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친구를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기엔 내 꼴이 창피하고 운동을 하자니 에너지가 부족하다. 그럴 때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사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음악이 팔 걷어붙이고 앞장서는 해결사는 못 되니까. 대신 마음 속 뭉친 근육을 부드럽게(때로는 “아!” 소리가 날 만큼 세게) 주물러준다. 마음이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도록.

 

 

야구 모자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기타맨’ 포츠만 할아버지는 말한다. “난 기타로 최면을 걸 뿐, 직접 해결하는 건 없다. 마음이 약해져서 인식을 못 하고 있을 뿐 스스로가 해결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성공한 멘토가 제시하는 풀이법이 아니라, 문제를 다시 읽을 힘을 주는 포츠만의 연주다. 해결법은 내가 가장 잘 아니까.

 


휴먼 스토리로 흐르는 듯하던 <기타맨>은 지국이가 등장하면서 표정을 바꾼다. 모든 일에 무관심한 지국이는 전형적인 자의식 과잉 고딩. 그가 유일하게 따르는 사람은 포츠만이다. 포츠만은 주변을 돌보지 않는 지국이를 보며 예전의 자신을 떠올린다. 그의 과거는 해맑게 웃으며 노래하는 현재와 딴판. 제 머리 못 깎는 중처럼, 포츠만이야말로 누구보다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다. 지국이와 함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그는 ‘기타줄 없이 말 거는 법’을 알게 된다.

 
기타 연주를 마친 포츠만이 빈 모자를 내밀며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너에게 필요 없는 것을 넣어라.” 세상을 등지려던 가장은 약 봉지를 건네고, 매일같이 울던 사람은 모자 안에 눈물을 쏟는다. 지국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건 자기 생각을 정리해오던 노트였다. 가뿐한 마음으로 다시 한 발짝 내딛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점점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할수록 몸이 무거워진다. 당신은 포츠만의 모자 속에 무엇을 넣겠는가. 그게 무엇이든, 지금 당장 버릴 준비가 되었는가. 그걸 버리는 순간, 공연이 시작된다.

 

 

 

기타맨
손규호 / NAVER WEBTOON
2012년 4월 7일 / 2013년 6월 21일
62부작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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