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전화 한 번씩은 하고 살자.” 최근 엄마에게 선전포고를 받았다. 간결한 문장이었지만 글자마다 서운한 감정이 꾹꾹 눌러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동과 함께 휴대폰 액정에 뜬 메시지를 읽고는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한숨부터 푹 쉬었다. 예전에 애인이 “너 요즘 나한테 소홀한 거 알아?”라고 말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맞는 말이고, 미안하긴 한데, 그 서운한 마음을 달래줄 여유는 없고. 변명만 모락모락 피어올라 그냥 입을 다물게 되는 상태.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젠가 싶어 메시지함을 뒤져보았더니 무려 3주 전이었다. “바빠도 밥은 챙겨 먹어라.” 내가 답장을 한 건 그로부터 하루 뒤였고. “문자를 너무 늦게 봤네. 엄마도~”

 

물론 우리 모녀 관계가 처음부터 이렇게 소원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고등학교 때까지는 엄마 껌딱지에 가까웠다.

 

지나고 보니 암울한 기억뿐인 학창 시절에서, 유일하게 즐거웠던 순간엔 언제나 엄마가 있었다. 몇 달에 한 번 있는 모의고사 날엔 학교 근처에서 만나 가족들 몰래 외식을 했다. 주로 한정식집이나 횟집에서 점심특선메뉴를 먹었는데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우리에겐 굉장한 일이었다. 해가 떠 있을 때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고등학생과, 천 원짜리 한 장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짠순이의 일탈이랄까.

 

그 시절 내게 좋은 사람의 기준은 엄마였다. 선택의 기로에 서면 나침반을 보듯 엄마에게 물었다. 주위 사람을 챙기는 법, 상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법, 패배를 인정하는 법, 좋아하는 사람에게 귀엽게 구는 법까지. 모두 엄마를 따라 하며 배웠다. 속 좁고 이기적인 인간인 내가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다 엄마 덕분이다.

 

이렇게 각별했던 우리 사이는 별일도 없이 멀어졌다. 보통의 엄마와 딸이 갈등하는 흔하고 뻔한 이유로.

 

처음엔 교복 밖의 세상에 눈을 뜬 자식과 그런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구도로 매일 다퉜다. 공부만 하느라 몰랐는데 인생엔 시험을 잘 보는 것 말고도 재밌는 일이 무궁무진했다. 문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엄마 눈엔 잘못되어 보였다는 점이다. 외박, 가벼운 연애, 수업 땡땡이, 연극 동아리. 엄마는 내 일상 마디마디에 ‘반대’ 혹은 ‘위험’ 깃발을 꽂았다.

 

우린 헤어지기 직전의 연인처럼 대화하기만 하면 싸웠다. “사춘기 때도 안 이러더니 갑자기 왜 이래.” “엄마가 이렇게 구식인지 몰랐어!” “너는 정말 네 생각만 하는구나.” 그래서 언젠가부터 엄마랑 이야기하는 걸 피했다. 고민이 생겨도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았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이전과 같은 출연자 조합이라도 시즌이 달라지면 관계성도 묘하게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에도 시즌 같은 게 존재하지 않나 싶다.

 

우리 모녀는 껌딱지였던 시즌 1, 톰과 제리 같았던 시즌 2를 거쳐 근래 시즌 3를 맞았다. 시즌 3의 가장 큰 변수는 나의 독립. 몸이 멀어진 덕분에 격렬한 싸움은 확실히 줄었다.

 

그래서 관계에 안정기가 왔다고 혼자 착각하며 지내다, 가끔 앞서 이야기한 선전포고 같은 걸 받으면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진다. 주말마다 시골 할머니처럼 날 기다린다는 이야길 동생을 통해 들었을 때, 내 프로필 사진을 말도 없이 캡처해서 당신 카카오 스토리에 올려놨을 때. 그녀가 한때 내 인생의 나침반이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라 가슴 언저리가 찌르르하다. 그러곤… 금방 까먹는다.

 

새삼스레 효도의 타이밍이란 물 부은 뒤의 사발면 같다는 생각을 한다. ‘효도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바로 실천하지 않으면, 불어터진 라면처럼 금방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니까.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마음이 생기는 즉시 뭐라도 실천하고 있다. 시간을 내서 엄마를 보러 가고, 딱히 할 말이 없어도 전화를 걸고, 그것도 어려우면 기프티콘이라도 보낸다.

 

특히 이번 선전포고 사건은 쉽게 무마 되지 않을 것 같아 약간 무리를 했다. “엄마 뭐 가지고 싶은 거 있어? 50만 원 안에서 골라 봐.” 그랬더니 엄마는 이런 거 하지 말고 평소에 잘 하라고 면박을 줬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녀 말대로 “저 사는 거 바빠서 엄마는 거들떠도 안 보는 키워봤자 소용없는 자식”이므로. 나중에 효도의 타이밍을 놓쳐 엉엉 울지 않으려면, 이렇게라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주는 주문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단 지금부터라도 하는 게 낫습니다


[854호 – small mind]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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