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렇듯) 이따금 사는 게 힘들다. 애인도 있고,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도 벌고, 누가 괴롭히는 것도 아니지만 힘들… 아, 힘들다고 하면 안 되갓구나. 요즘은 불행도 인증해야 하는 시대니까 타당한 이유를 함께 말해야 한다. 이렇게 뭉뚱그려 말하면 배가 불러서 징징거린다고 한 소리 듣기 딱 좋다.

 

실은 인증용이 아니라 진짜 괴롭히는 사람이 있긴 하다. 바로 나. 정확히 말하면 인정 욕구에 점령당한 나. 아주 어릴 때부터 내 행복은 타인의 인정으로 완성됐다. 언어 영역 만점을 받아도 점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선생님의 칭찬(“전교에서 만점 받은 사람이 딱 두 명이야”)과, 친구들의 감탄(“너 진짜 쩐다. 그걸 어떻게 맞췄어?”)이 더해져야 비로소 기뻤다.

 

모든 자리에서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마음은 여전히 미성숙한 채로 내 안에 남아 있다. 특별 대우를 받지 못하면 속으로 샐쭉 토라진다. 무탈하게 살고 있으나 반짝이지 못해서 공허한 나날이다.

 

어디서 봤는데 나 같은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은 게 아니라 불안정한 거라고 하더라. 자존감을 이루는 블록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높고 낮음이 조건부로 결정된다. 타인이 블록을 많이 가져다준 날엔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고, 누가 블록을 주지 않으면 맨바닥이나 긁는 거다. 이런, 어쩌다 보니 나를 칭찬의 노예처럼 묘사해버렸다. 역시 뭐든지 글로 쓰면 실제보다 심각해 보인다. 사실 인정 욕구 때문에 괴로운 사람은 아주 흔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마음은 평범한 축에 드는데…

 

지금 당장 TV만 켜도 다섯 명은 금방 찾을 수 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 ㅂ, 주목받지 못해 안달이 난 ㄱ, 채워지지 않는 인정 욕구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찾는 ㅍ까지. 따지고 보면 걸음마 떼면서부터 듣던 질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도 다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 거 아닌가.

 

다른 사람 시선에 얽매여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면, 그들을 타깃으로 한 조언도 넘쳐난다. ‘인정 욕구를 내려놓고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 되세요’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찾으세요’ 안타깝게도 이런 말은 들을 땐 그럴듯해도 실전에선 전혀 힘을 못 쓴다. 무엇보다 나는 아직 인정욕구에서 해방된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다. 아마도 인정 욕구란 봄날의 미세먼지처럼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안고 가야 할 멍에인 듯싶다.

 

앞서 한 고찰의 영향으로, 오 년 전쯤 ‘칭찬에 후한 사람 되기’를 새해 목표로 세운 적이 있었다. 모두가 마음속에 칭찬 기다리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가정 아래, 자존감 요정을 자처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혼자서 생각하고 넘겼을 사소한 장점도 굳이 입으로 뱉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그게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믿었는데…. 얼마 전 노선을 약간 수정했다.

 

계기는 게스트 여러 명을 불러 대화를 나누는 한 예능 프로그램. 원래도 칭찬에 후한 타입의 진행자였는데, 그날따라 게스트 중 한 명에게 꽂혔는지 그에게만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목소리가 정말 좋으시네요.” “방송 센스가 있으신데요?” 진행자의 칭찬 덕분에 예능 출연이 처음이었던 게스트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얻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그런데 막상 방송 후 내 마음에 남았던 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주인공이 아니라, 옆자리에 멀뚱히 서서 박수를 치던 또 다른 게스트였다. 나 역시 주목받는 누군가의 옆에서 박수만 열심히 치던 때가 있었기에 그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동시에 내가 자존감 요정을 자처하며 큰 목소리로 특정인을 칭찬할 때, 프레임 바깥에 오도카니 남겨졌을 이의 모습도 떠올랐다. 아,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 망고의 인정 욕구를 채워주려고 바나나를 들러리 세우면 안 되는 건데.

 

그리하여 수정된 목표는 다음과 같다. (원래 목표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완벽해지는 것이다). ‘칭찬에 후한 사람이 되자. 단, 칭찬은 귓속말로 하자.’ 이렇게 하면, 자존감 요정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에게 감정적인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

 

캬. 누가 생각했는지 배려심이 넘치다 못해 한강이 되겠다. 목표를 정한 것만으로도 이미 어른이 된 기분이다. 가만있자 이럴 게 아니라, ‘칭찬은 귓속말로 하자’를 캠페인으로 만들면 어떨까. 다들 인정 욕구로 괴로워한다는데, 서로서로 조심하면 좋잖아. 어쩐지 의기양양해져서 (이 시리즈에 n번째 등장 중인) 애인에게 일장 연설을 했다.

 

그의 답이 아니었더라면 SNS에 비장한 해시태그를 달고 정말로 캠페인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는 말했다. “음…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긴데? 뭐야. 황희 정승 일화랑 똑같잖아. 누렁소랑 검정소랑 누가 더 일을 잘합니까, 두 마리 다 힘들여 일하고 있는데 어느 한쪽이 잘한다고 하면 못한다고 하는 쪽이 기분 나쁠 것 아닙니까. 그거 아냐?”

 

아하. 조선 시대부터 있던 말이구나. 나도 참. 가끔 이렇게 뻔한 말에 치일 때가 있단 말이야.(머쓱)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주는 주문

망고의 인정 욕구를 채워주려고 바나나를 들러리 세우면 안 됩니다


[851호 – small mind]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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