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제주에 살면 효리 언니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제주가 고향이어서, 제주가 너무 좋아서, 제주로 취업해서. 지금 제주에 살고 있는 20대에게 물었다. 제주도 살면 어때요?
a.k.a. 다기능 일용직 노동자
박소연 / 25세, 프리랜서 사진작가
✖ 어쩌다 제주에서 살게 됐나요? 한국에서 회사 생활 조금 하다가 호주로 가서 워킹홀리데이로 2년 쯤 있었어요. 워킹 비자가 끝나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죽어도 고향인 대구로는 가기 싫은 거예요. (제가 본헤이터라서. 하하) 그때 친한 후배 지인이 제주에서 카페를 맡아 운영할 사람을 찾는대서 무작정 건너왔죠. 올 때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로 떠나기 전에 일 년만 지내볼까 싶은 마음이었어요.
✖ 그런데 벌써 입도 3년 차! 제주랑 잘 맞았나 봐요. 평소에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해요. “좋아서 있는 것도, 싫은데 버티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으니까요. 다만 여기라서 좋은 점은, 제주에 사는 사람들의 캐릭터예요.
육지사는 친구한테 제 꿈이나 이상을 얘기하면 대화가 잘 안 되거든요. 이해도 못 하고. 그런데 제주에서 사귄 친구(대부분 30대, 40대)들이랑 얘기하면 “그거 재밌겠는데?” 하고 동의해줘요. 이 올드 프렌즈(?) 덕분에 제주가 좀 좋아졌어요.
✖ 제주 생활의 장단점을 꼽아보자면? 제주만의 낭만이 있긴 하죠. 매일 다른 일몰을 볼 수 있고 밤 수영도 할 수 있고. 근데 그외에는 불편한 점이 더 많아요. 영화 한 번 보려면 40분씩 차 타고 나가야 하고. 이마트 배송도 안 되고. 맙소사 치킨 배달이 안 되는 곳도 있답니다. 참, 또 중요한 것! 육지에서 하는 전시들이 너무 그리워졌어요.
✖ 외롭진 않나요? 외롭죠. 저 같은 경우에는 20대 친구에 목말라서 주변에 수소문까지 하고 다녔어요. 요즘 만나는 애들을 보면 밥 먹으러 갔다가 제가 먼저 말을 걸어서 친해진 장사하는 친구들이 많고요. 보통 한 명이랑 친해지면 걔 친구를 소개받아서 같이 노는 식이에요. 이십대가 워낙 없다 보니 다들 외롭거든요. 팁을 하나 드릴게요. 제주도 토박이 친구 한 명 사귀면 한꺼번에 친구가 엄청 늘어나요!
✖ 얼마나 더 제주에 머물 생각이에요? 집 계약이 11월에 끝나거든요. 그 이후에는 호주로 출국할 예정이에요. 제주의 겨울은 너무 추워서 따듯한 나라로 갑니다. 이렇게 매년 호주랑 제주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 것 같아요. 기왕 한국에 살아야 한다면 제주에 살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제주살이 n수생
이성빈 / 27세, 게스트하우스 느영나영 매니저
✖ 어쩌다 제주에서 살게 됐나요? 제주에 처음 온 건 25살 때였어요. 여행을 정말 좋아해서 달랑 배낭 하나 메고 내려왔죠. 그때 우연히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생활을 하게 됐고, 그 후로는 제주랑 육지를 계속 왔다 갔다 했어요. 제주에서 조금 살다가, 육지 가서 취직했다가. 육지 생활에 만족 못 하고 다시 제주로 돌아오기를 반복. 마지막에 육지 올라갔을 때는 다니던 회사가 망해버렸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여기서 정착할 맘먹고 직장까지 잡아서 내려왔어요. 요즘은 스태프로 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 결국 제주로 돌아오게 되는 이유가 뭔 것 같아요? 제주의 여유로움이 좋아요. 육지에 있으면 일단 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괜히 고민만 많아지고. 여기선 탁 트인 바다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멋진 오름도 많고 날씨만 좋으면 노을도 근사하고. 밤에는 별도 잘 보이고. 놓치기 아쉬운 풍경들이 하도 많아서 걱정 따위 할 틈이 없어요.
✖ 여행할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은? 책임감! 여행할 땐 모든 걸 육지에 내려놓고 자유롭게 다녔는데, 일을 시작하고 맡은 업무들이 생기니까 신경 쓰이는 게 많아졌어요.
✖ 육지에 놓고 온 것들 중 가장 그리운 건? 자주 만나던 친구들과 부모님. 그리고 북적북적한 시내 풍경. 제주의 고즈넉함도 좋아하지만 도시의 활기참도 좋아했거든요. 두 달에 한 번씩 육지에 가는데 가끔 보니까 반갑더라고요.
✖ 앞으로의 목표는? 글쎄요.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로 계속 일하다가 제 가게를 차리는 것도 목표 중 하나에요. 뭘 하든 제주에 머물고 싶어요.
서울서 돌아온 제주 토박이
김정 / 27세, 복합 문화 공간 플레이스 캠프 제주 BX 디자이너
✖ 어쩌다 제주에서 살게 됐나요? 고등학교 때까지 제주에서 자랐고 대학은 서울로 갔어요. 그리고 제주에 있는 회사에 취직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어요.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내려와서 일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전공이 디자인이기 때문에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으로 오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처음엔 고민도 많았는데, 그즈음에 엄마가 아프시고 저를 너무 보고 싶어 하셔서 왔어요. 평일엔 직장 근처인 성산에 살고, 주말엔 부모님이 계신 제주시에 와 있습니다.
✖ 회사원으로서 제주 생활의 장단점을 꼽아보자면? 어디든 일하는 곳은 전쟁터 아닐까요? 제주든, 서울이든. 아무래도 생계가 달린 문제니까요.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씨가 한 말도 생각나네요. ‘괴로운 맘을 안고 사는 사람은 어디에서든 괴롭다’ 어찌 됐든 제주에 산다고 매일이 낭만적이진 않아요. 장점이 하나 있다면 가끔 보너스 같은 존재를 만난다는 거? 퇴근 후에 보는 하늘이랄까 혹은 걸어서 갈 수 있는 바다랄까.
✖ 육지엔 얼마나 자주 가나요? 작년엔 주말마다 갔었어요. 가서 문화생활에 대한 허기도 채우고 친구들도 만나고. 요즘은 빈도가 좀 줄긴 했지만 세 달에 한 번씩은 꼭 가요.
✖ 얼마나 더 제주에 머물 생각이에요? 직장에 다니는 한 제주도에 계속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사실 모르겠어요. 늘 어디로든 나가고 싶어 하는 편이거든요.
성공한 제주 덕후
정기정 / 29살, 웹디자이너
✖ 어쩌다 제주에서 살게 됐나요? 부산에서 직장 다닐 땐 두통약과 위장약을 달고 살았어요. 계속되는 야근과 대인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좀 쉬고 싶었어요. 재취업 전에 제주 여행이나 다녀올까 싶어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웹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봤고, 그렇게 즉흥적으로 오게 됐어요. 원래 제주로 여행을 자주 다녀서 한번 살아봐도 좋을 것 같았거든요.
✖ 살아보니 어떻던가요? 많이들 “사는 거랑 여행이랑 다르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사실 전 아직 제주가 좋아요. 일할 땐 직장인, 퇴근하고 나서는 여행자로 사는 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만약 처음의 목적대로 제주에 ‘쉬러’ 왔다면, 한 달 살아보고 바로 부산으로 돌아갔을 거예요. 그런데 일을 하니까 시간의 제약이 있잖아요. 제주 온 지 일 년이 넘었는데 아직 못 가본 곳이 더 많거든요. 제주가 지겨워질 때까지 더 살아보고 싶어요.
✖ 제주살이,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과거의 저처럼 사회생활에 찌들어 있는 친구들을 보면 제주로 오라고 말하곤 해요. 반면, 문화생활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즐기는 사람에겐 제주가 안 맞을 것 같아요. 실제로 그 문제 때문에 제주를 떠난 사람도 종종 봤어요.
친구 따라 얼떨결에 제주행
박은수 / 26세, 명월리청년회
✖ 어쩌다 제주에서 살게 됐나요? 형들이 불렀어요. 어느 날 전화해서 “내려온나” 하더라고요. 같이 놀자고(와보니 일 시키려고 부른 거였지만…). 그래서 내려왔죠. 지금 같이 지내는 형들을 전 직장에서 만났거든요? 저한텐 멘토 같은 사람들이라 믿고 내려오게 됐어요.
✖ 낯선 곳에 정착하는 게 무섭지 않으셨나요? 물론 걱정이 많았죠. 근데 고민되는 모든 문제들보다 형들을 믿고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 살아보니 어떻던가요? 힘들어요….(주륵) 친구도 못 만나고, 이별도 하고. 거기다 한여름 날씨는 정말 덥고 공사도 늦춰졌어요. 아, 형들이랑 저는 명월리라는 마을의 청년회에서 폐교한 초등학교를 문화공간으로 되살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 제주에 온 걸 후회하나요? 그렇진 않아요. 오히려 여기 오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일이 힘들긴 하지만, 좋은 공간을 오픈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형들이랑 땀 흘리는 게 꽤 보람 있거든요. 일 끝나고 바다 가서 좋은 사람들이랑 노을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하는 삶! 아직은 좋네요.
✖ 얼마나 더 제주에 머물 생각이에요? 당장은 육지로 갈 계획이 없어요. 도시에선 언제든 필요한 걸 살 수 있는 편리함을 누릴 수 있지만 쓸데없이 돈 쓸 일이 많잖아요? 지금 지내는 명월리는 시골이라 돈 쓸 일이 없어서 좋아요. 육지엔… 가끔 놀러 가죠, 뭐.
흔한 방황 끝에 제주로 잠적
길영배 / 24세, Bar&Pub 모살 직원
✖ 어쩌다 제주에서 살게 됐나요? 우리네 청춘이 다 그렇듯 전역 후 대혼란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렇게 방황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작년 12월 6일 새벽, 답답한 마음에 제주도로 잠적했습니다.
✖ 왜 제주였나요? 해방감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제주도에 오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니까. 왠지 멀리 가는 느낌도 나고, 해외 잠적 같기도 하잖습니까. 처음엔 눌러앉아야겠다는 다짐까지는 없었습니다. ‘일단 가서 생각하자!’는 마음이었고, 내려온 후 3일 동안은 휴대폰 전원을 끄고 해방감을 즐겼습니다.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우리네 청춘들에게도 제주 잠적을 적극 추천합니다. 비행기 티켓 값 19,800원에 해방감 완전 보장!
✖ 3일 이후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제주에 도착해서 입대 전 스태프로 일하던 게스트하우스로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연락 없이 간 건데도 사장님은 거부감 없이 반겨주시더군요. 심지어 왜 왔는지 묻지도 않으셨습니다.
자연스럽게 같이 밥 먹고, 영화 보고, 노래 들으면서 3일을 보냈습니다. 제주에 내가 머무를 곳이 있고, 아무렇지 않게 반겨줄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아, 나도 제주도에서 그런 공간과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니까. 일자리를 구하게 됐습니다.
✖ 일터로서 제주는 어떤가요? 일터와 여행지를 구분 지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매일 여행하는 느낌으로 낮에는 놀고, 저녁엔 일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 제주에 친구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장소를 꾸리는 것. 그게 집일 수도 있고, 가게일 수도 있고. 뭘로 할지는 아직 못 정했습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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