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테스트를 좋아한다. MBTI처럼 유명한 검사는 물론이고, 성인 애착 유형 검사, 직업 심리 검사 등 출처가 불분명한 테스트도 보이는 족족 해본다. 재밌는 게 있으면 메신저 단체방에 공유하기도 한다.

 

경험상 심리 테스트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다. 적극적으로 응하고 결과에 수긍하는 유형과 테스트에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유형. 내 주변엔 압도적으로 전자가 많은 편인데, 재밌는 건 다섯 명 중에 한 명씩은 꼭 후자가 껴 있다는 점이다. 네 명이 신나게 떠들고 있으면, “나는 D 타입인데 너는 뭐 나왔어?” “C 타입. 이거 근데 좀 잘 맞는 것 같아. 호호”, 조심스레 등장해 “질문이 다 이상한데? ‘나는 때때로 혼자 있고 싶다’ 세상에 안 그런 사람도 있나? 너무 답정너 아닌가?” 딴지를 거는 식이다. 대부분의 경우 매우 합당한 지적이라서 “그러고 보니 그렇네” 하고 싱겁게 대화가 종료되곤 한다.

 

솔직히 맞는 말이지. 심리 테스트를 구성하는 질문은 인간을 유형화하기 위한 의도로 설계된 것이니까. 또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슬쩍 의식하며 답변을 고르지 않나. 가끔 ‘매우 그렇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 사이를 누비다 보면, 이게 심리 테스트가 아니라 정답을 맞추기 위한 문제 풀이 같기도 하다. 모든 답변의 밑바탕에 ‘나는 00 한 사람이다’라는 각자의 자기암시가 깔려 있고 그에 맞춰 각 문항을 푼달까. 덕분에 테스트가 바뀌어도 나오는 결과는 늘 비슷하다.

 

그런 하나 마나 한 뻔한 걸 왜 하느냐면 그야 뻔한 답을 원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테스트의 결과가 평소 생각했던 내 모습과 일치할 때 일종의 안도감을 느낀다. 과거 대2병을 혹독하게 겪으며 ‘나를 모른다’는 것의 무서움을 사무치게 실감했던 까닭이다. 그 시절 나는 뭔가 괴로운데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조급해져 있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헷갈리고, 사람들이 날 오해하는 것 같은데 막상 진짜 내 모습이 뭔지 나도 모르겠고. 급기야 ‘나는 누구인가’ 상태에 도달해 삶의 의미를 찾으며 시름시름 앓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 그리고 진짜 나 사이 괴리가 좁혀지지 않는 삼각형의 꼭짓점 같았다.

 

그래서 그 지독한 삼각형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후에는 습관적으로 스스로를 규정해왔다. 다시 모호해질까 두려웠기 때문에 이미 찾은 답 바깥으로는 절대 나가지 않았다. ‘나는 낯을 가리는 사람이니까 새로운 만남은 되도록 피해야지’, ‘난 운동 신경이 없어서 운동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라고 믿었기에 나름의 방어기제를 발휘한 셈이다. 심리 테스트의 결과가 예상에 적중할 때의 안도감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확인받고 싶었다. 적어도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심리 테스트를 통해 안정된 자아를 쌓고 평화에 닿았습니다’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늘 그래 왔듯 나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이제 와 밝히자면 중요한 순간에 인생을 띄엄띄엄 보는 안 좋은 버릇이 있다.)

 

자아는 한 번 찾으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보석이라고 생각했지만, 영원은 개뿔. 실은 움직이는 구름이었던 거다. 십 분 이상 하늘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텐데, 구름은 의외로 빠르게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자아를 찾았다고 자만하고 스스로에게 무관심해진 사이에도 나는 매 순간 변하고 있었을 테다.

 

실제로 최근에 ‘나답지 않게 왜 이러지?’ 싶은 일들이 꽤 있었다. 낯가리는 줄 알았는데 언젠가부터 사람 만나는 걸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거나. 평화주의자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싸움꾼이 다 되어 있다거나. 고거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이제 보니 인과관계가 아주 명확히 보이는 플롯이었네. 몇 년 전에 잡아 상자 속에 고이 넣어둔 자아로 오늘을 설명하려니 당연히 잘 안 풀리지.

 

그거 유통기한 지난 지가 언젠데. 그래서 이 글은 내 플레이 리스트에서 밴드 O.O.O.의 곡 ‘나는 왜’가 역주행했음을 밝히며 마칠까 한다. 다음과 같은 구절, “나는 누구인가 끝없이 물어봐도 대답은 오질 않아”로 시작하는 탓에 친구들에게 “네 나이가 낼모레 서른인데 그런 고민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던 곡이다. 그렇지만 누가 뭐래도 지금 내게 와 닿는 노랜 이거다.

 

아마도 마흔에도 비슷한 주제의 노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장담과 번복이 잦은 유형의 인간이니까. 어쩌면 내게 정말 필요했던 건, 한순간의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꾸준한 고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주는 주문

장담과 번복이 잦은 사람에게는 지속적인 셀프 캐릭터 해석이 필요합니다


[853호 – 소심이의 소심한 생활]

ILLUSTRATOR liz seungseoev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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