고 세상 곤히 자는 중

 

엄마, 나 얼마 전에 내 출생의 비밀을 알아버렸어. 엄마가 나한테 그랬잖아. 넌 누굴 닮아 이렇게 잠이 많으냐고. 난 지금까지 아빠 닮아서 그런 줄 알았거든? 주말엔 점심 먹을 때는 돼야 일어나고, 거실에 드러누워 뒹굴뒹굴 와식 생활을 즐기는 건 우리 집에서 아빠랑 나, 딱 둘뿐이니까. 엄마는 늘 그런 우리 둘을 째려보며 그만 뒹굴고 밖에 좀 나가라고 채찍질하는 쪽이었지. 그래서 난 엄마가 부지런함을 타고난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 옛날 앨범 구경하다가 엄마 젊었을 때 사진을 봤는데, 8할이 누워 있는 사진이던데?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친구들이 몰래 엄마 얼굴에 낙서해놓은 사진도 있더라(이건 나도 당해봤음). 그제야 비로소 깨닫게 됐어. 내 잠순이 유전자는 사실 아빠가 아니라 엄마한테 물려받았다는 걸. 난 엄마를 닮았다는 걸! 평소에도 낌새를 느끼긴 했어. 엄마는 챙겨 보는 드라마는 여러 갠데 결말 아는 드라마는 한 개도 없잖아. 중간에 매번 졸아서. 꼭 소파에서 자서 난 앉지도 못하게 하고 말이야. 얼마 전에 엄마가 화내는 거 보고 진짜 빵 터졌어. 정해인 나오는 드라마 11시에 한다고 왜 이렇게 늦게 하냐고 짜증 냈잖아. (정해인이 정약용의 위대한 업적인 건 나도 인정) 매번 드라마 보다 말고 잠드는 엄마를 보면서… 코 밑에 손 대본적 있었어, 솔직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꿀잠을 자야 진정한 잠순이

 

하긴, 내가 할 말은 아냐. 나 중학교 다닐 때 고생 많았지? 매번 학교까지 차에 실어 날라다 줬잖아. 애들이 우리 집이 되게 먼 줄 알았대. 걸어서 5분 걸리는데. 늦잠 자느라 그 5분을 못 걸어가서, 엄마 찬스로 차 타고 다닌 건 반성해. 버릇 고친다고 고등학교 때부턴 차 안 태워줬잖아. 그래서 늦잠자고 언덕 위에 있는 학교까지 늘 뛰어다녔어. 엄마가 “헬스장 따로 다닐 필요 없겠다”고 놀렸지? 근데 엄마도 옛날에 늦잠 자고 지각해서 벌로 운동장 엄청 돌았다면서. 그 트라우마로 낮잠 자다가 일어났는데 지각한 줄 알고 놀라서 가방 메고 학교 간 적도 있다던데. 이모한테 들은 건 안 비밀.

 

나? 집에만 누워있지 않고, 밖에서도 꾸준히 누워있는 타입

 

알고 보면 엄마도 잠순인데, 그간 본성을 거스르고(?) 부지런히 살아 온것 같아서 한편으론 짠하다. 나랑 동생 키우고, 일하느라 늦잠 자며 게으름 피울 틈이 없었던 거겠지. 한껏 늘어지게 누워 있을 수 있는 게으름이라는 게, 타고 난다기 보단 그래도 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사치 같은 거 더라고. 난 엄마 덕분에 사치를 누려온 거고.

 

어버이날 전날이 엄마 생일이잖아. 그날은 맘껏 게으름 피워. 누워서 뒹굴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버려!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해.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밥은 시켜 먹고, 청소는 로봇 청소기한테 맡기고 나는 누워있으면 되니까!

 

From 지금도 누워서 편지 쓰고 있는 딸 올림

EDITOR 서재경 suhjk@univ.me


 

To. 매 끼 반주로 소주 마시는 아빠에게

 

누가 우리 아빠일까요? 힌트. 가장 신나서 젓가락 두들기고 있는 사람

 

아빠 목은 좀 괜찮아? 한 달 전에 아빠 수술할 때 마지막으로 얼굴 보고서는 집에 통 못 갔네.(미안 1) 근데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그날 진짜 웃겼다? 처음엔 마음이 무거웠어. 간단하다고는 해도 수술은 수술이니까. 아닌 척했지만 아빠도 걱정 많았겠지. 병실에서 마주앉은 부녀가 으레 그렇듯 왠지 숙연했잖아, 우리. 간호사 언니 들어오기 직전까지.

 

둘이 차트를 사이에 두고 얘길 시작할 때만 해도 별생각 없었어. 원래 수술 전에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곤 하잖아. 그런데 멍하니 듣다 보니 두 사람 대화가 재밌더라고. “환자분 몇 가지 체크 좀 할게요. 평소에 술은 얼마나 드세요?” “어? 뭐, 자주 먹는 편인데….” “그러니까 한 달에 몇 번 정도요? 서너 번?” “… 아니 그거보단 쪼~끔 더” “환.자.분. 정확하게 이야기해주셔야 돼요. 다섯 번?” 더 지켜봤다간 그 언니 화낼 것 같아서 내가 대신 대답했잖아. “매일이요, 매일. 큭큭.” 한동안 “우리 아빠 진짜 웃기지 않냐”고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녔어.(미안 2) 귀엽잖아. 귀까지 빨개져서 “매일은 아니라고, 안 마시는 날도 있다”며 변명하는 게.

 

한 번은 애인 앞에서 신나게 아빠 흉을 보고 있었다? “수술 끝나고 언제부터 술 마실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 정말 못 말리지 않냐?”라고. 가만히 듣던 애인이 황당하다는 투로 한마디 하더라. “뭐야, 너랑 똑같네. 아니 그냥 너잖아.” 놀랐지?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할게. 집에서는 술 한 방울도 안 마시는 척하지만, 사실 나… 아빠 못지않은 술꾼이야. 매끼 맥주 한 잔씩 챙겨 마시고 아빠만큼 자주 취해. 이렇게 먹는 거 알면 외박 못 하게 할까봐 말 안 했어.(미안 3) 애인이 아빠 처음 보고 깜짝 놀랐대. 취한 모습이 너무 비슷해서. ‘50대 남성 김혜원’을 보는 것 같았대.

 

누가 저일까요? 힌트. 맥주 마셔서 너무 신난 사람

 

말이 나온 김에 이실직고 하나 더 할까. 어렸을 땐 아빠가 밉기도 했어. 일기장에 “아빠는 늘 취해 있어서 대화가 안 된다”고 쓴 적도 있어. 언젠가 “왜 그렇게 술을 마시냐”고 용기내서 물어보기도 했지. 그때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나? 꼭 『어린 왕자』에 나오는 술꾼처럼 말했어. “힘들어서. 술을 안 마시면 잠이 안 와.”

 

그땐 뭔 소리야 싶었는데 이젠 알 거 같아. 콩 심은 데 콩 난다더니. 일기장에 아빠 욕 쓰던 어린이가 어느새 자라 아빠 마음을 이해하는 술꾼이 됐네. 그래도 아빠, 이해는 하지만 이제 술 좀 줄여. 그러다 영영 못 마시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 할아버지 돼서 노인정 동기들이랑 막걸리 마시려면 지금부터 건강관리해야 돼. 나부터 잘 하라고? 나는 아직 이십 대니까 좀 더 즐길게. 메롱.

 

From 앞으로 20년은 더 음주 라이프를 즐길 예정인 딸 올림

EDITOR 김혜원 hyewon@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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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권혜은 서재경 suhjk@univ.me 학생 에디터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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