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할까 말까 고민이 컸어요. 대학원은 정말 고인 물처럼 좁고 소문이 빠른 사회거든요. 학부생만큼 학생 숫자가 많지도 않고요. 아무리 익명으로 인터뷰한다고 해도, ‘나’라는 걸 누군가 금방 눈치챌 것 같았어요. 그래도 용기를 내보려고요. 전 악명 높은 공대 석사생이에요. 통칭 ‘랩실’로 불리는 연구실에서 온종일 집 요정처럼 갇혀 있다가, 얼마 전 졸업논문이 통과돼서 도비라이프를 청산했죠.(만세!)

 

솔직히 말하면 공부를 해서 학계에 남고 싶은지, 아니면 취직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어요. 대부분의 학생들처럼, 학부 4년만으로는 판단이 서질 않았기 때문에 뛰어든 거죠. 학업에 온전히 몰입해보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큰 착각이었죠.^^ 보통 장학금을 받으려면 랩실에서 연구를 도우면서 수업 조교도 필수적으로 해야 하거든요. 조교로 배당된 수업에는 출석부터 유인물, 과제 제출까지 관리 감독해요. 시험지 채점만 빼고 전부 조교의 ‘노오력’이 들어간다고 보시면 돼요. 대학원이라고 수업이 적지도 않아요. 24학점을 꼬박꼬박 이수해야 하는데, 거의 오후~저녁에 몰려 있죠. 아침부터 낮까지는 실험실에 출근 도장을 찍는 거예요. 공대 랩은 외부 기업이나 국가 등에서 맡긴 프로젝트로 바쁘거든요. 한 명당 하나의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다행이고, 많으면 세 개까지도 진행합니다.

 

공식적인 조교 업무나, 학교 행정 업무는 그래도 나아요.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가 너무 강해서, 모든 자질구레한 일은 아랫사람이 도맡는다는 인식이 박혀있어요. 교수회의 때 커피를 내리고, 과일 깎아 다과준비하기, 교수님의 여름휴가를 위한 비행기 티켓팅 등등 비서 업무도 조교의 중요한 일입니다.(한숨) 결국 개인 공부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거나, 퇴근 시간 이후로 미뤄지게 되는 거죠.

 

 

그래도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죠. 바로, 감정노동! 학부생 때 알던 교수님과는 다른 인격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하면 편해요. 매주 교수님 이하 석사, 박사들이 모여 한 주간의 성과를 살피는 회의가 열리는데요. 교수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표를 한다면, 그날은 물고 뜯기다 울 각오를 해야 합니다.

 

교수님의 지시대로 연구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연구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져요. 교수님께 ‘찍히는’ 거죠. 찍힌다고 큰일이 날까 싶지만, 납니다. 대학원에서 교수님의 말은 절대적이에요. “선배 먼저 졸업시켜야 하지 않겠니?”라는 한마디에 자신이 주도적으로 기획한 논문에서 제1 저자를 선배에게 빼앗기고, 2도 아니라 제 3, 4 저자로 밀려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졸업이 무슨 선착순도 아니고.

 

말 안 듣는다고 졸업 논문 통과 보류시키는 일도 흔해요. 잘한다 칭찬하다가도 교수님 비위에 조금만 거슬리면, 이런 말을 듣습니다. “졸업 안 하고 싶어?” 종합시험에서 떨어트리고, 가져가는 모든 연구 방향마다 태클 걸고. 졸업이 1년 미뤄지면, 억지로 다음 학기 등록을 해야 하죠. 졸업논문만 남겨두고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도 공대 석사면 취업은 잘 할 것 같죠? 꼭 그렇지도 않아요. 다른 랩실의 선배는 교수님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대학원 생활 때려치우고 취업했는데, 오히려 석사 졸업한 선배들보다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어요.

 

연구비를 받아 개인적인 곳에 쓰는 사람도 있다는 마당에, 저희 지도 교수님은 그나마 양반이었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저의 발전에는 크게 도움 주지 않으셨다는 것도 분명하죠. 방목하셨거든요. 아주 많이…. 제가 가장 상처를 받은 것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였죠. 중간 중간 진행 과정을 알려드리고, 조언을 구할 땐 관심도 안 가지시다가 결과가 나오고 나니 모든 책임을 저한테 돌리시더라고요. 서러웠어요. 결과를 만들려 주말도, 방학도 없이 학교에서 지새운 밤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공대 대학원은 학비도 비싸요. 평균 600~700만원. 많은 석사생들이 갑질을 견디며 중간에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죠. 이미 들인 시간과 돈이 너무 커서요. 그러니 생돈 내고 내 발등을 찍지 않으려면, 진학하기 전 깊이 고민해보세요. 막연하게 친구 따라서, 취업하기 싫어서 도피하려고 가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에요. 어떤 시련에도 꿋꿋이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가야, 그나마 버틸 수 있을 거예요.

 


[861호-20’s but]

※ 탈 대학원하여 소확행을 즐기고 있는 석사 졸업생과의 인터뷰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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