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유명 미술관에 간다 → 작품 대신 바글거리는 인파를 배경으로 인증샷 찍다가 포기한다 → 지쳐서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의 미술관 나들이는 대부분 이렇게 새드 엔딩으로 끝나고 만다. 근데 그거 아니?

산 살짝 넘고 바다 잠깐 건너면 탁 트인 자연을 배경으로 인생샷 100장 남길 수 있는 곳부터,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건축물을 자랑하는 곳까지 매력 넘치는 미술관들이 많다는 걸! 올여름, 여행 갈 때 잠깐 들르는 거 말고 목적지로 찍고 가도 좋을 만한 미술관들을 소개한다. 인생 미술관이 되어줄 곳들로 ‘미캉스’ 한번 떠나볼까?


 

# 경기도 양평 <구하우스>

 

관람 시간 매주 월요일 휴관, 화~금요일 10:30~17:00 / 토, 일 및 공휴일 10:30~18:00

관람료 1인 15000원 (음료 포함)

대중교통 경의중앙선 양수역 하차 ▶ 1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8-2, 8-3, 8-4, 8-5, 8-7, 8-8, 8-9 환승 ▶서종파출소 하차 ▶ GS25 건너편 부동산과 카페 사이 골목으로 100m 직진

문의 031-774-7460

 

 

예술가의 집에 초대받은 기분

불구경, 싸움 구경이 최고로 재미있다지만 모르는 말씀이다. 알고 보면 남의 집 구경만큼 재밌는 게 없다. 어릴 적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친구 집에 놀러 가본 적 다들 있겠지? 우리 집엔 없는 낯선 매력에 이곳저곳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경험도. 책장에 꽂혀있는 책, 캐릭터가 그려진 학용품 하나로도 친구에 대해 어렴풋이 가늠해볼 수 있었다.

2016년 문을 연 양평의 구하우스는 말하자면 ‘예술가의 집’과 같은 미술관이다. 생김새부터 일반적인 미술관과는 조금 다르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다는데 그만큼 흔히 볼 수 있는 네모반듯한 평범한 미술관은 아니다. 반짝이는 벽돌들로 둘러싸인 건물에 입장하면 거실, 서재, 라운지 등 총 10개로 나뉜 ‘생활공간’이 등장한다.

회화·조각·사진·영상 등의 현대미술이 가구나 조명 같은 디자인 작품들과 어우러져 있다는 점만 빼면, 정말로 세련되게 꾸며진 누군가의 집처럼 보인다. 비록 그것이 필립 스탁, 피에르 폴랑, 백남준, 서도호 등 미술 교과서에서 볼 법한 작가들의 작품들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행동이 조심스러워질 테지만?

매년 3~4회, 새로운 기획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구하우스. 전시를 봤다고 집에 가기는 아직 이르다. 정원과 루프탑을 오가며, 양평의 깨끗한 공기를 듬뿍 마시고 들풀의 향기를 느끼며 멀리 보이는 북한산의 정기까지 한 몸에 받을 수 있기 때문.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집으로의 초대, 안 갈 이유가 무엇?

© 사진제공 구하우스


 

#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

 

관람 시간 매주 월요일 휴관, 화~일요일 10:00~18:00 (매표 마감 17:00)

관람료 갤러리권 (박물관+미술관+야외정원 입장) 15,000원

뮤지엄권 (갤러리권+제임스 터렐 작품 관람) 28,000 원 *대학생 학생증 소지 시 20% 할인
인문학이 있는 제임스 터렐(갤러리권+제임스 터렐 작품 관람+인문학 설명) 35,000원

대중교통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원주 투어버스(유료) or 오크밸리 셔틀버스
(무료) 탑승 ▶뮤지엄 산 정류장 하차

문의 033-730-9000

 

 

맑아도 비가 와도, 모든 날이 좋은 미술관

처음 유럽 여행을 갔던 때, 당연히 가야 하는 필수 코스처럼 미술관에 들렀다. 그곳에선 작가의 이름도, 작품의 제목도 생소한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었다. 지친 다리를 질질 끌며 마지막 전시실에 들어섰을 때, 방 안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색으로만 칠해진 커다란 캔버스가 있었다.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지만, 동시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이었다.

뮤지엄 산도 바로 그런 작품이다. 미술이 자연 그리고 건축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해발 275m 산자락에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한 폭의 거대한 풍경화를 만들었는데. ‘노출 콘트리트’로 지어졌음에도, 자연 경관을 전혀 해치지 않는다. 뮤지엄 산의 진가는 햇살이 좋은 날, 700m 길이의 산책로를 걸을 때 드러난다.

웰컴 센터에서부터 꽃, 물, 돌 등 각기 다른 주제의 정원을 지나기까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던 계절의 변화가 훅 끼쳐 온다. 비 오는 날은 어떡하냐고? 사실 산에 안개가 슬쩍 낀 그때가 사색하기엔 더 좋다. 우산은 무료로 빌려주니, 고즈넉한 산이 들려주는 여유를 건네받을 준비만 하고 오면 된다. 산책을 마쳤는데도 아직 ‘산’을 떠나고 싶지 않다면?

특별 전시 ‘제임스 터렐’ 작품 관람이 남아 있다. 7~8월 동안 매주 토요일 6시부터 7시까지는 제임스 터렐관에서 미술사·심리학·철학 등을 토대로 한 큐레이터의 작품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다. 모든 전시를 둘러보고 ‘워터가든’ 위 야외 카페 테라스에 안착하면,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몽유도원도’ 같은 풍경. 구름에 달 가듯이, 자꾸 ‘산’에 오르다 보면 속세의 때도 씻겨 나가지 않을까?

© 사진제공 뮤지엄 산


 

# 경기도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관람 시간 매주 월·화 휴관, 4.23~8.23 10:00~19:00 / 8.24~10.21 10:00~18:00

관람료 5,000원

대중교통 일산 200번 버스 or 합정역 2200번 버스 승차 ▶ 심학교 정류장에서 하차

 

 

파주에서 지중해를 느끼고 싶다면

파주 출판 도시. 직접 가보기 전, 단어만 듣고서는 흥미진진한 장소일 것이라 생각했다. 답답한 서울에서 벗어나 만나는 탁 트인 하늘과 싱싱한 잔디…. 그 한편에 코엑스 별마당처럼 천장까지 닿는 책장이 즐비할 줄 알았지. 처음 마주한 파주 출판 도시에 대한 소감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도시’라고 짧게 줄이겠다. 물론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보기 전의 감상일 뿐이지만.

쨍하고 파란 하늘, 초록초록한 잔디, 온통 하얀 건물. 운이 좋으면, 잔디밭에 느긋하게 누워 하루를 보내는 ‘지중해형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다. 아직 전시는 보기 전이었지만, 미술관이 있는 풍경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곳은 2010년, 해외 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문을 열었다. 미술관의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에서 따왔다(디자인·미술·건축 서적을 출판하는 자회사의 이름도 같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국내외 건축가들의 성지로도 유명한데, ‘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공간을 자연에서 가져온 곡선과 직선으로 표현하고, ‘자연광’으로 전시실을 밝힐 수 있도록 했다. 지중해의 구름 같기도, 바람 같기도 한 공간에서 미술과 자연과 문학을 만나는 시간. 여름방학, 쉬어 가기에 딱이다. 물론 개강 후인 가을에도 미술관의 키 큰 갈대가 흔들흔들 반길 테지만.

photographed by Fernando Guerra ⓒ Openbooks.


 

# 강원도 고성 <바우지움>

 

관람 시간 매주 월요일 휴관, 화~일요일 10:00~18:00 (매표 마감 17:30)

관람료 1인 8,000원(커피 포함)

대중교통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 수복탑 정류장에서 대명(한화) 3-1 or 한화(장천) 30-1 or 대명(장천, 한화) 31-1 or 한화(학사평) 3번 중 탑승 ▶ 원암리 입구 하차 ▶ 도보로 17분 이동

문의 033-632-6632

 

 

바위와 흙과 물과 초록

현대미술은 어렵다. 회화도 어려운데 조각은? 혼미해진다. 애초에 실제로 본 적도 거의 없어서, 조각이라고 하면 일단 ‘로댕’부터 외치고 보는 것이 우리네의 비루한 현실. 전공자가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조각을 보러 선뜻 먼 길을 나서기는 꺼려진다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미술관이 있다. 설악산 울산 바위 아래,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조각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바우지움이다.

잠깐, 미술관의 위치, 마을의 이름, 미술관의 이름까지 전부 ‘돌의 기운’이 강하게 밀려온다고? 물론 느낌 탓만이 아니다. ‘바우’는 강원도의 방언으로 바위를 뜻하고, ‘원암리’는 독특한 바위들이 많은 동네로 유명하니까. 바우지움의 건물들도 돌산처럼 강렬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실제로도 대관령 터널 공사에서 나온 돌 파편들을 모아 허름하고 거친 벽을 만들었다. 강남역 ‘어반하이브’의 건축가이자, 바우지움의 건축을 맡은 김인철 교수의 의도는 이러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 바람이 돌 틈에 흙을 싣고, 풀씨를 심어 초록을 피울 것이다.” 근현대 조각들을 둘러보았다. 더 이상 낯설지는 않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조각을 둘러싼 정원으로 나와 걸었다. 물과 돌과 초록으로 가득한 풍경.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결국 조각, 아니 예술과 친해진다는 건 꽤 간단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면 충분할 테니까. 바위와 돌, 돌 틈의 이끼, 돌을 깎아 만드는 조각, 조각을 만드는 인간까지. 결국은 모두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갈 테니까.

© 사진제공 바우지움


 

# 경상북도 경주 <솔거미술관>

 

관람 시간 매주 월요일, 설날 및 추석 당일 휴관, 화~일요일 09:00~18:00 (매표 마감 17:00)

관람료 성인 1,000원 / 경주시민 50% 할인

대중교통 경주 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 버스 정류장 ▶ 10번, 100번, 150번, 700번 승차 ▶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정류장 하차 ▶ 도보 10분 이동 or 신경주역 버스 정류장 ▶ 700번 승차 ▶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정류장 하차 ▶ 도보 10분 이동

문의 054-740-3990

 

 

발길 닿는 곳마다 포토존

“사진 없이 오롯이 보고 듣고 느끼겠어!” 당찬 포부를 안고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허세와 겉멋(?)의 상징인 인증샷 대신 오감으로만 여행을 즐기면 그 여운이 더 길게 갈까 싶어서. 그러나 사진 한 장 없이 다녀온 여행은 이내 기억 속에서 잊힌 채 “거기가 어땠더라?” 하는 초라한 물음표만을 남겼다. 요즘은 어딜 가든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이왕이면 예쁜 배경을 고르고 골라서.

허세나 겉멋이 아닌, 찍어둔 사진을 더 자주 들춰 보고 곱씹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솔거미술관에선 예쁜 배경을 고르는 노력마저 할 필요가 없다. 이쪽으로 셔터를 누르면 SNS 사진 명소로 급부상한 제3전시실의 통창, 일명 ‘움직이는 그림’이, 저쪽으로 셔터를 누르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자연못 ‘아평지’가 배경으로 펼쳐지니까. 경주엑스포공원 내에 위치해 있어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목도 잘 꾸며져 있다.

그야말로 발길 닿는 곳마다 포토존이다. 그래도 사진만 찍고 오기 민망하다면, 전시실로 발걸음을 향해보자.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 접견실 정면에 걸려있던 수묵화 ‘장백폭포’와 ‘일출봉’을 그린 박대성 화백의 그림을 만나볼 수 있다.

황룡사 담벼락에 소나무를 그렸더니 새들이 진짜 나무인 줄 알고 와서 부딪혀 죽었다는 일화의 주인공, 신라 시대 화가 솔거의 이름을 빌려 만든 솔거미술관. 나무인지 그림인지 헷갈렸다는 그 새들처럼 이곳이 미술관인지 포토존인지 헷갈려 하며 셔터를 누르다 보면 어느새 자꾸 꺼내 보고 싶은 추억이 한 페이지 완성되는 곳이다.

© 사진제공 솔거미술관


 

# 대전광역시 <이응노 미술관>

 

관람 시간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휴관, 3월~10월 10:00-19:00 / 11월~2월 10:00-18:00
* 매주 수요일은 21:00 까지

관람료 성인(25~64세) 500원, 어린이·청소년 300원

대중교통 대전역 버스 정류장 ▶ 606 승차 ▶ 한밭 수목원 정류장 하차 ▶ 도보 6분 or 대전 복합터미널 버스 정류장 ▶ 102, 105 승차 ▶ 수정타운아파트 정문 하차 ▶ 606, 911 환승 ▶한밭 수목원 정류장 하차 ▶ 도보 6분 문의 042-611-9800

 

 

여름의 선물, 숲속의 작은 미술관

한 동화 작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나중에 숲속에 미술관을 짓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차를 타고 한참을 가면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동화처럼 자리하고 있다는 일본의 모리노우치 미술관처럼. 숲속의 미술관이라니… 낭만적이란 생각이 들어 인터뷰가 끝나고 다이어리에 미술관 이름을 적어두었다.

인터뷰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그 사이 일본에도 다녀왔지만 숲속의 미술관을 찾아가기란 이야기만큼 낭만적이지 못했다. 동화 같은 한 장면을 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란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던 중 이응노 미술관을 만났다. 멀리 일본까지 가지 않아도, 가까운 대전에서 숲속의 미술관을 만날 수 있었다. 한밭 수목원 내부에 위치해 있어 조금만 걸으면 금방 쭉 뻗은 나무들을 마주할 수 있다.

간결하고 소박한 디자인의 외관은 밖에 펼쳐진 널따란 잔디밭, 조형물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로랑 보두엥이 남긴 아시아 유일의 건축물이라고. 그래서인지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했다. 영화 <부당거래>와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모두 이응노 미술관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입장료는 단돈 500원! 어쩐지 ‘호의가 계속되는’ 미술관 같다.

숲속의 미술관이란 점 외에도 이응노 미술관을 찾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올여름, 프랑스 세르누쉬 박물관과 퐁피두 센터에 있는 이응노 화백의 작품 30여 점이 국내 최초로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를 관람하고 이응노 화백의 작업실이 위치했던 프랑스 도시 이름을 딴 미술관 내 카페 ‘프레 생제르베’에서 커피와 마카롱을 즐긴다면 이 여름이 한층 더 낭만적이지 않을까.

© ARCHFRAME.NET


 

# 제주도 서귀포 <유민 미술관>

 

관람 시간 매주 화요일 휴관, 수~월요일 09:00~18:00* 7.20~8.25 09:00~20:00 (매표 마감 19:00)

관람료 성인 12,000원, 15인 이상 단체 9,000원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 ▶ 111, 112번 승차 ▶ 성산 환승승차장 하차 ▶ 택시로 ‘휘닉스 제주 리조트’까지 이동 ▶ 오렌지동 앞 매시간 정각·20분·40분에 출발하는 셔틀(10:00~17:40까지 운영) 탑승 ▶ 유민 미술관 하차

문의 064-731-7791

 

 

그동안 나는 제주를 반만 보았다

제주도에 가면 무조건 자연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에서 쉬이 볼 수 없는 경관을 맘껏 눈에 담고 가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자연이 창조한 예술이 인간이 창조한 예술보다 늘 한 수 위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주에 차고 넘치는 갤러리, 박물관, 전시장 대신 오름이나 해변, 숲으로 향했던 이유다. 이런 생각은 우연히 방문한 유민 미술관 앞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그곳에서 마주한 인간이 창조한 예술은 자연이 창조한 그것만큼이나 경이로웠으므로. 건축 거장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이 미술관 속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제주의 자연을 인위적이지 않게 담아낸 정원이 보인다. 제주에서만 나고 자라는 꽃과 풀들이 꾸밈없이 무심하게 정원을 지키고 있다.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목엔 양쪽 벽을 타고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벽천 폭포다. 안도 타다오가 제주의 해안선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곳이라고. 그곳에서 몇 발짝만 내디디면 돌담 사이 네모나게 뚫린 뷰파인더로 바다 너머 성산 일출봉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순간, 분명 인간이 만든 건축물 속을 돌아보고 있는 것인데도 그 어느 때보다도 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유민 미술관엔 1890년대 유럽 전역에 일어났던 공예·디자인 운동인 ‘아르누보’의 유리공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르누보(새로운 예술)’란 말은 이곳과 썩 잘 어울린다. 자연과 대척점에 있을 것만 같던 인간의 예술을 자연과 어우러진 ‘새로운 예술’로 탄생시킨 곳이니 말이다.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빌려주니, 설명과 함께 새로운 예술을 즐겨보자.

© 사진제공 유민 미술관


 

# 제주도 서귀포 <수풍석 박물관>

 

관람 시간 6.1~9.15 10:30 16:00 / 9.16~5.31 14:00 15:30 * 하루 두 차례 운영, 날씨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음

관람료 성인 (주중) 15,000원 / 성인 (주말) 20,000원 * 홈페이지(https://www.biotopiamuseum.co.kr)에 예약 신청 후 24시간 내 입금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 정류장(대정, 화순, 일주서로) ▶ 151 승차 ▶ 동광 환승 정류장2 (영어교육도시방면) 정류장 하차 ▶ 동광 육거리 정류장까지 도보 3분 ▶ 752-2 승차 ▶ 상천리 정류장 하차 ▶ 도보 20분(디아넥스 호텔에서 집결 후 함께 이동)

 

 

제주의 자연이 주는 전율

제주를 사랑한 예술가는? 가장 먼저 이중섭이 떠오른다. 이제는 제주 민박집 언니로 더 친숙한 이효리가 뒤를 잇는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뮤지션 강아솔의 얼굴도 스친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게 제주를 사랑한 예술가가 있었으니 이타미 준이다. 일본인 아니냐고? 세계적인 건축가로 끊임없이 귀화 제안을 받았지만 끝내 한국 여권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그는 재일 교포다.

게다가 생전에 제주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했을 정도로 ‘제주 바보’였다고. 이타미 준은 제주에 ‘방주 교회’, ‘포도 호텔’ 등 여러 개의 건축물을 남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수풍석 박물관이다. 제주의 자연을 상징하는 물, 바람, 돌을 테마로 지어진 이 미술관은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아닌, ‘명상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으로 지어졌다. 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하늘의 움직임을 투영해 내는 ‘수(水) 박물관’부터 좁고 긴 통로를 에워싼 나무판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는 ‘풍(風) 박물관’, 돌처럼 단단한 쇠로 만든 상자처럼 보이는 ‘석(石) 박물관’까지 모든 공간에서 제주 자연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묻어난다.

흔히 ‘예술 작품’이라 일컫는 회화나 조각 작품은 없지만 물과 바람과 돌을 느끼며 그 어떤 작품을 감상할 때보다도 큰 전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전율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수풍석 박물관은 타운 하우스 내에 위치해 있어 하루 두 번, 25명씩만 관람이 가능하다. 그만큼 조용하고, 프라이빗하게 미술관을 즐길 수 있다. 헛걸음하지 말고,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하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니까.

© 사진제공 수풍석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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