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친구들에게 “다음 생엔 뭘로 태어나고 싶냐?”고 묻는다. 답변에는 무생물을 포함하여 다양한 것들이 등장하는데, 의외로 돌로 태어나겠다는 애들이 꽤 많다. 돌처럼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고, 작달비가 내리든 함박눈이 쌓이든 상관 않은 채 맘 편히 있겠다고. 사뭇 진지하게 말하던 친구도 있었다. 그런 친구를 위로하기가 어쩐지 낯간지러워서, 괜히 얄궂은 장난을 쳤던 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퍽이나 편하게 있겠다. 너나 나 같은 사람은 돌로 태어나봤자 흔들바위일걸? 흔들바위 알지? 365일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하루 종일 밀어대는 그거.”

 

농담처럼 말했지만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 또한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해질까’다. 사소한 일에도 일희일비하며 바깥 세계의 속도에 맞춰 휘청거리는 게 이제 좀 지겹다. 누가 부귀영화(혹은 연금복권)와 마음의 평화 중 뭘 택할 거냐고 묻는다면, 지금 같아선 대뜸 마음의 평화를 골라버릴지도 모르겠다. 정신승리라도 좋으니 스트레스 없이 지내고 싶다. 어떤 근육이든 심하게 쓰면 망가진다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폭염과 한파를 오가는 내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을 게 분명하잖아. 당장 내일 고장 나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이런 연유로 죄 없는 마음에 돌을 던지는 놈들을 골라내 단두대(!)에 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최근에 유력한 용의자로 ‘제발’이라는 놈이 체포됐다. 한번 의식하고 나니 내가 꽤나 자주 ‘제발’을 찾는 사람이란 사실도 알게 됐다.

 

‘제발’을 말할 때의 나는 대체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바라왔던 것이 코앞까지 가까워졌는데, 그걸 손에 넣을 능력이 없고. 내세울 거라곤 간절함뿐이어서 구차하게 매달려야 하는 초라한 처지. 그래서 평소엔 거들떠도 안 보던 신이나 달님을 찾으며 ‘제발’을 외치는 거다. ‘제발. 이번엔 꼭 붙게 해주세요. 이거 안 되면 저 죽어요.’ ‘제발 그 사람 한 번만 더 만나게 해주세요. 앞으로 진짜 착하게 살게요.’

 

제 3자의 눈으로 가만 보니 나는 매사에 지나치게 필사적인 경향이 있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인생을 구원해줄 한 방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눅눅한 일상을 단번에 뽀송하게 만들어줄 햇살 같은 사랑이나, B급 인간을 A급으로 만들어줄 성취 같은 게 있다고 믿었으니까. 절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도 이 기회가 그 한 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새 ‘이거 아니면 안 돼’의 심정이 돼버렸다.

 

어떤 것도 어떤 것에게 구원이 될 수 없다는 걸. 취직을 한다고 해서, 사랑을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되진 않는다는 걸. 무엇보다 일단 지나고 나면 생각보다 금방 잊히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걸. 내내 모르고 지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흐릿하지만 글 쓰는 일에 집착하게 된 과정도 비슷했을 테다. 어쩌다 한 번 칭찬을 들은 일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쓰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결론에 닿기까지. 거기에 목숨을 걸 정도로 거창한 이유가 있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납작한 관점은 수시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극단적인 생각(또 떨어지다니. 나는 쓰레기야. 이것도 못 할거면 그냥 죽자)을 했다. 잘 하고 싶어서. 근데 그게 마음처럼 안 되어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차라리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너무 간절해서 영영 놓아버릴 위기에 처했던 때, 그러니까 잡지사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식음을 전폐하고 방구석에 처박힌 일이나, 기사 몇 개가 망했다고 에디터 일을 때려치우려고 했던 걸 떠올리면…. 지났으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참 바보 같았다.

 

언젠가 네이버 뉴스 창에서 “김태리, 저도 언제 연기를 때려치울지 몰라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깜짝 놀라 눌러본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자신이 하는 일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정답은 이거 하나뿐이다’라는 생각이 환기되지 않으면 삶이 너무 힘들잖아요. 저도 연기를 언제 때려치울지 몰라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오래 못 할 것 같아요.”

 

몇 년 전이었다면 인터뷰를 보고 그녀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실패후 도망칠 곳이 있는 사람은 가짜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태도를 배우고 싶다. 앞으로는 “이거? 좋아하는 거지만 없어도 죽는 건 아니야” 정도의 온도로 살아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정말로 고장이 날지도 모르니까. 잘 하고 싶은 것에 오래 머물기 위해서. 이제 그만 ‘제발’을 놔주어야지.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주는 주문

이거? 좋아하는 거지만 없어도 죽는 건 아니야


[858호 – small mind]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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