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에 들떠 있는 휴가철, 그 한 켠엔 성수기라는 전쟁터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여행사 직원이 있다. 여행지에 갑자기 불어닥친 자연재해에 한 번, 진상 고객의 억지에 두 번 울지만 박봉 배틀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다는 짠내 폴폴 여행사 직원의 하루.


# 이번 주 ‘을’을 소개합니다

여행사 상품 기획팀 오퍼레이터 2년 차. 관광학과 출신은 아니지만, 여행에 미쳐(?) 여행사에 들어왔다. 그러나 정작 남들 여행 보내주느라 자신은 ‘출장’이 아닌 ‘여행’을 가본 지 백만 년째. 오퍼레이터의 투머치 업무량에 치여 어느 덧, 여행보다 침대에 누워 있는 게 더 좋아져버렸다고.

 

 

09:00AM “성수기가 시작됐다!” 참전용사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출근해 전쟁 같은 예약 내역들을 확인한다. 자사 온라인 사이트는 물론 소셜 커머스 및 제휴 업체 사이트를 통해 들어온 예약들도 빼먹지 않고 꼼꼼하게 파악한다.

10:00AM 밤새 쏟아진 예약 문의 글들에 폭풍 답변을 남긴다. 틈틈이 고객들의 문의 전화에도 응대하며 멀티 태스킹 능력을 한껏 뽐낸다.

12:00PM ‘식사’라기보단 ‘섭취’에 가까운 점심시간. 성수기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먹어야 한다…!

13:00PM 새로운 여행 상품을 온라인에 등록한다. 가격을 잘못 입력하면 평생 회사와 원수지간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니 틀리지 않도록 꼼꼼하게 입력한다.

15:00PM 출발이 얼마 남지 않은 고객들에게 안내 문자를 보낸다. 열흘 전, 일주일 전, 이틀 전… 계속 문자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고객과 짱친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16:30PM 입금 완료된 예약 건들의 예약을 확정하고 정산 업무를 진행한다. 중간 중간 새로 들어온 예약은 없는지 계속 확인한다.

18:00PM 비수기라면 슬슬 퇴근을 생각했을 시간이지만, 성수기는 다르다! 여행계약서 작성, 여행 상품 관리, 예약자 결제 확인 등 쌓인 업무가 퇴근하지 말라며 발목을 붙잡는다.

21:00PM 성수기가 얼른 끝나길 기도하며 여행보다 더 다이내믹한 하루를 마친다.

 

 

하는 일 여행의 설렘 뒤에 감춰진 어렵고, 귀찮고, 하기 싫은 모든 과정을 대신 하는 것이 여행사 직원의 업무! 여행 상품을 기획부터 항공권 발권, 호텔 예약, 비자 발급, 고객 상담 등 말 그대로 “여행에 관련된 건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초봉 박봉 배틀이 있다면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신입 평균 연봉은 2400~2500만원 수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여행 업계 연봉은 어쩐지 한결같다. 눈물겨운 초봉에 약간의 인센티브가 더해져 박봉의 초라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고.

업무 강도 성수기엔 업무가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비수기가 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주말 당직 차례가 돌아온다. 당직비는 받지만… 온종일 고객들 전화에 시달려야 한다는 건 안 비밀. 여행 박람회, 홈쇼핑 해피콜 업무 등이 있어도 주말은 회사에 고이 반납해야 한다.

 

 

채용은 이렇게 진행돼요 공채를 진행하는 여행사보다 TO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신입을 채용하는 여행사가 더 많다. 채용은 보통 1차 서류-2차 실무진 면접-3차 경영진 면접의 단계를 거친다. 고객과 상담할 때 말하는 톤을 보기 위해 2차 면접을 전화 인터뷰로 치르는 여행사도 있다.

자격증이 있으면 유리해요 자격증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TC(국외여행인솔자) 자격증, CRS(항공 예약/발권) 자격증 등을 소지하고 있으면 여행업에 대한 관심을 어필할 수 있다. 업무 특성상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출장이 많다 보니, 어학 자격증을 우대한다.

이런 신입을 선호해요 어떤 여행 상품도 다 팔아버릴 것만 같은 외향적인 성격, 진상 고객을 만나도 이겨낼 수 있는 긍정적인 멘탈, 박봉에도 굴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 끈기, 실수로 티켓을 잘못 끊어 고객님을 이상한 나라로 보내버리지 않을 꼼꼼함을 겸비한 사람이 여행사가 원하는 최고의 신입상! 손님과 대면하는 업무가 많아 스펙보다는 성격과 태도를 중요하게 본다.

 

 

여행사 직무 중에 OP는 뭐고, MD는 뭔가요…? 어떤 일을 하는지 너무 헷갈려요!

자, 님이 여행을 떠난다고 상상해보자. 여행사에서는 항공권이나 호텔을 예약해주고, 님이 여행을 잘 즐길 수 있도록 서포트해준다. 이렇게 상품 판매부터 각종 예약, 고객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을 OP(오퍼레이터)라고 한다. 그렇다면 MD는? 님이 선택한 여행 상품의 기획부터 마케팅, 실적 및 수익 관리 등을 담당하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사실, M투어나 H투어 같은 큰 회사에서만 OP와 MD 업무에 구분을 둔다. 보통은 한 직원이 OP라는 이름 아래 여행 상품에 관련된 A to Z를 담당한다.

 

해외 출장이 잦다던데… 여행 기분 1도 안 나고 계속 일만 하나요?

여행은 모다? 내 돈 주고 가는 거다! 여행사 다닌다고 하면 출장 많이 다녀서 좋겠다고 하는데… 근무지의 배경만 바뀔 뿐 업무량이 투머치인 건 똑같다. 여행사 출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손님인 척 투어에 참여해서 상품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패키지 출장 2) 현지 여행 상품 개발을 위한 조사 및 호텔 상태를 체크하는 인스펙션 출장 3) 사전 답사 차원에서 떠나는 팸 투어 출장이다. 팸 투어의 경우 약간의 숨 쉴 틈이 주어지지만, 패키지와 인스펙션 출장을 떠나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자료 수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쉴 틈이 거의 없다. 일정 끝나고 놀면 되지 않느냐고? 출장 가면 누워 있는 게 제일 재미있다….

 

여행사는 기본급은 적어도 인센티브가 빵빵하다면서요?

영업 이익을 얼마나 냈느냐에 따라 인센티브는 빵원일 수도, 빵빵할 수도 있다. 보통 1년에 한 번씩 정산이 되는데, 월급의 100~150% 정도를 인센티브로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난 쥐꼬리만큼 받았다….(애잔) 규모가 큰 여행사들의 경우, 인센티브가 적은 대신 기본급이 높은 편이다.

 

여행사 준비생들을 위한 학원도 있더라고요. 여기 다니면 취업에 도움이 될까요?

학원 근처에도 안 가봤지만, 회사에 잘만 다니고 있는 1人이다. 비싼 돈 주고 학원 다닌다고 취업이 보장되진 않는다. 물론 실무에 필요한 CRS 자격증이나 어학 자격증을 미리 따놓는 것은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면접을 준비하고, 실무 지식을 익히기 위해 학원에 다닐 필요는 없다. 어차피 입사하면 처음부터 다시 다~ 배워야 되니까.(찡긋) 학원 다니지 말고, 차라리 여행사에서 알바해보는 걸 추천한다. 돈도 벌고, 여행업에 대한 관심도 어필할 수 있어 일타쌍피다…!

 

 

입사 이래 가장 아찔했던 실수는 무엇이었나요?

여행업에 종사하며 수명이 30년쯤 깎인 것 같다…. 바야흐로 신입 때의 일이다. 비자가 필요한 나라에 가시는 손님께 깜빡하고 비자를 보내드리지 않았다!!! 손님이 출국 못 하실 뻔했는데, 총알택시 불러 겨우 비자를 보내드렸다. 이때 수명이 약 10년쯤 줄었다. 나머지 20년은 언제 깎였느냐고? 상품 요금 잘못 기재했을 때! 1,000,000원짜리를 0하나 빼고 100,000원으로 기재했는데, 특가인 줄 알고 상품 구매한 분들이 많아서 뒷수습하는 데 2달 걸렸다. 잘 마무리됐지만 하마터면 수천 만원 물어내고 신용불량자의 길을 걸을 뻔했다.

 

요즘 자유 여행이 늘고 있잖아요. 여행업계에 타격은 없나요?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여행사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패키지 여행의 수요가 계속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신 자유 여행 고객이 늘면서 입장권, 호텔, 항공권 등 단품 위주의 여행 상품이 예전에 비해 더 잘 팔린다. 해외 출국자 수도 해마다 늘고 있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들이 인기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업 자체의 비전은 나쁘지 않다. 5060 패키지 세대를 넘어, 2030 개별 여행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상품이 기획된다면 여행업의 미래는 장밋빛까진 몰라도 흙빛은 아닐 듯하다.

 

여행사 직원들만 누릴 수 있는 꿀 복지가 있나요?

우리에게 꿀이 있다면 오직 하나, 직.원.특.가! 회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 하다가 ‘진짜 못 해 먹겠다! 때려치울까?’ 싶은 생각이 들 땐 남미를 떠올린다. 투명한 우유니 사막과 물줄기가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이과수 폭포! 직원 특가로 남미의 대자연을 보고 오기 전까진 퇴사할 수 없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아~주 가끔은 이번 생엔 절대 못 타볼 것 같았던 비즈니스석에 몸을 싣고 팸 투어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럴 땐 굉장히 잠깐이지만 회사에 뼈를 묻을까 고민한다.

 

회사를 뿌수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 받는 순간을 꼽는다면?

여행사 직원이 가장 싫어하는 두 가지가 있다. 화산, 지진, 태풍 같은 자연재해와 진상 고객! 내가 하늘, 물, 바람, 땅을 관장하는 신도 아니고 여행지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를 컨트롤할 순 없지 않나. 그럼에도 예약자들이 줄줄이 여행을 취소하고, 신규 예약자도 없는 썰렁~한 상황이 되면 스트레스 지수가 끝없이 상승한다. 그러나 자연재해보다 더 악랄한 존재가 있었으니 진상 고객이다. 말도 안 되는 걸로 컴플레인을 거는 사람들 다 뿌숴! 그저 그들의 악행을 소비자 보호원이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857호 – 을의 하루]

사진 출처 JTBC <더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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