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이란 B(Birth)와 D(Death) 사이 C(Choice)라고 말했다. 나는 이 문장을 철학 교양 수업에서 처음 들었다. 교수님이 “산다는 건 매 순간이 선택이고, 우리 인생은 우리의 선택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덧붙이기 전에, 직관적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우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내가 C, 그러니까 선택을 더럽게 못 하는 인간이고, 그 결과 스스로의 인생을 ‘망했다’라고 평가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뭔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온 신경이 곤두선다. 일단 ‘여럿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골라 뽑는 행위’ 자체가 내겐 너무 어렵다. 그래서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내 선택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없을 경우 한식, 중식, 일식, 분식 중 하나를 택해 수많은 메뉴 중 고추장 불고기 백반이라는 결론에 닿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보통 선택에는 시간 제한이 존재하니까. 내내 초조해하다가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으로 아무거나 고를 때가 많다. 그러곤 첫 술을 뜨자마자 후회한다. ‘아 역시 이게 아니었는데….’

 

돌이켜 보면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나는 그야말로 선택의 지옥에 빠졌었다. 점심 메뉴 정도야 “어이쿠 또 실패했네”하고 웃어 넘길 수 있지만 전공은 그런 게 아니니까. 향후 4년 동안은 꼼짝없이 영향을 받아야 할 결정이었기에, 신중하게 고민하고 이것저것 따져본 뒤 최선을 택하고 싶었다. 일찌감치 선택을 마친 친구들이 수시모집 원서를 넣고 그 학교 논술 시험을 준비할 때까지도 나는 여전히 고민 중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수학 안 해도 되고, 그나마 취직이 잘 되는 과라고 추천한 신문방송학과에 가야 하나? 선생님이 말이 틀렸으면 어쩌지? 아님 나는 문학을 좋아하니까 어문계열이 맞을까? 소설 읽는 거랑 전공 수업이랑은 다를 텐데? 그리고 소설이 싫어질 수도 있잖아.

 

무엇을 인생에 들여야 옳은 것인지, 다들 어떻게 그걸 확신 했는지 궁금했지만 명확한 답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의 고질적인 문제는 본인을 못 믿는 주제에, 남도 못 믿는다는 거였다. 결국 원서 마감 기한이 하루 전으로 다가올 때까지 선택을 미루다가, 그간 고민한 것이 무색하게 연필을 굴려 정답 찍는 수험생처럼 하나를 골랐다. 결과는? “그때 신방과를 쓰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말을 졸업한 지 5년이 넘은 지금까지 한다.

 

그런 기조로 이십여 년을 살았다. 그래도 경험이 쌓이면 좀 나아지려나 싶었는데, 웬걸.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선택은 어려워졌다. 성공보단 실패에 익숙했기 때문에 별거 아닌 갈림길 앞에서도 늘 주눅 든 채로 말했다. “미안 내가 선택 장애가 있어서….” 그렇게 택한 보기가 역시나 꽝이었을 경우 원인은 현명하지 못한 내 탓으로 돌렸다. “내가 그렇지 뭐” “나는 안 될 놈이야”

 

오랫동안 선택이 주는 압박에 시달리다 머리가 살짝 고장 났던 걸까? 얼마 전 사소한 일로 평정심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익명의 헤이터를 향해 악에 받친 가사를 쓰는 래퍼처럼 혼자 소리를 질렀다. “선택 못 하는 게 내 잘못이야? 고르는 족족 실패하는데! 선택 장애가 안 생기고 배겨?” 뭐든지 잘 한다 잘 한다 해야 는다던데. 사사건건 기운 빠지는 소리만 해대는 나 자신에 새삼스럽게 화가 났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선택 장애를 옹호하는 입장이 됐다. 내가 택한 답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을 때. 그런 성공의 경험이 거듭 쌓였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된다. 반대의 경험만 그득하다면 매사에 자신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점심으로 간장 불고기를 먹을 것인지 고추장 불고기를 먹을 것인지 정하는 일에도 쩔쩔맸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다.(뻔뻔) 그러니 선택을 잘 하지 그랬냐고, 모두가 이걸 택한 네 탓이라고 다그쳐봤자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선택 장애를 악화시킬 뿐이다. 차라리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정신 승리 하는 편이 도움이 될 테다.

 

입장은 바뀌었지만 나는 여전하다. 한결같이 선택을 어려워하고, 내가 한 선택을 자주 후회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스스로를 ‘선택 장애’라고 몰아세우지 않는다. 선택의 결과가 좋지 못해도 나 자신을 조롱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애초에 완벽한 선택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다른 것을 택했어도 아쉽긴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셀프 위로도 한다. 이런 패턴을 반복하면 언젠가 나를 믿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그래도 내 인생은 내가 제일 잘 알지. 나는 내 선택을 믿어”라고 말하는 순간을 떠올리면, 상상일 뿐인데도 꽤 근사한 어른이 된 것 같아 괜히 뿌듯해진다.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주는 주문

고르는 족족 실패하는데! 선택 장애가 안 생기고 배겨?


[855호 – small mind]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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