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에 복학을 했어요. 1년 만에 만나니 어색한 사이였던 동기들조차 반갑더라고요. 그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휴학 동안 뭐 했어? 유럽 여행 안 갔다 왔어?”

“국내 여기저기… 그냥 쉬었지 뭐.”

 

언제부터 유럽 여행이 휴학의 연관검색어가 됐을까요? 전 3학년, 그러니까 다섯 번의 방학을 맞는 내내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거든요. 주변만 봐도 저 같은 경우가 드물긴 해요. 저희 과만 해도 방학마다 동남아나 일본에라도 꼭꼭 다녀오는 애들이 많아요. SNS에 접속해보면, 여행 다녀와서 올린 게시물로 넘쳐나고요. 솔직히 지금 전 여행에 별로 관심이 없거든요. 근데 다들 제가 그렇게 짠한가 봐요. 팔자 눈썹으로 묻는 “여행 가서 힐링하고 싶지 않아?”x100에 어색하게 웃다 왔어요.

 

 

제가 스물셋 먹도록 여권조차 없다는 걸 알면 더 안타까워할까요? 특별한 이유로 만들지 않은 건 아니에요. 당장 쓸 일도 없는데 굳이 수고를 들여야 할 이유를 못 느꼈어요. 쓸모가 없는 곳에 에너지를 쓰기엔 제 삶의 우선순위가 너무 확고했거든요. 등록금, 자취방 월세, 생활비….

 

가끔 주변 어른들이 20대에 돈은 없어도, 건강과 시간은 있지 않냐고 하시는데 글쎄요.제 시간은 이상하게 빨리 흐르는 것 같아요. 때로는 건강도 챙기기 벅차던데요. 학기 중에는 보통 하루에 한 끼 먹거든요. 아침 10시부터 오전 수업을 듣고, 자취방이나 학생 식당에서 끼니를 대충 때워요. 오후 수업이 끝나면 알바하는 카페에 갔다가, 밤 10시에 마감이 끝나야 집으로 돌아오고요. 몸이 축나서, 휴학 중에는 그냥 쉴 수밖에 없었어요.

 

어쩌면 저는 여행을 가기 위해 노력하기를 포기한 걸지도 몰라요. 여기에서 조금만 더 알바 시간을 늘리면, 눈 딱 감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면, 당장 다음 방학에 유럽 여행을 갈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과제에, 팀플에, 시험으로 밤샘을 하다 보면 좀비가 되어버리기 일쑤인데 무슨 체력으로? 이제 졸업반이라 학점 관리를 소홀히 할 수도 없는데 무슨 정신으로? 소득 분위가 내려가 국가 장학금을 못 받게 될까봐 부모님이 얼마나 마음 졸이신 줄 알면서 무슨 염치로?

 

아예 시도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에요.“우리 가까운 일본이라도 가자!” 비슷한 처지의 친구와 도원결의를 하기도 했었죠. 땡처리 항공권이 뜰 때마다 부지런히 즐겨찾기를 해두었지만, 번번이 무산됐어요. 계획을 실행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더라고요. 왜 땡처리 알람은 꼭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만 골라서 울리는지.몇 과목 성적은 쿨하게 버린다고 쳐도, 알바를 어떻게 버리겠어요. 당장 주휴수당이 날아가는 건 물론이고, 3~4일 휴가를 빼달라고 말하라니. 전 못 해요. 아무리 사람 좋은 사장님이라도 “응 (영원히) 쭉 쉬어~.” 하지 않을까요? 대타를 못 구하면, 알바를 그만두고 가는 수밖엔 방법이 없겠죠.

 

무리해서 여행을 다녀왔다고 과연 제가 기쁠까요? 걱정만 불어날 게 뻔해요. 숙박과 항공, 식대를 생각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60만원 깨지는 건 금방일 텐데…. 모아둔 돈 털어 쓰고 다녀와선 어떻게 살죠? 알바도 다시 구해야 할 텐데, 요즘은 취업 자리 구하는 것만큼 힘들어요.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알바 자리 TO가 줄었거든요. 대학생이라고 다 과외 알바 하던 시절도 아니고. 제 주변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나 편의점만 골라 25군데나 지원했는데, 면접조차 못 보고 20군데를 광탈한 친구도 있어요. 결국 대학에 들어와 맞는 다섯 번째 방학에도 여행에 돈을 쓰느니, 전기요금 걱정 없이 에어컨이나 팡팡 틀자고 맘을 돌렸죠.

 

 

 

“여행도 때가 있는 거야. 인생 왜 이렇게 재미없게 살아.” 주변 사람들이 악의 없이 건넨 말에 가끔은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의심에 빠지기도 해요. 20대에 반드시 해봐야 할 일 중 하나를 놓친 것처럼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화도 나죠. 저는 한국이 좋아서, 노는 게 싫어서, 여행을 안 가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요. 사람들이 여행을 가라고, 인생을 즐기라고 하는 이유가 ‘다양한 경험’ 때문이라면, 저는 매일 하고 있어요. 다양한 손님, 동료, 친구 속에서 부딪치고 깨지면서 치열하게 인생을 배우고 있죠. 이런 시간들이 하찮고 무의미한가요?

 

오늘도 퇴근 후에 씻고 나와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땄어요. 그리고 상상했죠. 졸업 후 직장인이 된 제가 눈 내리는 일본의 온천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요. 지금은 그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요. 빨리 가든, 천천히 가든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속도가 있는 거니까.


[859호 – 20’s but]

 

 

해외여행은 못 갔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5학기 대학생과의 인터뷰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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