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10시에 일어나 10시 수업 대출을 부탁한다
“제 동기는 저희 과 명물이에요. 하도 학교를 설렁설렁 다녀서, 청강생이라 알고 있는 애들도 있더라고요. 교양 수업이야 그렇다 쳐도, 지각하면 무조건 C+인 전공 필수 시간에도 안 와요. 그렇게 게으르면서 성적은 잘 받고 싶은가 봐요. 학기 내내 대출해달라고 카톡으로 들들 볶더라고요. 처음 몇 번은 의리로 해줬는데, 이건 눈치가 없는 건지, 염치가 없는 건지….”
저 친구 대체 고등학교는 어떻게 졸업한 건지 좀 의문.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 나는데, 요새는 내신에서 출결을 안 보나? 그때는 억지로 참은 거라면 인정. 게으른데다 무임승차하는 본성까지 참은 제보자의 인내심 인정.
02. 수업 시간에 교재를 깜빡한다
“차라리 아웃사이더로 지내면 본인 몸이라도 편할 텐데. 본인도 미안하기는 한지 자꾸 뭘 하겠대요. 한 번은 교수님이 자체 제작한 강의록 인쇄물로 수업하는 과목이 있었는데, 분량이 많아서 반 애들끼리 아예 제본을 하기로 했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해오겠다 하더라고요. 미심쩍었지만 뭐라도 하려는 게 기특해서 맡겼더니. 역시나! 강의록을 프린트해서 제본소에 갖다 주는 것 자체를 깜빡해서, 다음 시간에는 모두가 허공만 보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본인이 본인을 너무 모르는 것도 죄다. 기억력과 행동력은 전부 대충대충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추진력만 살아 있는 느낌. 무언가를 추진할 생각 자체를 버리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시작해봤자 얼마 안 가서 무책임하게 놔버릴 거잖아.
03. 공금이 들어 있는 지갑을 분실한다
“다들 화가 잔뜩 났죠. 그 친구는 너무 미안해하면서,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사정하더라고요. 안됐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해서, 그날 몇몇이 학교 앞 제본소까지 따라갔죠. 프린트도 완벽하게 가져갔고, 반 인원수대로 진행하려는데. 어이없게 공금이 들어 있는 지갑 자체를 잃어버린 거죠. 다들 사색이 되어서 일단 있는 돈을 다 긁어모았어요. 나중에 갚긴 했지만. 이후로도 맨날 뭘 잃어버려서, 전 걔네 집이 되게 부자인 줄 알았어요.”
본성 자체가 나쁜 사람이 아니니 짠하긴 하다만. 덜렁대는 게 천성이더라도, 남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입힐지 모른단 자각이라도 해라. 매번 용돈 주시는 부모님은 그렇다 쳐도, 가뜩이나 ‘텅장’이라 팍팍한 대학 생활, 봉변당할 뻔했던 동기들은 무슨 죄야.
04. 팀플 발표 날 학교에 안 온다
“악명이 워낙 높다 보니, 공부나 팀플 관련해서 그 친구와 엮이고 싶어 하는 애들이 없어요. 저도 강제로 조를 짜주시는 교수님^^ 덕분에 함께하게 되었죠. 의외로 초반에는 열심히 참여하더라고요. 아이디어도 내고, 다른 조원이 낸 의견에 반박도 하고. 팀플을 주도하기에 무임승차는 안 하나 싶었는데. 조원 전체가 참여해야 하는 발표 당일, 아예 학교에 안 왔습니다. 발표일을 까먹고 잤대요.(한숨) 물론 다들 학점은 망했고요. 소름 돋는 건 걔는 이게 재수강이더라고요.”
망할 거면 혼자 망해라! 재수강하건, 삼수강하건 본인 등록금 까먹는 거니 무슨 상관이겠느냐만. 본인이 주도한 발표 일자를 까먹을 정도의 정신 상태라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팀플 없는 수업 수강을 권한다. 자기 주장대로 끌고 가놓고, 남은 사람들은 어쩌라는 것?
05. 실수로 남의 물건을 가져왔어도 안 돌려준다
“정도가 심하긴 하지만, 놀 때는 재밌는 친구예요. 하루는 다 같이 동기 중 한 명이 일하는 학교 앞 24시간 카페에서 수다 떨고 있었죠. 근데 알바하던 동기가 울상이 되어서 테이블로 오더라고요. 손님이 실수로 진동벨을 가져간 것 같다고. 개당 최소 4만원 이상이라 잃어버리면 알바비에서 까인대요. 그때 문제의 친구가 갑자기 걱정하지 말라더군요. 다음 날 알바하는 동기에게 쇼핑백 하나를 가져다 줬는데. 그 카페 진동벨이 가득 들어 있었다고….”
동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갸륵하기는 무슨, 무서워…. 그 많은 진동벨 뭐야. 덜렁거리다 실수로 남의 물건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으면 돌려주는 게 올바른 책임 의식 아닙니까? 저 정도로 많이 모을 때까지 무슨 생각으로 방치한 건지…. 설렁설렁도 정도껏 해라.
06. 해외여행 갈 때도 새는 바가지다
“기말고사 끝나자마자 2박 3일 중국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과에서 한 명이 총대를 메고 신청자를 받았는데 역시 그 동기도 빠지지 않았죠. 모두가 단톡에서 한 마음으로, ‘00이 여권 챙겼니?’ x 1000을 외쳤어요. 제일 늦어서 일행들을 전부 기다리게는 했지만, 여권은 잘 챙겼더라고요. 다들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며 감탄하려는데… 비자 신청을 안 해서 망한 거죠. 총대가 한 달 전부터 공지를 그렇게 했는데. 왜 공지를 펴보지조차 않은 걸까요?”
다들 이해해주고, 기다려주다 몸에서 사리 생길 지경이겠다. 미취학 아동도 아닌데 A to Z까지 챙겨야 하는 업보라니. 이건 ‘카톡을 연다-단톡방에 들어간다-공지를 확인한다-지금까지 대화를 정독한다’ 수준이잖아. 알려준 대로 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게 함정.
07. 이런 짓을 매 학기 반복한다
“그 날 일은 생각만 해도 피곤합니다. 총대가 정말 마음씨 좋은 친구인데, 정색하는 걸 난생처음 봤어요. 한국에 혼자 남아서 반성할 것처럼 보였는데. 그러면 뭘 하나요. 그날 집으로 돌아가다가 공항버스에 캐리어 두고 내렸다고 SNS에 올렸더라고요. 정작 본인은 크게 걱정 안 하는 게 너무 신기해요. 지금은 방학 중이라 만나지 않지만, 다음 학기에 또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스트레스입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후 한 가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당사자는 정말 큰 문제인지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매번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주고 챙겨줄 거란 무의식적인 믿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2학기에는 모두의 스트레스 저하를 위해,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858호 – bamboo forest]
Editor 원더우먼 wonderwomen@univ.me *열 받는 사연 제보 환영
Informer 무엇이든 설렁설렁하는 친구를 이제는 설렁설렁 보고 싶은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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