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에 의존해 하루를 시작한다. 시간 맞춰 해야 할 일이 늘 있고 아침은 잠의 힘이 막강해지는 시간이니까 스스로와 약속을 해두는 것이다. ‘더 자고 싶다’는 감각이 온몸에 대롱대롱 매달려 시위를 해도 냉정하게 떨쳐버릴 수 있도록 데드라인을 정한다.

 

퉁퉁 부은 눈꺼풀을 밀어 올리는 데 5분, 긴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 15분,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데 10분….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대략 감이 온다. ‘대략’이란 애매한 표현을 쓴 이유는, 뭔가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란 고양이의 부피와 같아서 어디에 구겨 넣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넉넉하게 한 시간이 주어지면 머리도 뽀송하게 말리고, 눈썹도 곱게 그리고, 가는 길에 아이스커피도 한 잔 사서 우아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을 테고, 시간이 촉박하면 눈곱만 겨우 뗀 거지꼴을 하고 헐레벌떡 뛰며 지각만 면하길 바라야 할 테다.

 

나는 시간에 쫓기는 건 질색이므로 늘 필요한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알람을 설정한다. 준비하는 데 30분 정도 걸리지만, 혹시 모르니까 10분 더 일찍! 참, 버스를 놓칠지도 모르니 10분 더 당겨서. 이렇게 실제로 필요한 시간보다 20~30분 일찍 알람을 맞춰두고, 정작 아침엔 10분만 더 자고 싶어서 발버둥을 친다. 결국 30분 일찍 일어나긴커녕 10분을 더 자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매일 아침 나는 가벼운 자괴감을 느낀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데서 온 일종의 패배감이다.

 

그렇게 허겁지겁 노트북 앞에 앉으면 일과가 시작된다. 일단 ‘오늘 해야 할 일’ 목록부터 점검한다. 이 목록 또한 알람과 비슷한 용도로 직접 만든 것이다. 의지박약인 내가 현대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세운 목표. 오전에 안 하면 큰일 나는 일, 오늘 안에 끝내지 않으면 내일 밤새서 완성해야 하는 일, 다음 주에 편하려면 미리 해두어야 하는 일에 각각 번호를 매겨두었다.

 

그 리스트는 누가 보면 대단한 사람의 일정표라고 착각할 만큼 장황한데, 실제로 ‘오늘’ 처리한 일은 당장 마감이 닥친 일뿐이다. 침대에 누워 여전히 목록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보면 갑갑해진다. 분명 열심히 했는데 뭐가 문제지? 그야 열심히 하는 척만 한 게 문제지. 왜 내 집중력은 개미 코딱지만 한 걸까. 나에게 거듭 실망하다 찜찜한 채로 잠이 든다. ‘이 기분 왠지 익숙한데?’싶어서 되짚어 보니 아침에 느꼈던 패배감이다. 거참 쓸데없이 완벽한 수미 쌍관일세.

 

생각해보면 이런 종류의 패배감은 아침과 저녁뿐 아니라 일상 곳곳에 스며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목표를 세우며 살지만, 항상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식 끊기, 운동하기, 영어 공부하기. 내 이야기 쓰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습관처럼 만든 목표는 보잘것없는 내 능력에 비해 너무 거창했고, 덕분에 미션은 매번 실패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느새 나는 무기력하고 비관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 번쯤 내 인생의 목표가 무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어요. 행복을 위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목표가 하나쯤은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제가 ‘세계 최고의 정신과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끊임없이 애써야겠죠. 그렇게 해도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거예요. 기준이 너무 높고 불분명하잖아요. 반면에 목표를 ‘하루에 한 사람이라도 위로하는 사람이 되자’라고 세웠다면? 얼핏 하찮은 것 같지만 삶의 질이 달라질 거예요.”

 

올해 초 윤대현 정신의학과 교수를 인터뷰하며 들었던 말이다. 그때 물개박수를 치며 “어머, 정말로 그렇네요. 여태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요. 행복한 소시민의 삶을 원하면서 바보처럼 슈퍼히어로의 목표를 세우고 있었네요.”라고 답했었는데. 교수님 죄송합니다. 그 말 한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유월이다. 새해 목표는 연초에 산 다이어리와 함께 방구석에 처박혔고, 몸과 마음 모두 시험 보고 과제 하느라 소진되기 직전인데 그 와중에 방학 계획까지 세워야 하는 시기. 이 글을 읽고 ‘쟤도 나랑 비슷하네’ 싶었다면, 우리 같이 잠깐 쉬면서 중간 점검을 해보는 건 어떨까. 나도 모르게 나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닌지. 연예인 같은 몸매, 완벽한 커리어, 위인 같은 인생을 위한 목표를 세웠던 건 아닌지.

 

코미디언 이영자 언니는 마음먹은 일이 잘 안 될 때 ‘화초 심기’같이 난이도가 낮은 걸 해내면서 성공하는 습관을 길렀다고 한다. 내 생각엔 지금이 성공하는 습관을 기를 적기다. 이번 방학에야말로 기대를 좀 낮추고 만만한 목표를 이뤄가며 성취하는 재미를 누려야지. 일단 알람 시간부터 바꿔야겠다.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주는 주문

목표를 만만하게 잡으면 성취감을 느낄 확률이 높아집니다


[856호 – small mind]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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