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유미의 세포들>에는 주인공 유미를 움직이는 다양한 뇌세포들이 등장한다. 걸핏하면 배고프다고 외치는 출출 세포, 아무리 힘들어도 꼭 씻고 자라고 설득하는 세수 세포, 허당이지만 가끔 소름 돋는 촉을 자랑하는 명탐정 세포…. 그중에서도 가장 힘이 센 세포는 바로 사랑 세포다.

 

유미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한번 깨어나면 어떤 공격에도 굴하지 않는 ‘프라임 세포’. 유미가 사랑의 힘으로 무언가를 멋지게 이겨낼 때마다, 나의 ‘뇌내랜드’를 상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굴까? 나의 프라임 세포는. 답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매일 내 머릿속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세기의 라이벌이 있기 때문이다.

 

유서 깊은 전쟁의 주인공은 ‘네까짓 게’ 세포와 자존심 세포. 자기 비하와 자존심 세포가 세트라니, 이게 무슨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소리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다. ‘네까짓 게’ 세포가 ‘아.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 자존심 세포가 ‘어쨌든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받아친다.

 

그럼 ‘네까짓 게’ 세포는 ‘아니, 그니까. 그 제대로 하는 걸 내가 할 수 있겠냐고.’ 까칠한 목소리로 공을 넘기고, 그럼 또 자존심 세포가 ‘아오, 이거 하나 제대로 못 하면서 뭐 해먹고 살래?’ 언성을 높이고, ‘네까짓 게’ 세포가 다시 핑, 자존심 세포가 퐁, 그렇게 핑, 퐁, 핑, 퐁, 핑퐁만 하다 하루가 다 간다.

 

두 세포가 서로를 패는 동안 무럭무럭 자라난 자괴감 세포는 덩치가 너무 커져서 이제 은신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일이 이렇게 된 건, 다 내가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오해 마시라. 대학교 심리 상담 센터에서 만난 전문가의 의견이다. 나 역시 깜짝 놀라며 대꾸했더랬다.

 

“선생님. 저는 미루고 미루다가 진짜 물러설 곳이 없을 때야 일을 시작하는 병에 걸렸는걸요. 완벽주의자라뇨.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씀이네요.” 선생님은 일을 미루는 이유가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 그 일 자체를 회피한다는 거다.

 

 

그거, 참. 용하게도 나의 ‘뇌내랜드’가 돌아가는 꼴과 비슷하다.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두려운 만큼 철저히 준비하기보다는 자기 비하를 방패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제에 자존심 세포에 압도당해 기분은 어찌나 자주 다운되는지. 자괴감에 시달리다가 ‘못 하는 것보단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이른다. 이 과정이 하나의 사이클을 이루며 반복된다. ‘네까짓 게’와 자존심 세포가 융합해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만들어내는 순간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필연적으로 영감에 의지한다. 망할 것 같다는 두려움을 잠재워줄 만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일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 나는 최근까지도 ‘크리에이티비티’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것은 벼락 맞듯 어느 날 갑자기 머리 위로 쏟아지는 선물이거나 특별한 훈련과 시선을 통해 얻어지는 거라고 믿었다. 그 비밀을 알고 싶어서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다양한 인사들에게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법을 은밀하게 묻기도 했다.

 

그럼 그들은 별 희한한 질문을 들었다는 듯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써야죠.” 당연한 대답인데도 번번이 실망했다. 병원에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잠 푹 자라는 조언을 들었을 때처럼. 어쩌면 나는 ‘네까짓 게 이런 걸 할 수 있을까’와 ‘무조건 잘해야 돼’ 사이의 커다란 간극을 영감이라는 행운에 기대 손쉽게 메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써야 할 시간에 침대에 누워 걱정만 하면서.

 

극작가 스티븐 프레스필드가 마치 나 들으라는 듯이 한 말이 있다. “아마추어는 일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프로는 자신이 결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프로들은 걱정할 시간에 그냥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한다. 흰 화면에 커서만 깜빡이더라도. 영감도, 창의력도 결국은 구력에서 나오기에.

 

그러니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계속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 형편없더라도 매일 조금씩 하는 습관의 근육을 단련하기. 문득 피겨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의 유명한 인터뷰 캡처가 떠올랐다. 스트레칭하는 그녀에게 기자가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쿨한 대답.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이 ‘짤’을 마음에 품고, 제발 그냥 좀 해라. 그러다 보면 나의 프라임 세포도 유미의 것처럼 근사하게 바뀔 날이 오겠지.

 

p.s. 구글링을 하다 보니 은퇴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고전 ‘짤’을 조우했는데, 그의 ‘그냥 해’ 경지는 실로 놀랍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몰라요. 날짜도 모르고요. 전 그냥 수영만 해요.”


[861 – think]

Illustrator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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