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전, 대기업 취뽀에 성공했습니다. 기뻤어요. 취업 전, 1년간 인턴을 하면서 열정 페이에 시달렸던지라, ‘내가 괜한 고생을 한 건 아니었구나’ 인정받았다는 보람도 있었죠. 그런데 9개월 만인 지금. 저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퇴사를 준비하는 파워 퇴준생으로 거듭났습니다. 참을성이 없어서는 결코 아니에요. 그건 신입으로서 견뎌 온 업무 강도만 봐도 알 수 있죠.

 

본격적인 업무는 출근 이틀째부터 시작되었어요. 일을 두서없이 던져주고는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죠. 보통 9시 출근이지만 8시엔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어요. 상사가 눈치를 줘서가 아니라, 업무량 때문이었다고 하면 그나마 나으려나요? 그렇게 일찍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일이 너무 많아서 독촉에 시달리다가 스트레스로 사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았거든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옆 자리 동기와 가볍게 대화하거나, 업무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조차 채 10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회사로 미팅을 온 외부 업체 관계자는 컴퓨터 앞에 ‘검은 정장 입은 좀비 떼’가 모여 있는 것 같다며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더라고요.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도 정직원 전환 제의가 있었지만 과감하게 퇴사를 결정했던 이유가 ‘마구잡이로 일하는 게 싫어서’였는데…. 또 이런 걸 보면, ‘그냥 내가 일복이 많나보다’ 싶었습니다. 입사 초기엔 파이팅 넘치게 ‘일복은 많아도 긍정적인 새내긔★’ 타이틀을 스스로에게 달아주면서 더 열심히 일했죠.

 

 

 

 

그러고 보면 힌트들은 곳곳에 많았습니다. 공고를 보고 지원하기 전, 잡oo닛이나 크oo잡을 뒤졌는데 가고자 하는 부서에 대한 글은 없더라고요. ‘왜 평가가 없지…?’ 좀 불안해졌습니다. 그때 깨닫고 도망쳐야 했는데. 어영부영 최종 면접을 보러 갔더니 임원이 반말을 하더군요.

 

그때 도망쳤어도 늦지 않았을 텐데요. 하지만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가면, 저를 기다리고 있는 건 ‘텅장’뿐이었습니다. 당시엔 ‘합격 통보를 받고, 입사해서, 돈을 번다’가 유일한 선택지처럼 보였습니다. 자금에 여유가 있었다면, 하다못해 입사 첫날 회식에서 ‘우리 회사 최고다!’라는 선배들의 말을 안 믿었더라면, 덜 상처받았을까요?

 

퇴사 경보가 울린 건, 상사들과 함께한 점심시간이었어요.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퍼져나가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날은 성폭력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모 정치인의 기자회견이 방송되고 있었어요. 그때 상사가 남자 선배들에게 한 말을 똑똑히 들었습니다. “야야, 너희 미투새들 조심해라. 별것도 아닌 것들이 미투 미투 거리니까. 이제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되냐. 별걸로 다 귀찮게 하네.”

 

순간, 여성으로서 저라는 존재가 지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저를 포함해 여직원들이 몇 있었습니다만, 다들 분노와 황당함으로 벌게져 침묵할 수밖에 없었죠. 상스러운 어투로 상스러운 말을 내뱉은 이는, 회사 내에서 그 정치인 급의 지위를 가진 사람이었거든요. ‘일베’에서나 하는 줄 알았던 ‘미투 조롱’을 현실에서 내 귀로 직접 듣게 될 줄이야?

 

모욕감에 멍해졌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남자 선배들이 낄낄대며 받은 말이 귓가를 때려서요. “돈 쓰고 해. 돈 쓰고.” 그날 이후 입사 전 세워둔 인생 계획을 퇴사 계획으로 전면 수정했어요. 일에 대한 의욕이 완벽히 사라졌거든요. 상식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우동 사리들과는 말도 섞고 싶지 않더라고요.

 

 

 

까칠해지기로 했습니다. 무리한 업무를 시키거나, 어쭙잖은 농담을 던지면 바로 표정을 굳혔어요. 억지로 웃는 대신, 표정으로 욕하는 기술을 터득한 거죠.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남자 선배들이 쓸모없는 말을 거는 횟수가 확 줄어든 거예요. 왜 화장이라도 안 하고 출근하면 ‘어디 아프냐?’고 묻는 고전적인 희롱들 있잖아요.

 

지금 가장 열 받는 건, 이 회사에 100% 꼰대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데 다들 아무리 기분 나빠도 웃어 넘겨요. 그게 이 회사를 블랙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회사로 이직하더라도 이상한 사람들은 있겠죠. 견디거나, 맞서 싸우거나 어느 쪽이든 힘든 선택이라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견디는 쪽’을 선택한다고 해서, 묵묵히 모든 상처를 끌어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웃으면서 오냐오냐 해주지는 맙시다. 힘없는 이십대 신입이라고 함부로 대해도 좋다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우동사리 상사 여러분, 아직 비밀이지만 전 곧 떠납니다. 아디오스! 제가 없어도 인류의 평화를 위해 정신 줄 똑바로 잡고 사시길 바랍니다.^^

 


[860호 – 20’s But]

 

※ 파워 퇴준생 A씨와의 인터뷰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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