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사연>

안녕하세요. 졸업을 앞둔 공대 4학년 학생입니다. 취준, 졸작 등으로 몸도 마음도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힘들긴 하지만 동기들이랑 같이 으으하면서 잘 견뎌보려고 합니다. 저를 제일 힘들게 하는 건 아버지인데요. 제가 집에서 쉬는 걸 잠시도 못 견디세요. 물론 퇴직을 앞두신 아버지의 마음이 조급한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밤 10시쯤 돌아와서 누운 사람한테 “그렇게 게을러서 취직은 언제 할거냐”고 눈치를 주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솔직히 이번 방학엔 집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방학만이라도 아침에 늦잠을 자고 싶은데, “늦게 일어나려면 아르바이트라도 하라”고 매일 닦달 하셨거든요. 이제 곧 개강이라서 더 바빠질 텐데. 집에서도 맘 편히 쉬지 못할 생각을 하니 숨이 막힙니다. – K군, 26세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한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문제인 듯하네요. 저는 비슷한 성향의 부모님을 둔 5년 차 직장인인데요. 취업하면 잔소리 좀 덜 들을까 싶었는데 똑같네요. “술 먹고 늦게 들어오지 마라” “늦잠 자지 마라(주말인데!)” 나이 서른이 넘었지만 부모님 눈에는 여전히 모자란 애인 거죠.

사사건건 간섭하시는 게 너무 스트레스라서, “이제 그만 좀 하시라”고 했는데, 당신 집에 사는 이상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월세를 내면 좀 달라질까 싶어서 월세도 내고, 잔소리 하지 않는 조건으로 용돈도 드리는데, 크게 달라진 게 없네요.

월세와 생활비를 내는 대신 잔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세요. 감정노동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편합니다. 경험상 부모님을 이해시키려고 하면 본인만 더 힘들어 지는 것 같아요. 부모님은 변하지 않을 거고, 어쨌거나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십여 년 전의 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마음 독하게 먹고 빠른 시일 안에 독립하세요. 저희 아빠도 경제적으로 굉장히 압박하는 스타일이신데요. 그게 제가 독립을 위해 독하게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사실 저는 나이 먹고 나서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는데요. 언젠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딱 한 달만 쉬자고 맘먹고 쉬었던 때가 있었는데, 2주가 지나니까 아빠가 들으라는 듯이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아빠가 힘들면 자식이라도 돈을 벌어서 생활에 보탬이 되어야 하는데. 이 집구석엔 그런 것들이 없다”고. 바로 그다음 날 일자리 알아보고 다시 일 시작했습니다. 좀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더럽고 치사해서 내 몫 하고 살아야지! 너네한테 아쉬운 소리 다신 안 해!’싶었어요.

그 전에는 부모님한테 의존하고 싶은 맘이 반쯤 있었다면, 이제는 가족들에게 피해 안 주고 살 수 있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방향이 옳진 않지만, 거기서 자기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좋은 결말로 나아가야 할 것 같아요.

 

 

아버지가 지금 마음이 불안해서 신경 둘 곳이 눈에 보이는 아들인 거지 뭐. 아버지에게 소일거리라도 만들어 드려야 해. 아마 아들한테만 잔소리하는 게 아닐 거야. 엄마한테도 할 거고, 눈에 보이는 가족들한테 다 불똥이 튈 건데. 아버지의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등산을 보내드리던가, 같이 가던가. 밖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도와드려. 여행이나 유흥같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거 말고, 몸도 움직이면서 생산적인 일이 좋을 것 같아.

퇴직이라는 건 아버지 인생에서 절반 이상의 것들을 잃어버리는 거와 같아. 잔소리 듣기가 힘들겠지만 아버지의 마음과 입장을 좀 더 생각하고, 아버지의 현재 환경을 환기시켜 줄 필요가 있어 보여. 그래야 본인도 편해질 테고. 근데 우리 초딩 아들도 나중에 커서 저렇게 생각하려나?

 

 

우리나라 가정에는 슬픈 전설이 있단다. 예로부터 00 준비생은 집에서 편히 쉴 수 없었어. 취업 준비생, 언론 고시 준비생, 공무원 준비생.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집에서 눈치를 보고 있지. 고시 생활 3년 차로서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집에서 쉬려고 하지 말고 시원한 도서관에서 맘 편히 쉬라는 것” 정도?

취준생 형편에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고, 우리가 숨 쉴 구멍을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잖아. 도서관에서 공부만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쉬고 싶으면 여기서 쉬면 어때? 시원하고 얼마나 좋은데.노트북 들고 와서 쉬엄쉬엄 자소서를 써도 되고, 졸리면 한숨 자고. 나는 차라리 아침 일찍 도서관에 와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게 편하더라. 참고로 누나는 구립 도서관에서 공부한다. 만나면 음료수라도 한 캔 살게.

 

 

대화 없는 집안의 전형적인 갈등이네요. 대화를 안 하니 서로 답답해하는 상황처럼 보여요. 제가 철학과 다니면서 밥 먹고 매일 했던 일이 논리적으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거였는데요. 그 과정에서 배운 건 논리가 안 통하는 사람도 있다는 겁니다.대표적으로 부모님이 그렇죠. 그럴 땐 의외로 ‘감성 팔이’가 먹히더라고요.

일단 아버지랑 소주 한잔하세요. “아버지 힘드시죠. 제가 빨리 취직해서 한 사람 몫을 해야, 아버지도 마음이 편해지실 텐데. 제가 열심히 준비해서 최대한 빨리 취직하고 효도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지켜봐주세요. 근데 제가 공부를 해보니까 도서관에서 집중하고, 집에선 쉬어야 효율이 높더라고요. 그래서 할 땐 도서관에서 확실히 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기로 결심했습니다. 응원해주십시오.”

구구절절 이야기하면 아버지가 민망해서라도 눈치를 덜 주실 겁니다. 제가 이 방법으로 양가 부모님 설득해서 작년 11월에 장가까지 갔습니다. 속는 셈 치고 소주 대화를 한번 시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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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호 – g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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