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사연>

안녕하세요. 21년째 친구 관계가 고민인 사람입니다. 저는 단짝이 없어요.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친한 사람은 많은데 콕 집어 단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가 없어요.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요? 매일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거창한 용무 없이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먹고 그럴 사람이 없답니다.

주변을 보면 다들 단짝이 한 명쯤은 있던데. 제가 문제인 것 같아요. 연애하는 것처럼 친구 관계에서도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어요. 그런데 실천을 못 합니다. 그렇게 하기엔 제 에너지가 너무 부족해요. 하루 종일 카톡 하는 것도 어렵고. 몇 마디 하고 나면 할 말도 없고. 사람들을 자주 만나면 기운이 빠져요.

그래서 그런지 좋아하는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에요. 가끔 세상에서 겉돌고 있는 것 같아서 외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제 특성을 고칠 수 있을까요?  

 

-L양, 21세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요(물론 전 친한 친구도 없습니다만;;). 질문자님이 생각하는 관계는 영화나 만화 속에나 있는 것 같아요. 한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쭉 함께 크고, 학교도 같이 나오고, 스무 살 넘어서까지 독립하지 않고 그 동네에서 계속 살아야만 겨우 가능한 일이랄까.

다시 말해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란 환상 속 존재인 거죠. 저는 그 사실을 깨닫고는 ‘영화 좀 그만 봐야지’싶었어요. 미디어를 통해 학습한 정형화된 친구 관계에 익숙해지면 ‘친구 관계는 00해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생기기 쉽잖아요.

근데 사실 친구 관계에도 종류가 다양하거든요.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단짝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죠. 저처럼 친한 사람이 없을 수도 있고요. 본인이 단짝을 가지려고 노력해봤는데 잘 안 됐다는 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요.

단짝이라는 틀에 본인의 성향을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인간관계라는 게 원래 정답이 없는 문제잖아요.

 

 

단짝이라고 해서 질문자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걸 다 공유하고 살진 않아요.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사귄 단짝이 한 명씩 있는데요, 걔들이랑 일 년에 한 번씩 만나요. 그마저 못 볼 때도 있고요. 다른 사람이 보면 완전 사이버 친구죠. 하지만 저희는 오랜만에 연락해도, 2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지금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어요.

어쩌면 질문자님도 이미 누군가에겐 단짝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친구가 질문자님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에서 밀려난 것이죠. 우리는 매사에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 주변엔 왜 친구가 없지?’ 싶으신가요? 본인도 친구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여러가지 이유로 응해주지 못한 적이 있었을 텐데, 그건 잊어버리고 외롭고 서운한 일만 기억하는 건 아닐까요.

매일 연락하고 24시간 대기조처럼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만이 단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질문자님 말대로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특히 질문자님처럼 사람을 만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 관계가 오래 가긴 힘들겠죠. 지금이라도 단짝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보는 게 어때요?

 

 

저 따위가 인간관계에 대해서 감히 조언을 해도 될지 잘 모르겠지만…. 본인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교우 관계를 경직시키는 원인처럼 보여요.

연락 문제로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서 팁을 드리자면, 친구들에게 작지만 티 나는 애정 표현을 하세요.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sns에 댓글 달기’가 있어요. 이모티콘 하나만 남겨도 좋아요. ‘나는 너와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는 거죠. 노력은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관계 지속을 위해 매번 무리를 해야 한다면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과도하게 가까운 관계보다는, 각자의 생활을 존중할 수 있는 거리감을 지향합니다. 단 한명의 단짝보단 편한 친구 여러 명이 더 좋아요. 서로를 독점하려고 하는 순간 스트레스가 시작될 테니까요. 친구들은 제가 연락이 조금 뜸해도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걔들한테도 저한테도 또 다른 친구가 있기 때문이죠.

 

 

인간관계에 에너지를 쏟기 어려워하는 사람은 단짝을 갖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습니다. 아마 단짝이 생긴 이후에 더 힘들어질 거예요. 필연적으로 상대를 서운하게 만들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저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친구를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는데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마을 사람들과 정모를 한다는 마음으로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 정도면 외롭지도 않고, 상대를 서운하게 하지도 않고 딱 좋아요.

꼭 밀착되어야만 좋은 관계는 아니랍니다. 그리고 단짝이 있어도 때때로 외로운 건 마찬가지에요. 겪어보니 옆에 사람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외롭더라고요.

 

 

저는 질문자님과 반대의 경우인데요.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끈끈한 우정이 버거웠어요. 같은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한 반이 되고, 사소한 계기로(대부분은 집이 가까워서 혹은 짝꿍이 되어서) 친해져 무리 지어 다니게 되잖아요.

성격이나 취향, 관심사와는 무관하게요. 그래서 고등학교 땐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대화를 해도 계속 겉돌았고 완벽히 맞는 친구란 없는 것인가, 우정이란 원래 이런 건가 하며 외로워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대학생이 되면서 친구의 개념을 다시 세우게 됐어요.

대학은 고등학교와 다르게 친구를 ‘선택’할 수 있는 곳이더라고요. 나와 맞지 않는 친구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잘 맞는 친구에게 러브콜을 보낼 수 있는 곳. 여러 대외활동을 하면서 나와 잘 맞는 친구들을 발견하게 됐고 그 친구들과 어울렸죠. 관심사를 공유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단짝도 생겼어요.

단짝이란 단어에 집착하지 말고 그때그때 잘 맞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온전히 즐겨보세요. 친구 없으면 어때요. 안 맞는 친구와 지내며 불행한 것보다 차라리 혼자 지내며 행복한 게 낫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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