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낼대숲 열세 번째 사연은 인기인의 수발을 자처하는 동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M이 제보해주었다. ‘영 앤 리치, 톨 앤 핸섬’이 곧 ‘인간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특징 7가지. 인기인 SNS에 꼬박꼬박 문안 인사 올리는 사람 주목.
#1 인기인을 볼 때마다 부담스럽게 감탄한다
“과에서 같이 다니는 친구들 A와 B가 있어요. A는 예쁘고, 성격도 밝아서 인기가 많아요. 문제는 B죠. 매일 만나는 사이인데도, A만 보면 어쩔 줄 몰라요. ‘A, 너무 예쁘고 똑똑해. 완전 공주님 같아’라며 실제로 발을 동동 구르죠. 저에게도 ‘너무 예쁘지 않아? 우리랑 다니면 공주랑 무수리 같을 듯’ 하며 오버를 해요. 왜 가만히 있는 제 머리채를 잡는 건지? A가 대놓고 부담스럽다고 해도 주체를 못 해요.”
당신한테 매력적인 사람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다. 그런 인기인들에게 잘 해주고 싶은 마음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일 거다. 하지만 상대가 자제해달라고 부탁하는데도,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 낮추어 칭찬한다고? 확실히 기괴하다.
#2 인기인이 하는 말은 무조건 귀 기울여 듣는다
“A는 소위 말하는 ‘엄친딸’이에요. 성적도 좋고, 집안도 부유한 편인 것 같아요. 얼굴만 보고도 호들갑을 떨었던 B는 성적과 집안을 알게 된 후 한층 격해졌어요. 과에서 술 마시러 갈 때라든지, 단체로 무언가 결정할 일이 생기잖아요. 간부들이 버젓이 있는데도, 자꾸 A의 의견을 물어요. ‘A가 많이 알아. 그런 건 A보고 고르라고 하자!’ B 덕분에 요즘 과에서 눈총도 자주 받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도 아니면서, 친구 사귀는 데 부모님의 재력이나 성적이 무슨 상관? 미모, 성적, 집안 등등이 남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모든 걸 결정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여기다니. 2018년에 20대인 것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위험한 발상이다.
#3 부탁받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기인의 수발을 든다
“자꾸 A의 짐을 대신 들어주거나, 학식에서도 A의 밥을 대신 받아 오거나 그래요. 처음에는 A도 받기만 하는 건 불편하니까, 반대로 B의 짐을 들어주기도 했었거든요. 근데 B가 A의 친절에는 너무 황송해하고 몸 둘 바를 몰라 하니까. A는 B에게 뭘 해줄 수는 없는데, 어쩔 수 없이 B의 시중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죠.”
자존감이 너무 낮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늘 인기인에게 필요한 것이 없나 눈치를 살피면서, 정작 자신이 받는 것은 한없이 낯설어 하니까. 혹시 스스로가 인기인보다 열등한 사람이라 ‘이렇게 해줘야만 옆에 있을 수 있어’라고 느끼는 거라면….(짠함)
#4 가족에게보다 인기인에게 더 잘 한다
“처음에는 B가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잘 하는가 했어요. 아니더라고요. 언젠가 부모님하고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B가 그렇게 소리 지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당연히 부모님과 다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죠. 그런데 A의 일정에 동행하려고, 그날 집에 못 들어간다고 통보한 게 다툼의 이유더라고요. 심지어 어버이날이었는데….”
모든 인간관계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건 맞다. 세상에는 여러 부모, 자식 관계가 있으니 친구를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을 탓할 수도 없고. 그러나 없는 갈등을 만들어 인기인을 택할 정도라면, 거의 모든 인맥과 관계를 버리겠단 셈인데. 다른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5 주변까지도 인기인의 집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친하긴 하지만 저도 제 생활이 있잖아요. 그런데 B는 제게도 A에게 본인처럼 잘 하기를 원해요. 저에게 A가 필요로 하는 뭔가를 가져오라고 은근히 시키기도 하고. 하도 그러니까 A도 조금씩 물들어가는 것 같아요. 충분히 본인이 할 수 있는 일도 은근히 B의 도움을 기다린다거나. 친구면 친구답게 같이 놀면 되는 건데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팬심을 주변인들에게까지 억지로 전염시키려는 의도는 대체 무엇? 인기인이 떠받들어지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과 인기인에 대한 스스로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내심 뿌듯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립심을 잃어가는 인기인 분께 애도….
#6 인기인에 한해서라면 객관성을 잃은 어미 새가 된다
“누구라도 단점 하나쯤은 있잖아요. A는 가끔 굉장히 장난스러울 때가 있는데요. 온라인에서도 인플루언서이다 보니, 공개적인 SNS에서 동기들을 짓궂게 디스하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어요. 기분이 상한 친구가 A에게 한마디 한 거죠. 무조건적인 비난도 아니었고, 정작 본인인 A는 반성하고 사과하려 했죠. 괜히 B가 나서서 ‘피의 실드’를 치더라고요.”
거의 치맛바람 수준의 실드다.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바로잡아주고 싶지 않나? 본인 빼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만들어서, 인기인을 독점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면 인정.
#7 헌신하는 대상이 쉽게 바뀐다
“그래서 A에 대한 B의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요. 요즘 좀 위기 인 것 같아요. 새로 편입한 친구 C랑 어쩌다 넷이서 함께 놀게 됐는데, A 못지않게 매력적인 친구인 거죠. 요즘은 A한테 연락도 잘 안 하고, C에게 학교 안내해준다며 열심이더라고요. 가끔 A가 밥 먹을 사람도 없이 혼자 남겨져서 제가 다 안쓰러워질 정도예요.”
주변인들이 고생이 많다. 친구를 마음으로 사귀는 게 아니라 겉만 봤으니 당연한 결말인 듯? 아마 C랑도 영원히 행복하진 못하겠지. 그나마 타인에게 무조건 맞춰주느라 참고 억누르던 스트레스를 구 인기인에게 폭발시킨 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854호 – bamboo forest]
Editor 원더우먼 wonderwomen@univ.me *열 받는 사연 제보 환영
Informer 인기인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친구는 피하고 싶은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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