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낼대숲 열한 번째 사연은 인생의 낙인 아이돌 덕질에 매진하고 있지만, 사방에서 가만히 두질 않아 위기를 겪고 있는 K가 제보해주었다. 덕질 국민 4천만 시대에도, 행복하게 덕질할 수 없게 하는 상황 7가지. 입덕과 탈덕을 반복해본 적 있는 사람들 주목! 


 

#1 ‘아직도 그런 거 좋아해?’ 참견 받을 때

“저는 중학생 때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어요. 꼭 아이돌이 아니라도, 요즘은 각자 좋아하는 분야가 하나쯤은 있잖아요. 그러니 지금까진 주변을 의식하고 살 필요가 없었죠. 근데 대학에 오니까, 대놓고 덕질하는 게 괜히 눈치 보이는 거예요. 얼마 전 제 폰 배경 보고 ‘난 걔 별로던데. 아직도 그런 거 좋아해? 연애를 해 차라리.’라고 한심해하는 동기들 때문에요.”

아이돌 덕질을 하든, 2D 캐릭터 덕질을 하든, 현실 남친 덕질을 하든 무슨 상관? 마음은 각자의 자유다. 말로만 ‘취향 존중’을 외치는 사람들 하루 빨리 각성하시길. 요즘같이 ‘덕질’이 또 다른 스펙으로 떠오르는 시절에, 남의 취향 무시하는 태도야말로 뒤처진 게 아닐지.

 

 

#2 인간 ATM 취급을 받을 때

“덕질이 연애하고 정말 비슷하긴 한 것 같아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더니, 소속사의 농간에 놀아날 때가 딱 그래요. 어떻게 ‘고객’을 이런 식으로 대하지 싶고 평소 성격 같으면 ‘소보원’에 신고해도 백번을 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내 새끼들이 조금이라도 더 정산 받을 거란 마음에, 욕을 하면서도 지갑을 열게 돼요. 콘셉트를 엉망으로 잡았어도 군말 없이 앨범 5장 정도는 사전예약하고, 허접한 굿즈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사고.”

엔터테인먼트 업계만큼 소비자를 소비자로 대우하지 않는 곳도 드물다. ‘그래도 넌 살 거잖아?’라는 식의 태도 정말 환멸 난다. 무슨 열정페이도 아니고, 돈·열정·사랑까지 바치는 ‘호갱님’ 취급이라니.

 

 

#3 을의 연애를 하는 것처럼 불행할 때

“그러고 보니 덕질이 연애랑 비슷한 점이 또 있네요.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거.^^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가고 싶은 여행 안 가며 조공하면 뭘 하나요. 며칠 내로 디*패치에 절친이라 우기던 여자 아이돌과 열애설이 걸리는데. 심지어 제가 보낸 조공품을 그 ‘여자친구 분’이 쓰고 있는 걸 봤을 때의 심정이란…. 400자로 다 서술할 수 없죠.”

이건 거의 팀킬 아닌가. 그렇게까지 안 도와줘도 남들이 이래라저래라 오지랖 부려서 힘든 덕질인데, 부질없다는 현타가 온다. 같은 20대로서 연애 감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니 눈에 안 보이게만 해라 좀. 럽스타그램으로 굳이 티 내려고 안달하지 말란 얘기다.

 

 

#4 아무것도 아닌 일로 팬끼리 싸우고 있을 때

“어느 정도 덕질을 하다 보면, 같은 공감대를 가진 팬들하고 얘기하고 교류하는 게 더 재밌어져요. 그런데 가장 피곤할 때도 팬들끼리 있을 때예요. 팬이라고 해도, 사람인지라 다른 가수 노래를 듣거나, 다른 연예인이 나온 재미있는 기사에 ‘좋아요’를 누를 때도 있는 거잖아요. 제 SNS를 감시하던 다른 팬들에게 나라 팔아먹은 친일파 취급을 당해 황당했어요.”

수령 동지만을 찬양해야 하는 북한인가? 아니면 무슨 사이비 교주의 친위대들이기라도 한 건지? 덕질은 자유다. 자유롭게 좋아하고, 자유롭게 그만둘 수 있어서 하는 거다. 내 아이돌이 제일 성공하길 바라는 열망은 알겠지만,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건 월권 행위다.

 

 

#5 내 아이돌이 쉴드 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고백하기 부끄럽지만, 진짜 웬만한 실수를 했을 때는 최대한 열심히 쉴드를 쳤었어요. 태도 논란이 있을 때는 몸이 안 좋았다고 하고, 여성 팬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을 때는 그 사람들이 먼저 잘못했다고도 하고. 그렇게 애쓰지 말걸. 제 아이돌은 유흥을 즐기며 놀다가 결국 사고를 쳤더라고요.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불구속 입건되긴 했는데, 제 마음에선 이제 그만 나가줬으면 합니다.”

음주운전, 마약, 폭행, 성범죄… 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살인만 빼고,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죄를 저지르고 있는 걸까. 아까 이미 본인 입으로 말하던데, 덕질은 연애와 닮았다고. 그 말마따나 똥차는 폐차가 답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랬다.

 

 

#6 내가 비즈니스를 사랑했단 걸 깨달을 때

“돌이켜 보니 제가 사랑했던 건, 만들어진 이미지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깔끔하고, 밝고, 예의 바른 이미지. 멤버들끼리도 친한 편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서로 개인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인 거예요. 지금은 잠정 해체 비슷하게 활동을 중지하고 있는 상태인데, 소속사는 팀을 정비할 거라고 발표하대요? 이제는 다 관심 없고, 그냥 인간이 싫어지려고 해요.”

인간에 대한 신뢰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그냥 우연히 똥 밟았다고 생각하자. 또 한 가지, 덕질의 대상은 확실히 ‘환상’을 갖게 하지만, 환상은 말 그대로 환상일 뿐. 최대한 사생활은 모르는 게 약이다.

 

 

#7 모니터만 바라보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

“현타가 심하게 와서 한동안 학교를 자체 휴강했어요. 학고 맞기 직전에 정신을 차려보니, 기껏 모아 놓은 굿즈가 가뜩이나 좁아터진 방에서 애물단지처럼 굴러다니고 있더라고요. 집을 치우고 과제를 하려고 컴을 켰는데, 눈을 시원하게 하는 그룹이 또 데뷔를 했더군요…. 그렇게 제 덕질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가끔 화면에 씰룩거리는 제 광대가 비칠 때마다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요.”

(웃음) 한심하면 어떠랴. 덕질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면. 다만 모든 일에는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아이돌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현실의 나를 사랑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예쁜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자. 아이돌은 우리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으니까.


[852호 – bamboo forest]

Editor 원더우먼 wonderwomen@univ.me *열 받는 사연 제보 환영

Informer 내 아이돌은 까도 나는 까지 말라는 만렙 덕후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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